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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칸트인가

왜 칸트인가

: 인류 정신사를 완전히 뒤바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서가명강-0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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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90g | 128*188*19mm
ISBN13 9788950981785
ISBN10 895098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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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를 꼽으라면 칸트를 빼놓을 수 없다. 칸트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헤겔과 더불어 서양철학사의 5대 천왕에 속한다. 이 5대 천왕 중에서 단 한 명만 꼽아야 한다면 많은 경우 칸트는 플라톤과 경쟁하면서 정상을 다툴 것이다. 칸트는 그만큼 서양 사상사에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우리는 앞으로 칸트 사상의 근간을 소개하되 그가 서양 사상사에 가져온 혁명적 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서양철학사는 칸트에 의해 어떻게 달라졌는가? 칸트 이전의 철학과 칸트 이후의 철학은 어떠한 대조를 이루는가? 이것이 이번 강의 전반을 끌고 가는 주도 물음이다. 이것은 서양 사상사에서 칸트가 만들어놓은 근대성의 문턱 자체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 pp.13-14

『순수이성비판』의 대부분은 우리의 마음을 가르는 과정, 의식을 해부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왜 가르고 해부하는가? 의식 안에 들어 있는 인식능력을 찾아내고 그 능력의 작동원리(선험적 형식)와 한계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칸트는 인식과 관련된 모든 물음을 마음의 분석을 통해 해결해간다. 요즘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마음 이론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일체가 오로지 마음 작용에 따른 이미지일 뿐이라는 불교의 유식(唯識) 이론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칸트의 의식 이론이다. 그만큼 칸트의 의식 이론은 오늘까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p.38

칸트는 이런 선과 법의 관계를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법을 윤리학 전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태양의 자리에 놓고 선을 종속적인 위치에 두는 것이다. 칸트는 이처럼 선 중심의 윤리학을 법 중심의 윤리학으로 대체한다. 이렇게 위치가 바뀌면서 법과 선 각각의 의미도 달라진다. 법은 이제 사회 구성원이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편적 규칙이 된다. 그 규칙은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절대적인 규칙에 부합하는 행동은 ‘선하다’ ‘좋다’ ‘착하다’라고 말해지는 반면, 그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은 ‘악하다’ ‘나쁘다’ ‘죄다’라고 말해진다. 선악은 이제 그 자체로 독자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도덕법칙과의 일치 여부를 가리키는 술어에 불과하다. --- pp.100-101

숭고는 아름다움과 함께 고전 미학의 양대 범주를 이룬다. 예술가들은 아름다움만 추구한 것이 아니라 숭고 또한 추구해왔다. 요즘의 예술가들은 예쁘게 조형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름다움의 미학을 멀리 하고 오히려 ‘추醜의 미학’17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런 추의 미학을 뒷받침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숭고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미학의 중심에는 아름다움이 있다기보다는 숭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숭고를 이야기할 때 칸트는 자연의 숭고가 우리 안의 숭고를 일깨우기 위해 있을 뿐이라고 한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숭고 체험은 도덕법칙이 일으키는 숭고 체험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pp.221-222

칸트는 생명체를 존재론적으로 절대화하는 데는 손사래를 치며 반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트 이후 철학사를 장식하는 다양한 유기체 형이상학은 칸트가 이루어놓은 결정적인 전회가 없었다면 세상에 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독일관념론 이후 20세기에는 베르그손, 화이트헤드, 들뢰즈 같은 철학자들이 생명의 존재론이나 유기체 형이상학을 펼친다. 물론 새로운 과학적 발견의 성과들을 흡수한 이들은 저마다 19세기의 학자들과는 다른 생명 개념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이들이 칸트가 『판단력비판』 후반부에서 가져온 전회에 여전히 빚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전회를 불완전하게나마 코페르니쿠스적 도식에 맞추어 다음과 같이 그려볼 수 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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