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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죽일 수 없어

나는 너를 죽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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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140*200*20mm
ISBN13 9791134805661
ISBN10 1134805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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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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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에서 높은 데에 매달린 목 맨 시체가 나오는 장면이 있죠. 나는 그걸 보면 저렇게 높이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꼭 밧줄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하죠. 문손잡이와 수건만 있으면 됩니다. 어느 날, 학교에 갔다 집에 와서 현관문을 열려고 했습니다. 묘하게 묵직한 느낌이 들면서 살짝 열릴 뿐이었습니다. 이상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힘을 주어 문을 밀었죠. 문손잡이에는 아버지의 시체가 매달려 있었습니다.몸과 마음 모두 피폐해졌던 아버지의 마지막이 가까워졌음을, 나는 오래전부터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머지않아 망가져버릴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줄곧 한계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알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뭐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그때 강하게 생각했습니다. 바닥에 놓인 하얀 종이가 눈에 들어와서 손을 뻗자 손끝이 닿았습니다. 펼친 종이에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온 순간, 아버지의 절규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 p.9~10

지겹도록 오랜 시간을 달려 지친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딘지도 모를 산속이었어. 휴대전화 전원도 들어오지 않아서 대체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지. 여름. 곰매미가 요란하게 울어대는 무더운 날이었어. 햇빛은 이글거리는데 바람도 없었지. 찐득하게 달라붙는 정체된 열기.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그만큼 더운 날이 없었어. 오랫동안 정비되지 않은 듯한,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진 도로 끝이 갑자기 확 트였어. 산중의 주차장이 나왔지. 아스팔트가 깔린 주차장이 아니라 흙먼지가 날리는 바닥이었지만.
우리를 내려놓고 버스는 다시 돌아갔어. 버스가 떠난 외길과 정반대 쪽에 있는 문을 지나니 고요한 별장지가 나왔지. 드문드문 자란 훤칠한 나무들. 초급 하이킹 코스 같은 숲 속 오솔길에 시냇물도 흐르고 있었어. 저택 한 채가 언덕 위에 펼쳐진 숲 앞쪽에 홀로 자리하고 있었어. 고급 리조트까지는 아니더라도 휴양지라는 느낌의 한적한 분위기여서 좋았어. --- p.37~38

아사노는 돌아오지 않았어. 불길한 예감이 공간을 채웠지. 큰 볼일이라 해도 너무 늦는다 싶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누군가가 찾으러 가자고 말을 꺼냈어. 혹시 장난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던 거라면 죽여버리겠다고 불온한 말을 내뱉는 이도 있었지. 장난이 아니었어. 아사노는 변기에 얼굴을 박고 죽어 있었어. 이대로 둘 수는 없다며 누군가가 그를 일으키려 했는데, ……온몸이 까맣게 타 있었어. 화상 자국이었지. 얼굴도, 손도, 겉으로 보이는 피부는 모두 타들어간 상태였지.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곳곳이 녹아 있고 타들어가 있는 피부를 보니 속이 울렁거리더라고. 그 시점에서 생존자는 일곱 명, 시체가 일곱, 해골이 하나, 행방불명 하나.
--- p.53~5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친구 대신 아르바이트로 미스터리 투어에 참가하게 된 ‘나’.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산중의 저택에 십여 명의 참가자가 모인다. 그리고 연이어 발생하는 잔혹한 살인사건. 누가 범인인가? ‘나’는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데……. 폐유원지의 소녀유령 괴담을 좋아하는 괄괄한 성격의 레이와 반 동거 생활 중인 또 한 사람의 ‘나’. 최근 내 주변에서는 장례식이 줄을 잇고 있다. 사촌형제의 장례식에 이어 이번엔 할머니의 장례식. 그리고…….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나’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연결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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