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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 좋은 날

시 읽기 좋은 날

: 그날, 그 시가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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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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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502g | 153*224*30mm
ISBN13 9788965700494
ISBN10 8965700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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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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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시는 이러한 보편적인 이별 상황과 멀리 떨어져 있다. 흔히 이 시의 정서를 인고와 희생, 순종의 미덕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시를 지탱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존심’이다. 비록 사랑은 끝났더라도 그 사랑의 기억만큼은 누추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자존심 말이다.
혹자는 이것을 가식과 허세라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다. 또한 어쩌면 인간은 한 꺼풀만 벗기면 다 거기서 거기인 찌질한 욕망의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그 한 꺼풀이, 그 훼손되기 쉬운 한 꺼풀의 자존심이 소중한 것이다. 이 시만큼 상대를 배려하고, 자신의 자존과 품위를 지키며, 그동안의 사랑을 고결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별을 난 아직 보지 못했다.---김소월의 「진달래꽃」에 대한 에세이 중에서

질투와 열등감은 분명 사람을 힘들고 아프게 한다. 그렇지만 때때로 그것은 삶을 앞으로 나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 열등감에서 해방되기 위한 모든 노력 자체가 곧바로 성장과 성숙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에. 열등감은 자신의 가장 밑바닥을 볼 수 있게 하며 그리하여 그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도 하니까. 내가 책 읽기에 집착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거기에 열등감과 질투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 읽기를 통해 그것을 극복할 힘을 얻었다. 분명 ‘질투는 나의 힘’이기도 했던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 어제의 질투는 정말이지 어제로 끝나야 한다! 어제의 질투를 오늘로 끌어오고 급기야 내일까지 밀어 올리는 건 나를 갉아먹는 짓이기에.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할 일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일 게다. 오로지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에만 갇혀 있는 사람은 열등감과 질투의 감옥에서 영원히 풀려나올 수 없으므로.

한 번, 한 번이 쪽팔린 거야. 싸가지 없는 놈들이야 남의 약점 가지고 놀려먹는다만, 그런 놈들은 상대 안하면 돼.
니가 속에다 그걸 숨겨 놓으려니까 너 대신 누가 그걸 들추면 상처가 되는 거야.
상처가 되기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니 입으로 말해 버려.
나중에 나이 먹으면 쪽팔려한 게 더 쪽팔려져.
-김려령, 「완득이」 (창비, 2008) 중에서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에 대한 에세이 중에서

열두 시간이 넘는 진통 끝에 이러다 온몸이 깨져나가는 건 아닐까 겁이 덜컥 나던 그때,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말 그대로 핏덩이가 내 품에 안겨졌다. 갓 태어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아기는 몸을 꼼지락거리더니 입을 오물거려 내 젖을 물었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 느낌에 난 그때까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고야 말았다. 바야흐로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이 생기는 순간이었으며, 그 심장 앞에서 나 역시 ‘아무것도 고집할 수가 없’게 되는 순간이었다.

알고 보면 어미의 사랑이란 얼마나 아픈 사랑인가. 그 사랑이 아픈 것은 그 사랑의 대상이 절대적으로 소중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소중한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떨리게 만들 정도의 희열도 주지만 그 못지않게 때때로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도 주니까. 자식의 아픔과 슬픔과 좌절은 몇 배로 뻥튀기가 되어 어미의 아픔과 슬픔과 좌절이 되니까. 그럼에도 세상의 모든 어미는 ‘내 앞에서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있는 그 존재를 향한 지독한 짝사랑을 도저히 멈출 수 없다.
다만 이 지독한 짝사랑의 대상이 내 자식만으로 한정되었다면 이 시가 이토록 아름답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내 새끼만을 챙기는 배타적인 모성을 뛰어넘어 시인의 눈과 마음은 ‘세상의 모든 어린 것들’을 향한다. 이 웅숭깊고 정결한 모성 앞에서 굳었던 내 젖도 핑그르르 도는 듯하다.
---나희덕의 「어린것」에 대한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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