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1년 11월 17일 |
---|---|
쪽수, 무게, 크기 | 504쪽 | 542g | 137*195*35mm |
ISBN13 | 9788994343501 |
ISBN10 | 8994343504 |
발행일 | 2011년 11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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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04쪽 | 542g | 137*195*35mm |
ISBN13 | 9788994343501 |
ISBN10 | 8994343504 |
머리말 어디까지나 잡다한 심경 서문 해설 등 자기란 무엇인가 혹은 맛있는 굴튀김 먹는 법 같은 공기를 마시는구나, 라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난처한 세상 안자이 미즈마루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인사말 메시지 등 마흔 살이 되면 /군조신인문학상 수상소감 앞으로 아직 한참이니까 /노마문예신인상 수상소감 까맣게 잊어버려도 괜찮아 /다니자키상을 받은 무렵 신기하면서 신기하지 않다 /아사히상 수상 인사말 이제 와서 새삼스럽다고 할까 /와세다 대학 쓰보우치 소요 대상 수상 인사말 아직 주위에 많이 있을 터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수상 인사말 제아무리 곁가지가 거세게 흔들려도 /신부상 수상 인사말 내 안의 미지의 장소를 탐색할 수 있었다 도넛을 베어먹으며 좋을 때는 아주 좋다 벽과 알 /예루살렘상 수상 인사말 음악에 관하여 여백이 있는 음악은 싫증나지 않는다 짐 모리슨의 소울 키친 노르웨이의 나무는 보고 숲은 못 보고 일본사람이 재즈를 이해할 수 있을까 빌 크로와의 대화 뉴욕의 가을 모두가 바다를 가질 수 있다면 연기가 눈에 스며들어 한결같은 피아니스트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해 노웨어 맨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사람 빌리 홀리데이 이야기 《언더그라운드》에 관하여 도쿄 지하의 흑마술 공생을 원하는 사람들, 원치 않는 사람들 피와 살이 담긴 말을 찾아서 번역하는 것, 번역되는 것 번역하는 것과 번역되는 것 내 안의 《파수꾼》 준 고전소설로서의 《롱 굿바이》 말코손바닥사슴(무스)을 쫓아서 스티븐 킹의 절망과 사랑 양질의 공포 표현 팀 오브라이언이 프린스턴 대학을 찾은 날 바흐와 오스터의 효용 그레이스 페일리의 중독적인 ‘씹는 맛’ 레이먼드 카버의 세계 스콧 피츠제럴드 재즈 시대의 기수 소설보다 재미있다? 단 한 번의 만남이 남긴 것 기량 있는 소설 가즈오 이시구로 같은 동시대 작가가 있다는 것 번역의 신 인물에 관하여 안자이 미즈마루는 칭찬할 수밖에 없다 동물원통 쓰즈키 교이치적 세계의 내력 수집하는 눈과 설득하는 말 칩 키드의 작업 ‘가와이 선생님’과 ‘가와이 하야오’ 눈으로 본 것, 마음으로 생각한 것 데이브 힐튼의 시즌 올바른 다림질 법 청어 이야기 잭 런던의 틀니 바람을 생각하자 토니 타키타니를 위한 코멘트 다른 울림을 찾아서 질문과 그 대답 폼나게 나이 들기는 어렵다 포스트코뮤니즘 세계로부터의 질문 짧은 픽션 《밤의 거미원숭이》아웃테이크 사랑 없는 세계 가라타니 고진 덤불 속 들쥐 소설을 쓴다는 것 유연한 영혼 멀리까지 여행하는 방 나의 이야기와 나의 문체 온기를 자아내는 소설을 얼어붙은 바다와 도끼 이야기의 선순환 해설 대담 안자이 미즈마루×와다 마코토 회색 쥐와 깜장 토끼 |
하루키씨의 잡다한 심경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적인 작품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에서 최근 <1Q84>까지, 그의 작품 주제는 대부분 젊은 세대들의 방황과 고뇌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인지 하루키를 떠올리면 벌써 작가로 데뷔한 지 삼십 년이 되었나 라는, 어느덧 환갑을 넘은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이 낯설기만 하다. 한국에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수많은 독자들이 있지만, 내가 이 작가의 팬이 된 계기는 <상실의 시대> 의 서문을 읽고서 였다. 나 뿐 아니라 상당수의 독자들은 하루키는 에세이에서 진가를 발휘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에세이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가 직접 선별해 낸 이런저런 목적으로 여러 지면들에 쓴 글들을 모은 책이다. 마치 그의 모든 자료를 스크랩해 놓은 팬북 처럼, 각 종 책과 잡지의 서문과 해설, 짧은 픽션에서 각종 인사말까지 그야말로 잡문들이 실려있다. 비록 잡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책을 읽다 보면 30년 전의 하루키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되는 현재의 위치까지 작가로서의 성장 과정이 한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무라카미 씨, 처음에는 어느 정도 대충 써나가는 느낌으로 일하는 편이 좋아요. 작가란 원고료를 받으면서 성장해가는 존재니까" 무라카미 하루키씨는 어떤 사람 인가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작품의 서문들은 독자들을 더욱 열정적으로 만든다. 어떤 독자들은 '소설 보다 에세이가 더 좋다'라는 평을 할 정도로 그의 글에는 철학이 담겨있고, 또한 읽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하루키는 우리나라에서 그는 인기 작가에 속하지만, 아직 그가 우리나라에 방문한 적도 없을 뿐 더러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작가 다카하시 히데미네는 이 책을 가리켜 "하루키씨 육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책"이라고 표했다. 그만큼 이 책을 읽다 보면 그와 긴 세월을 친구로 지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솔직한 '인간 하루키'를 만날 수 있다. 예를들면 그가 잭 런던이라는 작가를 더욱 좋아하게 된 계기라 던지, 맥주를 좋아하고 야구관람을 즐기며 좋아하는 술안주가 무엇인지 등 정말이지 보통남자 하루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도 그는 비범한 작가 였다 하루키의 담백한 표현들을 읽다보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인생 철학이 있다. 그에게 소설을 쓴다는 것의 의미, 책벌레인 그의 독서론, 또한 인생 선배로서의 인생론을 무심코 읽다보면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무엇인가가 분명 존재한다. 하루키는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 주장하지만, 그의 잡문 마저 우리에게는 비범하게 다가온다. "소설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대체로 늘 이런 대답을 한다. "소설가란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인간입니다"라고." |
아마 내가 에세이 책을 사는 건, 작가님의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상하게 작가님의 소설들은 잘 읽히지 않아서 포기한 작품들이 꽤 되는데, 작가님의 에세이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은 가볍지 않은, 그런 느낌이 좋아서 자꾸 사게 된다,
뭔가 나이차가 많이 나고, 사회적으로 성공했으면서, 유쾌한 선배님께서 인생에 대한 조언들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귀를 기울여서 듣고있으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이 좋다,
표지도 쨍한 주황색에 귀여워서 책장에 꽂아만 두고 있어도 뭔가 기분이 좋아짐,ㅋㅋ
뒷표지에 설날 복주머니 같은 책이라고 하시면서, 마음에 드는 것, 들지 않는 것들이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복주머니 안에서 꺼낸 이야기들 전부 마음에 드는 쪽이었다,ㅋㅋ
일요일 아침 주위에 널린 책을 펼친다. 가뜩이나 무거운 눈꺼풀을 누르는 책은 피한다. 다시 잠들면 슬퍼지니까. 하루키 수필은 내가 즐겨 집는 주전부리다. 모로 누워 한 발을 베개에 올린다. 역시 별 시답잖은 내용이 가득하다. 어깨에 힘을 뺀 하루키의 문장은 좋게 말하면 정갈하다. 통념에 휘둘리지 않고 가볍게 말을 건다. 오늘은 그가 온갖 곳에 기고한 단문을 모은 <잡문집>을 들췄다. ‘이런 글로도 돈 벌 수 있으니 좋겠다.’ 마음 한구석에서 샘나는 마음이 솟는다. 난 맹렬히 적어도 세상은 미동조차 없는데, 이 양반은 몇 자 끄적댄 잡문으로 내 아침을 장악했다. 도무지 별거 없어 보이는 문장인데 그의 심심한 어투를 흘려듣지 못한다. 누군가 문학을 목적이 없어 읽는다고 하던데 하루키야말로 무의미에 축제를 한껏 즐기는 작가다. 그의 산문은 한갓지고 느슨한 게 여러모로 구겨진 내 이부자리와 어울린다. 그게 일요일 아침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일요일이 사그라드는 꼴을 피해 욕실로 향한다. 창밖 날씨가 서늘해 보인다. 내 방에서 보는 서울 형상은 잿빛에 가깝다. 찌뿌둥한 몸과 다르게 배는 허기를 부른다. 점심때 뭘 먹어야 하나. 왜 난 일요일 점심마다 이 고민을 하나. 난 종종 내가 사는 꼴이 하루키 소설 화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라이프스타일, 취향, 생각, 정치적 견해까지 그들의 일상엔 파고들 구석이 많다. 현격한 차이라면 하루키의 인물은 요리를 잘한다는 거다. 파스타든 삼치구이든 거리낌 없이 해낸다. 난 해봐야 김치볶음밥인데 하루키는 태초부터 혼자산 사람처럼 부엌일에 능통하다. 난 어쩌면 그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산문을 읽는 걸지도 모른다. 속된 것에 붙들리지 않고 유유자적하는 꼴이 나와 달라서. 당최 불가능한 단독자의 삶이 고파서. 고심 끝에 근처 순두붓집에서 백반을 시켜 먹었다. 역시 짜다.
하루키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두부를 구워 먹고 달리기를 한다. 한 시간 정도 동네를 돌고 샤워를 하면 작업 시간이다. 늦은 오후엔 독서와 산책을 즐기고, 밤엔 재즈를 들으며 위스키를 홀짝인다. 저녁 8시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아침이 시작된다. 난 그에게 일종의 수도승과 같은 정절을 본다. 그가 구축한 견고한 패턴은 긴 세월을 거쳐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누구나 하루키적 삶의 정체를 알고 있다. 거기엔 흘리지 않고 사는 자의 위엄이 자리한다. 돈과 명성에 아랑곳하지 않고 까치발을 들고 세속적 관념을 경계한다. 세상 갈등에 몇 발자국 떨어져서 산책을 한다. 난 아등바등하며 세상사에서 헤어 나올 수 없기에 그의 작품으로 대리 만족한다. '아 나도 글이나 쓰면서 두부라도 구워 먹고 싶다.' 늘 미혹에 시달리는 난 여전히 하루키를 겉돌고 있다.
칼칼한 순두부가 부대껴 산책에 나섰다. 아직도 숙취에 편두통이 골을 울린다. 헛소리를 늘어놓은 밤과 비틀거리던 새벽을 반성한다. 어젠 무슨 얘기를 했나. 철면피처럼 염치없이 굴었겠지. 난 왜 어제 일찍 술집을 나오지 못했나. 그냥 밤이 끝나는 게 서글퍼서 그랬나. 난 남 일 얘기하듯 어젯밤을 구슬린다. 모든 게 불확실하게만 보인다. 하루키의 소설도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독자를 현혹한다. 기억은 듬성듬성하고 사실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신비롭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사건의 전말은 신기루처럼 흩어져버린다. 눈을 비비고 보면 홀로 책을 읽는 소년이 보인다. 현실과 픽션이 뒤섞여 기억에 구멍을 내고, 밀도가 낮은 제스처가 시간을 유예한다. 소년은 자신이 겪은 게 꿈인지 생시인지 별 관심이 없다. 60촉 백열등에 기대 독서를 하는 소년의 굽은 등이 다사롭다. 숙취에 하루키 소설을 갖다 대서 미안하다만, 취하면 뻔뻔해지니 이해해달라.
에어팟을 귀에 꽂고 빌 에반스의 ‘포트레이트 인 재즈’ 앨범을 틀었다. 하루키가 <재즈의 초상>이라는 이름으로 낸 에세이와 같은 제목이다. 하루키는 이 재즈 산문집으로 자신의 사적인 시간을 독자와 공유했다. 빌 에반스의 서정적인 선율을 듣다 보면 세상은 밤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세상은 모든 날을 일요일처럼 살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