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9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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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428g | 130*190*20mm |
ISBN13 | 9788954656535 |
ISBN10 | 8954656536 |
출간일 | 2019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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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428g | 130*190*20mm |
ISBN13 | 9788954656535 |
ISBN10 | 8954656536 |
“셰발과 발뢰의 등장과 함께 고전적 살인 미스터리의 순진함은 사라졌다!”_아르네 달 요 네스뵈, 헨닝 망켈 등 유수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소설의 모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와 『어느 끔찍한 남자』가 동시 출간되었다. 엘릭시르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는 사건 현장의 지도가 첨부되어 있어 작품 속 범죄와 수사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열 권으로 이루어진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소설이다. 공동 저자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이 시리즈에 ‘범죄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여 부르주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숨기고 있는 빈곤과 범죄를 고발하고자 했다. 또한 긴박한 전개와 현실적인 인물이 자아내는 위트도 갖추고 있어 대중소설로서 뛰어난 오락성도 동시에 제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훌륭하게 잡은 작품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이 시리즈를 기점으로 북유럽 범죄소설은 ‘셜록 홈스’ 식 수수께끼 풀이에서 탈피하여,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해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스웨덴 범죄소설작가 아카데미는 이 시리즈가 북유럽 범죄소설에 기여한 바를 기리기 위해 마르틴 베크상을 제정하여 매년 훌륭한 범죄소설에 시상하고 있다. |
007 서문 - 아르네 달 017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
어릴 때는 경찰이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의로운 집단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버닝썬 같은 일련의 범죄 사건에 경찰이 연루되어 있다는 보도를 듣거나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모습을 보면서, 또는 가까운 사람들(전부 여자)이 스토킹을 당하거나 지하철에서 불법 촬영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접수조차 해주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서, 더 이상 경찰을 믿어도 될지 고민하고 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제6권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경찰 조직의 무능함을 그린다. 스웨덴의 항구 도시 말뫼에서 한낮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스웨덴의 이름난 갑부 중 하나인 팔름그렌이 사보이 호텔 식당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들어와 팔름그렌을 총으로 쏘고 창문을 넘어 달아났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범인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기억하는 목격자도 없고, 팔름그렌을 쏘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용의자도 딱히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르틴 베크가 현장에 투입되는데, 마르틴 베크는 왜 자신이 스톡홀름도 아니고 말뫼에서 일어난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가 경찰 조직의 무능함을 그린 소설이라는 증거는 소설 곳곳에 널려 있다. 순찰조인 크반트와 크리스티안손은 어린아이가 한 말을 잘못 듣고 분노해 실수하는가 하면, 말뫼 경찰 바클룬드는 범인이 사용한 흉기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탄피부터 찾겠다고 설친다. 비밀경찰은 누가 봐도 경찰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나타나고, 스카케는 하루 종일 범인의 집 앞에서 '뻗치기'한 보람이 무색하게도 내일에야 범인을 잡을 거라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경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의 결말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이전 책들의 결말과 비교해도 첫째나 둘째 손가락에 꼽힐 만큼 압권이다. 마침내 범인이 밝혀지고 사건이 정리되지만 변하는 것은 거의 없다. 팔름그렌의 최측근에서 범죄의 혐의가 짙은 일을 하던 사람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오직 범인만이 팔름그렌을 죽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 중에 가장 나쁜 놈이 정말 범인일까. 팔름그렌과 그 주변인들, 그리고 그들의 범죄를 알고도 눈 감는 경찰이야말로 진짜 나쁜 놈들이 아닐까. 70년대에 발표된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시의성 있고 현실적이다.
마이 셰발, 페르 발뢰의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에 해당하는데 일단 여기까지 읽었을 때 그렇다는 소리이다. 이후에 7, 8, 9, 10권이 남아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니 이 여섯 번째 이야기는 내가 읽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최고의 소설로 꼽겠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사건은 단순하다. 사건이 벌어졌고 범인을 잡으려는 수사가 느리게 진행된다. 마르틴 베크의 시리즈 특징 중에 하나는 이야기의 진행이 느리다는 것이다.
느리고 답답해서 도대체 언제 사건이 해결되는 거야라고 물어볼 때쯤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이다. 느리지만 복잡하지 않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단서를 하나씩 제공하는 식이다. 그것에서 재미를 찾게 되면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최고의 경찰 소설이자 추리 소설이 되는 셈이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한 번 손에 잡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1970년대의 스웨덴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복지 국가라는 이면 뒤에 숨겨진 어두운 스웨덴의 현실로 말이다. 물가는 높아지고 자본주의 사업가들 몇에 의해 돈이 움직이는 암울한 시절. 경제는 성장했지만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각종 잔혹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좌우 대립의 이념 갈등이 심화된 곳. 초저녁 한 호텔 식당에서 부유한 사업가 빅토르 팔름그렌이 총에 맞는 사건이 벌어진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
총에 맞은 팔름그렌은 바로 죽지 않았다. 말뫼의 경찰들은 목격자들 증언을 듣기 위해 호텔로 향한다. 식당 직원, 팔름그렌 주변에 있던 사람들, 손님들 다수의 목격자를 확보했지만 누구도 범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눈에 띄는 특징조차 잡아내지 못했다.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사람이 배를 탔다는 첩보를 받아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우둔한 순경 둘이 포타티스모스를 대낮에 즐기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이 소설은 제목이 다 했다. 소설의 전반부를 읽으면 제목의 뜻을 알 수 있다. 읽고 있으면 마이 셰발, 페르 발뢰가 경찰을 향한 풍자를 세련되고 노련하게 했음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팔름그렌이 국가 경제의 그것도 지하 경제에서 특출나게 활동했음을 상관에게 보고받은 마르틴 베크가 빠르게 범인 검거를 하기 위해 말뫼로 간다. 그곳에서도 수사는 진척이 없다. 베크는 상황을 관망하는 자세로 일관하지만 그의 노련한 지휘 아래 범인의 얼굴이 조금씩 드러난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단 한 발로 팔름그렌을 죽인 자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가. 소설은 씁쓸한 결말로 향해 간다. 자본이라는 거대한 힘에 짓눌린 한 개인의 슬픈 얼굴을 드러내면서 정의의 정의를 묻는다. 사건의 진상을 따라가는 유희를 선사하면서 묵직한 한 방으로 주제를 압축 시킨다. 베크와 그의 동료들이 하는 수사를 따라가다보면 경찰이라는 조직의 이중성도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 또한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소설을 통해 표현하려고 싶어 했던 것으로 보인다.
긴박하고 스릴 넘치고 긴장이 가득한 구성과 표현 없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시리즈 중 유머와 풍자가 제일인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앞의 다섯 권을 읽지 않아도 이 소설로 먼저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시작해도 좋다. 그렇게 되면 열렬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 신봉자가 되어 시리즈 전체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