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쟁이 소년의 세상 나기
초등 6학년 정상우는 자신만이 집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삼 년 전에 집을 나갔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엄마와 누나가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아빠가 집을 나간 후 엄마의 고집으로 감나무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지만, 감은 전 주인이 키웠던 것처럼 주렁주렁 열리지 않고 씨알만한 감만 듬성듬성 달릴 뿐이다. 상우는 이런 보잘것없는 감나무를 애지중지 키우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상우 누나 정상은은 자신은 현실주의자라고 우기지만 상우가 보기엔 이기적인 사람일 뿐이다. 집안 상황이야 어떻든 자신이 원하는 것은 확실하게 요구하고, 아빠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동네 아줌마나 친구한테 말하는 그런 철부지 누나다.
상우는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석재한테도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지낸다. 석재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 형이랑 사는데, 정작 상우는 그런 석재를 동정하고 연민을 느끼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못한다. 상우는 아빠의 부재 때문에 자기 집이 비정상적이고, 자신이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비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겉으로는 밝게 지내지만 속으로는 늘 전전긍긍해한다. 이것만 빼면 학교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장난도 잘 치고, 수학 문제 푸는 것을 즐기는 상우는 아빠의 부재로 점점 학교생활도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첫 번째 난관은 아빠와 함께 하는 야영. 겨울방학을 앞두고 아빠와 함께하는 아영에 아빠를 참석케 하라는 선생님의 말에 상우는 할아버지 제사를 거짓으로 꾸며대고 그 자리를 물러 나온다. 유일하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는 ‘오폭별’이다. 오폭별은 상우가 별똥별의 다른 이름인 ‘유성우’라는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알게 된 아이인데, ‘오백 년 전에 폭발한 별에서 온 외계인’이란 뜻이다. 오폭별은 상우가 올린, 별이 폭발하는 장면에 꽂혀 상우의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으로 대화를 하면서 상우는 자신의 문제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상우가 가족 문제를 털어놓는 것은 순전히 오폭별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폭별은 그런 상우에게 이렇게 충고를 한다.
“별이 폭발했어. 그리고 지구인들이 그 광경을 직접 봤단 말이지. 그런데 진짜 폭발은 사백 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잖아. 사백 년 만에 우리 눈에 보였다구. (……) 그건 결국 이 우주가 무지무지하게 넓고 크다는 거 아냐? 그러니 끽해야 백 년도 못사는 유성우, 이 좁은 지구에서 들들 끓을 일도 흥분할 일도 없다 이거지. 사실 우리가 말하는 진실이라는 것도 우주적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겠어?” (27쪽)
우주적 시각을 들먹이며 거창하게 말하는 오폭별이란 아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속에 상우는 두 번째 난관에 부딪힌다. 여름방학 숙제로 거짓으로 꾸며 쓴, 아빠와 함께 한 체험학습이 상을 받게 되면서, 그것이 액자에 끼워져 교무실 복도에 걸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오폭별이 같은 학교 아이이며, 늘상 집에서 맞고 다니고, 학교도 나오다 말다 하는 이른바 ‘문제아’라는 사실로 확인되면서 상우는 또다시 걱정에 휩싸인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지내온 학교생활이 오폭별의 존재로 엉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며칠 후 반 아이들은 상우의 보고서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된다. 상우는 얼굴도 모르는 오폭별이라는 아이를 찾아가 그 앞에서 액자를 깨부수고 학교를 뛰쳐나온다. 죄지은 사람처럼 골목을 배회하다 피시방에 들어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열어본 상우는 자신의 비밀이 오폭별 때문이 아니라 누나 친구가 보낸 쪽지 때문에 알려진 것임을 깨닫고는 오폭별과 대화를 시도하며 같이 가출할 것을 제안한다.
감나무 밑에서 얻은 깨달음
가출을 결심하고서도 엄마와 누나가 걱정이 되는 상우는 엄마와 감나무 밑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감나무에 스스로 매달린 씨알만한 감들처럼 엄마가 원하는 것은 자기 힘으로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었음을. 그래서 일부러 밝은 척, 아무 문제 없는 척하는 자신을 걱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요구하고, 아빠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다니는 철부지 누나는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했음을. 사실 상우는 두려웠던 것이다. “겨우 열세 살인데 어른들 세상으로 등 떠밀리는 것 같아 겁이 났”던 것이다. 걱정스런 엄마와 누나를 보면서 자신이라도 “아빠가 비워놓은 자리를 지켜야 할 것 같아 숨이 찼”던 것인데, 오히려 그런 자신을 집에서는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우는 빈 나뭇가지만 남게 된 감나무를 보며 자신이 “정상적이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동안 엄마는 감나무를 보면서 즐거워하고, 누나는 세상에 태어나 사는 것 자체를 좋아”했음을 깨닫는다.(152~153쪽) 그러면서 자신도 엄마나 누나처럼 걱정 대신 씨알만한 희망을 품고 싶어한다. 그리고 오폭별이 말한 우주적 시각이 뭔지 느끼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