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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

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

: 부처님의 삶과 이적을 찾아 인도로 간 정찬주의 구도 에세이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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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6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73쪽 | 512g | 153*224*20mm
ISBN13 9788934957942
ISBN10 8934957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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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영적인 빛으로 충만한 도시’란 뜻을 지닌 힌두교의 성지 중에 성지인 바라나시에 와 있다. 바라나시는 3천 년 역사를 지닌 오래된 도시이다. … 카필라성에서 살던 싯다르타 태자는 카시왕국에서 생산한 바람결처럼 부드러운 비단모자와 비단옷을 입고 전단향을 몸에 발랐는데, 지금도 오늘날의 인도인들은 바라나시에서 만든 화려한 원색의 비단을 카시비단이라고 하여 최고품으로 치고 있는 것이다. 거리는 밤이 되자 붉고 노란 사리를 걸친 맨발의 무희처럼 관능적으로 변한다. 무희의 발목에서는 방울이 딸랑거린다. 낮이 흰 도티를 허리에 두른 사내들의 시간이었다면 밤은 그 반대다. 어둠은 은밀하고 시나브로 풍만해진다. 어느 순간에는 밤하늘을 찢는 폭죽의 광휘처럼 격렬하다. 강가(Ganga)는 신비한 발광체가 되어 그윽하고 푸르다. 인도인들의 내면을 관통하는 어머니 같은 강이다. --- 〈도솔래의상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중에서

안개가 아직 완전히 물러서지 않았으므로 수행자의 모습은 어렴풋했으나 나는 직감으로 그가 ‘비베깐난다’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6년 전과 같은 모습으로 명상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는 이미 6년째 그곳에 있었다고 했으므로 이제 12년째 그곳을 지키고 있는 셈이었다. 내가 먼저 합장한 뒤 손을 내밀었다. 그도 입가에 미소를 물었다. 나를 어디선가 보았다는 표정이었다. 6년 전 이곳에서 나와 얘기를 나누지 않았느냐고 하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치아가 보이도록 소리 내어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이제 그는 무우수의 한 가지가 된 듯했다. 까마귀 한 마리가 그에게 다가왔다가 순례자들이 몰려오자 날아간다. --- 〈비람강생상 : 그대는 태어나기 전에 무엇이었는가〉 중에서

싯다르타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맑고 고요한 상태에 이르도록 편안하게 수행한 다음 고행을 시작했다. 고행촌에서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극한의 혹독한 고행이었다. 결가부좌를 한 상태에서 먼저 호흡을 멈추었다. 그러자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몸 안에 가득 찼다. 겨드랑이에서 땀이 나더니 이마에서도 땀이 비 오듯 했다. 호흡을 막으니 양쪽 귀에서 커다란 공명이 생겨나 풀무질 하는 것처럼 소리가 났다. 그래도 귀와 코와 입으로 모든 호흡을 막아버리니 몸 안의 열기가 정수리로 올라가 충돌하면서 예리한 칼로 후벼 파는 듯한 고통을 주었다. … 호흡을 멈추는 고행을 하면서 단식도 병행했다. 식사의 양을 줄여 하루에 보리 한 알만 먹기를 계속하자, 몸은 여윌 대로 여위어 배와 등뼈가 달라붙었다. 다시 보리 한 알에서 삼씨 한 알로 줄이자 피부 빛깔이 잿빛으로 변해 시체와 같아져 버렸다. --- 〈설산수도상 : 아, 싯다르타는 이미 목숨을 마쳤구나〉 중에서

외도(外道)가 번성한 코살라국이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부처님을 인정하고 존경하게 된 시점이었다. 그렇게 된 데는 분기점이 있었다. 제자들이 부처님에게 “외도들에게 현혹되고 있는 사위성 사람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신통력을 보여 주십시오” 하고 간청했으므로 부처님은 이른바 ‘천불화현(千佛化現)’의 기적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 천불화현의 신통력을 보인 부처님은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제자들이 안거하는 우기를 피해서 도리천에 올랐던 것이다. 문득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의 그림자가 하나 눈앞을 스친다. 나는 그것이 거룩한 법신(法身)에 가리어 보이지 않던 부처님의 천진한 마음이라고 단정한다! --- 〈녹원전법상 3 : 눈을 떠라, 빛이 보이리라〉 중에서

병석에 계셨던 아버님께서 마지막으로 저에게 하셨던 당부는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정성을 다해 대접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아버님은 남에게 베푸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여기시는 분이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신 어머님께서는 너의 지갑은 늘 홀쭉한데 네 아버지 지갑은 항상 두툼하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아버님의 지갑은 당신보다는 남을 위한 지갑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아버님께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사랑하시어 손자 손녀가 아니라도 누구의 자식이건 간에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주고는 즐거워하셨습니다. … 이제 제가 할 일은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아버지를 닮은 자식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님께서 티끌만큼의 허물도 짓지 않고 사시려고 노력하신 것처럼, 남의 기쁜 일 슬픈 일에 조금도 소홀하지 않으셨던 것처럼 저도 그렇게 아버님처럼 살 것을 다짐해봅니다.
---〈쌍림열반상 : 자신을 등불 삼고, 법을 등불 삼아 의지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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