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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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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소설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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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0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66g | 120*188*20mm
ISBN13 9788932922614
ISBN10 893292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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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하루 이틀 정도 시위에 나섰지만 헛수고였다. 레베용과 앙리오는 싸구려 술 몇 잔을 들이켜고 빵으로 배를 채우면 노동자들이 불만을 꿀꺽 삼킬 거라고 생각했을 터다. 아무렴, 그래야지! 그러고 나면 아침에 일터로 돌아가 먹고살기 위해 기계 앞에 쪼그리고 앉아 일을 할 것이다.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닌가! 그레브 광장에 모여 항의만 하며 일생을 보낼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항의 시위는 도무지 그치지 않았다.
--- p.12

마치 몸집이 거대한 교통 경찰관이 우리 식량의 흐름을 정리하듯 맛있고 싱싱한 것은 베르사유로, 싱겁고 시든 것은 파리로 갔다. 감미로운 것은 수도의 서쪽으로 몰려가고, 신 것은 오막살이로 갔다. 말랑말랑하고 싱그러운 것은 궁전으로 가고 싱겁고 물러 터진 것은 파리로 갔다.
--- pp.30~31

사태를 직면하려면 이름 없는 군중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글로 옮겨지지 않은 것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선술집, 떠돌이, 세상 밑바닥, 물건을 지칭하는 사투리, 구겨진 돈, 빵 부스러기까지 낱낱이 따져 봐야 한다. 바닥이 문득 입을 연다. 입이 없고 말을 잃은 숫자로 치환된 무수한 군중이 보인다.
--- p.90

노란 봉오리. 의식이 마지막으로 집중되었고 사고는 남은 온 힘을 다해 응시했다. 단 1초만 더, 1초만이라도 더 보고 싶다! 작은 꽃은 창백하고 노랬다. 시간이 벼락에 맞은 것처럼 굳어 버렸다. 사고는 꽃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얼마나 손가락 사이에 끼고 싶었는지 모른다.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그러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시선이 다른 데로 돌아갔다. 그런데 도대체 아내에게 해야만 했던 말이 뭐였더라?
--- p.160

수백 년 동안 우리는 이런 쪽지, 어쩌면 사과의 편지 같은 것을 기다렸다. 이제 다 끝난 일이고, 함께 나누어 갖자, 지난 일은 질 나쁜 농담이고, 그런 이야기는 다시 언급하지 말자, 이제는 르 냉의 그림을 다시 꺼내 걸고, 권주가를 부르자, 쥐꼬리만 한 월급, 모욕 따위는 이제 끝났다, 하는 내용의 편지를.
--- pp.169~170

서기가 마리의 말을 옮겨 적는 과정에서 난해한 언어가 마리의 말을 낚아채서는 얇게 저며 토막 내고 삶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 냈다. 살해당한 사람은 더 이상 프랑수아가 아니었다. 마리가 모르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 마리는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솟구치는 커다란 고통을 느꼈다. 프랑수아와 함께 얻었으나 아비와 마찬가지로 죽은 어린 딸을 생각했다. 그리고 파리 누아예 거리 17번지에 거주하는, 고인이 된 점등원 프랑수아 루소의 부인 마리 잔 블리아르만큼이나 자신도 오로지 혼자라고 느꼈고, 철저히 홀로 남았다고 불쑥 느꼈으며, 샤틀레의 감옥에 놓인 가로등 점등원의 시신처럼 외로웠고, 자신이 사랑한 모든 것이 조서에 올라 경찰서 서기가 대충 휘갈긴 건조한 몇 줄의 글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았다.
--- pp.197~198

우리도 자주 창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가끔, 미리 계획하지 않고, 그냥 바깥으로 모든 것을 내팽개쳐야 할 것이다. 그러면 마음이 후련해질 것이다. 구역질이 날 때, 명령에 울분이 터질 때, 당혹감에 숨이 막힐 때면 일말의 연대감마저 끝내 썩어 문드러지고 만 저 가소로운 대통령 관저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 서류철을 훔치고, 문지기를 간지럽히고, 의자 다리를 물어뜯고 옛 추억을 되살리듯 철통같은 벽 아래에서 빛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 날씨가 너무 우중충하고, 지평선이 너무 암울할 때면 서랍을 열고 돌로 유리창을 깨고 창밖으로 서류를 내버려야 할 것이다. 법령, 법, 조서, 이런 것들 몽땅! 그것들은 천천히 추락하고 주저앉으면서 시궁창에 소나기처럼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오일장이 끝난 후 가판대 밑에서 소용돌이치는 기름 먹은 포장지들처럼 밤새도록 서류 뭉치들이 어둠 속에서 굴러다닐 것이다. 그러면 아름답고 재미있고 신날 것이다. 우리는 혼란한 지옥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서, 날아다니던 종이가 추락하여 흩어지는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볼 것이다.
--- pp.20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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