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극지의 밤, 대여섯 주 동안 온종일 완전한 어둠이 이어지고 다른 연구원들이 철수한 지 거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리스가 침묵을 깨고 어거스틴에게 질문을 했다. “아침은 언제 와?” --- p.28
북극으로 올 때, 어거스틴은 자신의 삶이 이렇게 조용히, 단순하게 끝나는 것이 맞춤하다고 느꼈다. 그의 온전한 정신과, 쇠약해지는 육체와, 사나운 풍광과 함께 말이다. 다른 연구원들이 철수하기 전부터도, 종말로 짐작되는 으스스한 침묵이 이어지기 전부터도, 심지어 이 모든 것 이전부터 어거스틴은 이곳으로 죽으러 왔다. --- p.125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아이는 수수께끼였다. 하지만 그건 어거스틴의 문제였다. 그리고 아이라는 존재가 그를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다. 성공하리라는 기대도 없이 고군분투하게 했다. 이리 오래 살아남아 있는 건 아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어거스틴은 상념에 젖었다. --- p.173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그렇게 할까? 그 모든 고생과 희생과 끝없는 훈련이 설리를 이곳까지, 태양계 내 가장 외로운 장소까지 데리고 왔다. 설리는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 과거의 자신에게 미래가 어떻게 될지 경고해줄 수 있었더라면. 하지만 알았더라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 p.215
“당신들 탐사는요? 무엇을 보았죠?” “목성요.” 설리의 목소리에 회한이 스몄다. “화성도 보았죠. 목성의 달들과. 별들. 공허를. 모르겠네요.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우린 너무 오래 떠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