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9년 03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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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352g | 128*205*30mm |
ISBN13 | 9788932035307 |
ISBN10 | 893203530X |
출간일 | 2019년 03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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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352g | 128*205*30mm |
ISBN13 | 9788932035307 |
ISBN10 | 893203530X |
시작詩作 40년 한국 시의 뜨거운 이름, 김혜순의 신작 시집 몸으로 시를 쓰는 시인, ‘시하는’ 시인, 하여 그 이름이 하나의 ‘시학’이 된 시인이 있다.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은 김혜순이다. 그가 전작 『죽음의 자서전』(문학실험실, 2016) 이후 3년 만에 열세번째 시집 『날개 환상통』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했다. 김혜순에게 여성은 “자신의 몸 안에서 뜨고 지면서 커지고 줄어드는 달처럼 죽고 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여성의 몸은 무한대의 프랙털 도형”이라 했던 시인은 자신의 시가 “프랙털 도형처럼 세상 속에 몸담고 세상을 읽는 방법을 가지길 바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문학동네, 2002). 그렇게 그는 ‘몸하는’ 시를 쓰고, ‘시하며’ 40년을 걸어왔다. 열세번째 시집 『날개 환상통』에서 김혜순은 또다시 독창적인 하나의 시 세계를 이루어냈다. 김혜순의 시적 상상력이 이번엔 작별의 자리에서 ‘새하기’를 통해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허물고, 젠더와 상징질서의 구획을 돌파해갔다. “늘 순환하는. 그러나 같은 도형은 절대 그리지 않는” 김혜순의 목소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므로 김혜순이라는 이름은 앞으로도 계속 뜨거울 것이다. |
시인의 말 1부 사랑하는 작별 새의 시집 고잉 고잉 곤 쌍시옷 쌍시옷 날개 환상통 새의 반복 날개 냄새 찬란했음 해 새는 물음표 모양으로 서 있었어요 바닥이 바닥이 아니야 비탄 기타 이별부터 먼저 시작했다 얘야 네 몸엔 빨대를 꽂을 데가 많구나 10센티 오감도 31 안새와 밖새 새들의 영결식 Korean Zen 양쪽 귀를 접은 페이지 새의 호흡기 질환에 대하여 새, 소스라치게 티라누스 멜랑콜리쿠스 2부 나는 숲을 뾰족하게 깎아서 편지를 쓴다 우체통 숨을 은 almost blue 불쌍한 이상李箱에게 또 물어봐 불안의 인물화 그믐에 내용증명 초 몬스터 송곳니 어느 작은 시 더 여린 마음 우체국 여자 엄마의 팽창 미리 귀신 이 소설 속에서는 살고 싶지 않아 뾰족한 글씨체 3부 작별의 공동체 작별의 신체 이 상자에 손을 넣을 수는 없다 날아라 병원 레시피 동지 새를 앓다 우리에게 하양이 있을까 피읍 피읍 새의 일지 찢어발겨진 새 이 나라에선 날지 마 새 샤먼 그 사진 흑백이지? 부사, 날다 해파리의 몸은 90퍼센트가 물이다 4부 여자들은 왜 짐승이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화장실 영원 사라진 엄마 사라진 부엌 들것 않아 중절의 배 물구나무 팥 마취되지 않는 얼굴 폭설주의보 합창대 할머니랑 결혼할래요 흉할 흉 올빼미 원피스 자랑 수레의 컴컴한 덮개 아래 흑단으로 만든 화려한 관들이 검푸른 털로 빛나는 장대한 암말들에게 바삐 끌려가고 있다 자폐, 1 자폐, 1000 구속복 낙랑의 공주 여자의 여자 최면의 여자 제5부 리듬의 얼굴 리듬의 얼굴 해설 ‘새-하기’와 작별의 리듬 ? 이광호 |
문득 세상살이가 지긋지긋해 질 때면 언젠가 읽은 김헤순 선생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지하철을 타고 근무하는 학교로 매일 출근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나머지 시간에 시를 쓴다는.
출근하는 김혜순은 일상인의 부분이고 시를 쓰는 김혜순은 영적인 부분이라 내 마음대로 나누어 본다.
일상의 삶에서 시어를 발견하고 호명하며 어떤 '하기'로 옮겨놓기 까지 김혜순의 삶은 실은 '시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하이힐을 신은 새 한마리
아스팔트 위를 울면서 간다
마스카라는 녹아 흐르고
밤의 깃털은 무한대 무한대
그들은 말했다
애도는 우리 것
너는 더러워서 안 돼
늘 같은 꿈을 꿉니다
얼굴은 사람이고
팔을 펼치면 새
말 끊지 말라고 했잖아요
늘 같은 꿈을 꿉니다
뼛속엔 투명한 새의 행로
선글라스 뒤에는
은쟁반 위의 까만 콩 두 개
......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검은 날개를 들어 올리듯
마스카라로 눈섭을 들어 올리면
타일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나를 떠밉니다
내 시를 내려놓을 곳 없는 이 밤에
<날개 환상통> 중.
이번에는 '새 하기'로 탄생했다. 시를 쓰는 것은 사람인데 왜 '새'가 되어 울고 꿈을 꾸고 말을 해야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겠다. 사람이 사람의 말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배반하고 의심하는 세상에서 새나 되어 쪼아보자는 걸까.
무엇이든 상관없다. 시를 쓴 지 40년 된 선생이 계속 무엇인가를 '하기'로 작정한다면 나는 그저 따라 가며 읽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선생의 일상은 잘 모르지만 시는 의심하지 않는 착한 독자다. 그것이 내가 그의 시에 보낼 수 있는 최고의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