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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코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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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358g | 128*188*20mm
ISBN13 9788925574998
ISBN10 8925574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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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입장에서는 편견이라고는 없는 나쓰코가 난감하게 여겨졌다. 이 천사는 적십자의 천사 같은 박애주의자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A보다 B가 낫다’는 투로 말하는 법이 없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이었다. 물론 남자들은 자기만 장점을 인정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지만, 나쓰코는 특별 취급하는 일을 죄악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어느 남자나 반쯤 경멸하고 존경했으며, 반쯤 사랑하고 혐오했다.
--- p.9

그 말에 나쓰코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남자도 이런 생각뿐인가. 꽃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감옥에 나를 가두는 게 이상인가. 삼사십 년이라고? 끔찍하네. 삼사십 년 살면 천장널에 박힌 옹이구멍 개수까지 외고 다닐 지경이겠어. 추억이라는 고치 속에 갇혀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겠지. 종종 둘이 산책한다. 차분한 목소리로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지 논의한다. 이 남자는 40년이 흘러도 여전히 상냥한 남편이리라. 아아, 참을 수 없는 일이야.
--- p.12

나쓰코는 저들 남자 한 사람 한 사람과 함께하는 자기 모습을 상상해 보았지만 조금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가정적이고 살뜰한 아내가 되어 두 팔을 걷어붙이고 행주로 상을 닦는 모습이나, 화려한 사교계 부인이 되어 무도회를 주최하는 모습 등등, 가능한 상상을 다 해보아도 하나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공상이었다. ‘아아, 누구와 함께해도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거나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없어. 남자들은 입만 열면 시대가 틀렸다느니 사회가 문제라느니 말이 많지만, 자기 눈 속에 정열이 없다는 게 제일 나쁘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어….’
--- p.18

수도원….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다른 사람들은 마음의 평화를 찾아오지만 나쓰코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다는 그 사실이 신선하고 자극적이라 모험이 가득한 곳이라고 느꼈다. 일단 한번 떠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건 대단한 모험이다. 조금이라도 위험을 감지하면 손쉽게 물러서곤 하던 어린애 같은 연애는 이제 충분하다. 아직 다분히 소녀다운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나쓰코는 자신이 어떤 남자의 소유도 되지 않고 수도원에 들어가는 일이 세상 남자들을 향한 호된 반격이자 복수라고 생각했다.
--- p.26

가만히 바다를 응시하는 반짝이는 그 눈만은 결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눈은 어둡고, 검고, 숲속의 짐승과도 같은 빛을 띠고 있었다. 무척이나 빛나는 눈이었지만, 피상적 반짝임이 아니다. 깊은 혼돈 속에서 비치어 드는 듯한,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무언가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한, 아무튼 이상하리만치 아름다운 눈동자였다. 오전의 해협에 비치는 밝은 빛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 현상 너머에 있는 분명치 않은 그림자를 쫓고 있는 듯한 깊은 눈동자다. 나쓰코는 깊이 감동했다. 지금까지 어떤 청년의 눈에서도 이만큼의 감동을 찾아낸 적은 없다. 도시의 젊은이들은 경박하고 텅 빈 공허한 눈, 음탕하고 차가운 눈, 어린애 같은 토끼 눈을 가졌지만,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저 눈이야말로 정열의 증거였다.
--- p.35

츠요시는 가만히 그 사진을 응시했다. 츠요시 자신도 자신의 모든 정열이 이 작은 사진의 형상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눈치였다. 향불 연기 속에서 아키코의 말수 적고 귀염성 있는 어투, 목소리, 눈빛, 작은 새와 같던 휘파람, 재빠른 몸놀림, 그 모든 것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츠요시의 눈에는 눈물 대신 새로운 분노가 반짝였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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