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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면 몸을 살짝, 움직입니다

마음이 힘들면 몸을 살짝, 움직입니다

: 어느 정신과 의사의 작고 느릿한 몸챙김 이야기

리뷰 총점9.7 리뷰 15건 | 판매지수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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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면 몸을 살짝, 움직입니다 (큰글자책)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94g | 128*188*15mm
ISBN13 9791186118665
ISBN10 1186118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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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병’이라고 하지만, 동시에 ‘몸을 잠식하는 병’이기도 하다. 우울증에 걸리면 몸이 마치 배터리가 방전된 기계가 된 듯 움직임이 둔탁하고 느려지며, 목소리는 가라앉고 작아진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은 때때로 죽은 사람처럼 꼼짝도 않고 침대에 누워서 지내곤 한다. 한마디로 ‘의미 있는 움직임’을 잃어버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선생님, 제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늘 어깨와 턱에 잔뜩 힘이 들어가요. 긴장해서 그런가 봐요.” 사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몸은 그저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종잇장처럼 몸을 접으라고 안내한 적이 없었다. 그 자세는 단지 마음이 상상한 것뿐이었다. 상상처럼 되지 않는다고 몸이 잘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항상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원하지 않는 결과를 마주했을 때, 자책하는 것은 내 오랜 마음의 습관이었다. 근거 없는 자책은 내 몸을 쉽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내 몸 안에 심장이 뛸 수 있도록, 자유롭게 숨이 오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뿐이었다. 그러면 내 몸 안의 많은 것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상태를 찾아갔다. 몸 안에서 숨 쉴 공간이 생기자, 마음도 그 공간에서 함께 숨 쉴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나와는 다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마음도, 아직은 회복될 준비가 되지 않은 환자들의 마음도 지금은 딱, 거기까지라는 것을 알게 되자, 나머지를 편안하게 내려놓고 기다릴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삶을 감당해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돌이켜보면 내 몸은 늘 할 수 없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기억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열등감의 기억들은 몸으로 하는 모든 행위에서 즐거움을 빼앗아갔다. 남보다 4센티미터를 더 몸을 뒤틀어 보듯 나는 뭔가를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해서 더 잘해보려고 애쓰면서 살았다. 시험 점수를 더 받아야 했고, 논문을 더 많이 썼어야 했고, 그것도 모자라 더 예뻐 보이기 위해 덜 먹고, 더 운동하려고 했다.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열등감은 나를 성과에 집착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나를 긴장하고 지치게 만들었다.”

“다시 그라운딩을 하자, 그녀의 자세는 폭풍에도 쉽게 부러지지 않을 나무처럼 흔들거리다가 곧게 일어났다. 숨도 부드러워졌다. 치료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나는 그녀가 바보가 아니라 누구보다 지혜롭고 강인한 여성이라고 느꼈다. 그녀는 고통을 피하지 않고 누구보다 치료에 열심히 임했다. 그녀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작고 부드럽게 자세를 변화시켜가면서 스스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 안에 스스로를 위로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녀는 ‘희망’이라고 느꼈다. 그러면서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하루하루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한 시간 넘게 진료를 기다리는 중에도 끊임없이 죽고 싶다, 치료고 뭐고 다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간호사가 제 이름을 불렀는데, 나도 모르게 내 몸이…, 내 다리가… 스스로 진료실로 걸어가고 있는 거예요. 아, 내가 살고 싶었나보다. 정말 살고 싶었나보다 생각했죠.” 그 순간, 울컥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치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서늘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살아내야 한다는 뜨거운 힘이 숨어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녀의 마음은 순간순간 죽고 싶다고 했지만, 그녀의 다리는 온몸으로 살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음이 모른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몸은 스스로 배워가고 있어요.” S선생님은 조바심을 느끼는 나에게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 힘들 때에도 몸은 말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울한 마음이 다가오면 몸은 활기를 주는 움직임으로 나를 위로했다. 또 불안한 마음이 찾아오면 몸은 안정감을 주는 움직임으로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나는 몸으로 마음을 돌보면서 나에 대해 더 섬세하게 알아갈 수 있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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