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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 EPUB ]
김훈 | 파람북 | 2020년 06월 2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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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0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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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0.8만자, 약 3.5만 단어, A4 약 68쪽?
ISBN13 979119005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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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단단하고 예리한 문장의 힘, 김훈 장편소설] 가상의 두 나라 초(草)와 단(旦)의 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야만과 문명의 충돌, 그에 저항하는 생명의 힘. 작가는 장수를 태우고 전장을 누비는 두 마리 말을 통해 참혹하고 허망한 전쟁의 그늘진 얼굴을 그린다. 새롭게 창조한 상상의 공간에서 전개되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시선을 붙드는 책. -소설MD 박형욱

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수 없다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는 문장은 표현의 정확성이 담보될 때 가능하다. 작가 김훈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바로 문장과 표현의 힘이다. 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에서는 그 힘이 더욱 빛을 발한다. 문장은 잘 벼린 칼처럼 예리하고 표현은 냉정한 듯 마음을 사로잡는다. 굳이 장르를 밝힌다면, 이 소설은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적 요소들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장르 규정은 중요하지 않다. 역사소설 3부작으로 통하는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의 ‘일러두기’를 통해 밝혀왔던 것처럼, 그의 소설은 ‘오직 소설’이고 ‘다만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일 뿐이다.

소설은 시원(始原)의 어느 지점에서 시작한다. 굳이 시대를 밝히자면 인간이 말[馬] 등에 처음 올라탄 무렵이지만, 그 시기를 인간의 역사에서 가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록이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역사 이전의 시대이며, 인간의 삶이 자연에서 분화하지 못하고 뒤엉켜 있는 상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접해본 적 없는 전폭적이고 독창적이며 흥미로운 설정이다. 기록으로 전하지 않는 아득한 시간과 막막한 공간을 작가는 신화적 상상력으로 채워간다. 이야기는 세계를 인식하는 바탕과 삶을 구성하는 방식이 다른, 결코 하나로 묶일 수 없는 두 나라 초(草)와 단(旦)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야만과 문명이 충돌하며, 그 속에서 무연한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울부짖으며, 태어나고 또 죽어간다.

소설의 중심에 두 마리의 말[馬]이 등장한다. 초승달을 향해 밤새도록 달리던 신월마(新月馬) 혈통의 토하(吐霞)와 달릴 때 핏줄이 터져 피보라를 일으키는 비혈마(飛血馬) 혈통의 야백(夜白)이다. 두 마리의 말은 초와 단의 장수를 태우고 전장을 누비며 인간의 참혹하고 허망한 전쟁을 목도하고 전후의 폐허에서 조우한다. 이와 관련해 작가는 “말은 문명과 야만의 동반자였다. 나는 인간에게서 탈출하는 말의 자유를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소설은 긴박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독자를 종횡무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등장인물의 사사로운 감정에 개입하지 않는, 자칫 무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간결한 문장은 역설적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끌어낸다. 책장을 덮고도 시원의 초원을 달리던 말들이 들려주는 땅의 노래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책에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과 말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붙여 놓았다. 작가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사람의 이름은 한 글자로 말의 이름은 두 글자로 지었다. 더불어 독자가 소설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이야기가 전개되는 전체의 공간을 옮겨 놓은 지도를 수록하고 있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지도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과 말

앞에
·초
·단

달 너머로 달리는 말
1. 초승달
2. 말과 사람
3. 이마가 빛나는 말
4. 안개와 무지개를 토하는 말
5. 재갈
6. 전운
7. 새벽 강물 위로 사라지는 왕
8. 돌무더기
9. 탈출
10. 몸과 몸
11. 즉위
12. 월
13. 잠자는 악기
14. 진짜와 가짜
15. 왕자
16. 유생
17. 바람
18. 삼등마
19. 벌레
20. 불
21. 몰락
22. 꿈
23. 땅의 노래
24. 말터
25. 버려짐
26. 재회
27. 길

뒤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모든 공과 모든 수는 죽음과 삶 사이를 가른다. 그러므로 공에서 수로, 수에서 공으로 쉴 새 없이 넘나드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 엎어지고 뒤집히는 틈새를 사람의 말로는 삶이라고 부른다.
--- p.23

산맥 위로 초승달이 오르면, 말 무리는 달 쪽으로 달려갔다. 밤은 파랬고, 신생(新生)하는 달의 풋내가 초원에 가득 찼다. 말들은 젖은 콧구멍을 벌름거려서 달 냄새를 빨아들였고, 초승달은 말의 힘과 넋을 달 쪽으로 끌어당겼다. 한 마리가 달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모든 말이 소리를 토해내며 달려갔다. 말들의 울음소리는 날카롭게 치솟았다. 말들은 한없이 달렸다. 초승달은 가늘었고 빛에 날이 서 있었다. 초승달이 희미해지면 말들은 사라지는 달을 향해 소리를 모아 울면서 더욱 빠르게 달렸다. 초승달이 지고, 달 진 어둠에서 흐린 별이 보일 때까지 말들은 달렸다.
--- p.48

해가 수평선 쪽으로 내려앉고 바다와 하늘이 붉어지면, 비혈마들은 저무는 해를 향해서 달려갔다. 노을은 빛 속에 어둠을, 어둠 속에 빛을 품으면서 어두워졌다. 비혈마들은 어둠에 잠겨가는 마지막 빛을 향해 더욱 빨리 달렸다. 소멸하는 빛에 비혈마들은 조바심쳤다. 말들의 눈동자에 저무는 빛이 번득였다. 밤에 말들은 해안에 당도했다. 말들은 고개를 들어서 인광이 부서지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해안에서 말들은 건너갈 수 없는 저쪽을 향해 높이 울었다. 말들의 이마에 박힌 흰 점에서 빛들이 흔들렸다. 새벽에 말들은 초원으로 돌아왔다.
--- p.70

전쟁의 조짐은 신기루와 같았으나, 희뿌연 것이 더 확실히 세상을 사로잡았다. 백성들이 가을걷이를 서둘러서 들을 비웠고, 곡식을 항아리에 담아서 땅에 묻었다. 젊은 군장들은 닥쳐올 싸움에 가슴이 설레었고, 군장의 젊은 아낙들이 그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 p.94

산 자는 죽은 자를 이길 수 없었다. 죽은 자는 이미 죽었기에 죽일 수가 없었고, 죽어 널브러지고 문드러진 자세로 산 자를 조롱했다. 죽은 자는 산 자의 영광에 침을 뱉고 있었다. 적병과 아군의 시체가 뒤엉켰지만, 죽은 자에게는 산 자의 칼이 닿지 않았다.
--- p.115

아기손꽃은 요의 신기로 피어났는데, 영험한 능력이 있어서 이 꽃에 다친 몸을 비비면 상처가 아물고 어혈이 풀렸다고 부락민들의 이야기는 전한다. 팔풍원 전투에서 다친 군병과 말, 개들이 아기손꽃 위에서 한나절씩 뒹굴고 나면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걸어갔다고 한다.
--- p.128

야백은 성벽의 순찰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앞 다리가 땅에 닿기 전에 뒷다리가 땅을 차서 몸은 무게를 버린 듯이 빠르게 흘러나갔다. 네 다리는 몸을 공중으로 띄울 뿐, 몸이 스스로 나아갔다. 재갈과 안장이 없이, 방향도 없이, 사람을 태우지 않고, 야백은 순찰로가 끝나는 상양성의 끝까지 달렸다. 별이 깔려서 눈이 내리는 듯했고, 야백의 이마 빛에 푸른 서슬이 돋아났다.
--- p.148

이 유역의 눈은 물기가 많이 배어서 촐싹거리지 않았다. 눈송이는 무겁고 알이 굵어서 땅에 내려앉을 때 갈잎에 바람 스치는 소리를 냈고, 눈 쌓이는 소리가 설원에 가득 차서 밤새 수런거렸다. 눈 오는 저녁이면 아이들은 일찍 잠이 들었는데 사람들은 눈 쌓이는 소리가 아이들을 쓰다듬어 재운다고 말했다.
--- p.169

말을 타고 달릴 때 말이 몰고 가는 모든 힘은 말 탄 자의 창끝에 한 점으로 집중되었다. 집중은 빛나고 강력했다. 닥쳐오는 힘이 지나간 힘을 끌어당겼고, 지나간 힘은 닥쳐올 힘과 합쳐지는 순간에 다시 살아나서 창끝의 힘은 늘 살아 있는 현재였다.
--- p.196

근본 없는 백성들이 버섯처럼 돋아나서 마을들을 이루었다. 다스림이 헐거웠으나 풍속은 순했다. 땅 힘이 두텁고 비바람이 부드러워서 초목의 결실이 넉넉했고 짐승들이 때맞추어 털갈이를 하였다. 문자가 없어서 쓰거나 읽지 못했으므로 말로 전하는 이야기들이 어지러웠으나 지나간 일들이 살아 있는 자들을 가두지 않았다. 월은 나라가 아니므로 월의 지경(地境)이 어디까지인지를 말할 수 없다.
--- p.246~24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달의 뒤편을 탐사하듯, 긴장으로 가득한 문장과 경이의 상상력!

이야기의 무대로 가상의 시대와 공간, 그것도 아득하고 막막한 시원(始原)의 한 지점을 설정했다는 것 자체가 이전의 소설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제까지 김훈의 소설이 ‘역사’가 아닌 ‘존재’에 초점이 맞춰있기는 하지만, 그 존재는 대게 당대에 발이 묶인 자들이었다. 이 소설은 당대성의 족쇄가 풀린 채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찍이 고유하고 확고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서는 파격이라 할 시도이며, 문학적 도전이기도 하다.

시원의 공간은 역사를 신화로 환원한다.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던 이병주의 말을 빌자면, 이 이야기는 햇빛에 드러난 지나간 사실로서의 세계가 아니고 달빛이 어른거리는 상상의 세계이다. 작가는 상상의 공간에 숨결을 불어넣고 이야기에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완전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낸다. 노년에 이른 작가의 상상력은 그 어떤 젊은 작가의 소설보다 활달하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물론 자연과 동물에 대한 묘사까지 살아 숨 쉬듯 정교하다. 우리가 본 적이 없는 달의 뒤편을 그려내듯, 작가는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독자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낸다.

이야기의 발단은 이렇다. 대륙을 가로지르는 강의 이름은 나하(奈河). 이 강을 사이에 두고 북으로는 초(草), 남으로는 단(旦) 나라가 소수부족들을 통합해 지배 세력을 형성한다. 초는 초원에서 이동 생활을 하는 유목 집단이다. 문명의 부산물들은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문명을 등진 채 육체의 힘에 기대어 야생의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성을 쌓지 않고 신전과 무덤이 없으며, 문자를 배격한다. 반면, 단은 땅에 들러붙어 소출에 기대어 사는 농경 집단이다. 문자를 숭상하며 거대한 왕궁을 짖고 전각을 세운다. 결코 화합할 수 없는 이 두 세력 사이에 전쟁과 일상은 구분되지 않는다. 전쟁은 숙명과도 같고 잔혹했다.

문명과 야만의 뒤엉킴에 저항하는 생명의 힘

작가의 작품 속에서 전쟁은 생소하지 않다. 임진왜란(『칼의 노래』), 병자호란(『남한산성』), 신라의 가야정벌(『현의 노래』) 등이 그 예다. 이 소설에서도 전쟁은 매우 주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수평적 세계관과 수직적 세계관으로 상징되는 유목과 농경의 서로 다른 가치관이, 야만과 문명의 화합할 수 없는 이념이 부딪치는 처절함 속에서 세상과 인간은 공허한 민낯을 드러낸다. 작가와의 대화에서 “문명과 야만은 지금도 뒤엉켜 있다”고 했거니와, 이 전쟁을 문명의 탈을 쓴 현대의 야만성에 빗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근사한 이념으로 포장되건 인간의 욕망이 발흥하는 곳에 아수라가 펼쳐지기 마련이다. 작가는 그것에 저항하는 ‘생명의 힘’을 그리려 했다.

등장인물의 사사로운 감정에 개입하지 않는, 자칫 무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간결한 문장은 역설적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대상에 대해 모자르지도 초과하지도 않는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짧고 단호하며 비장한 문체와 긴박한 구성, 속도감 있는 전개는 독자를 종횡무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작가는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야만과 문명, 신념과 현실, 생명과 자유에 대해 탐색한다. 책장을 덮고도 시원의 초원을 달리던 말들이 들려주는 땅의 노래가 깊은 울림을 남기는 소설이다.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말〔馬〕’을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말은 힘이 강하고 성품은 강인하며 외모는 아름답다. 말은 문명과 야만의 동반자였다. 나는 인간에게서 탈출하는 말의 자유를 생각했다. 말 두 마리, 야백과 토하의 최후는 미리 설정했다. 이 말 두 마리는 인간에게 끌려다니면서도 저항한다.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여러 번 철거와 재공사가 있었다.

초(草)와 단(旦)은 문화와 풍습, 사람들의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정반대다. 두 나라를 구상할 때 참고한 역사 속 나라가 있는가?
모델로 삼은 고대국가나 시대는 없다. 거칠게 말해서, 초는 유목적이고 단은 농경적이다. 세계를 인식하는 바탕도 다르다. 인간집단 사이 적대의식의 뿌리와 전개 과정을 나는 늘 의아하게 여긴다.

무엇을 더 쓸 작정인가?
여생의 시간을 아껴서 사랑과 희망, 인간과 영성, 내 이웃들의 슬픔과 기쁨, 살아 있는 것들의 표정에 관해서 말하고 싶다.

eBook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10.0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김훈의 세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R*****^ | 2021.05.2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김훈. 아주 오랫동안 나의 마음을 무너뜨린 작가. 김훈이란 이름 앞에선 한없이 약해졌다. 그 감정이 너무 진해 버거워 한동안 책을 덮었다. 이 책은 도저히 궁금했고 다시 김훈의 글을 마주했다. 각오를 하고 숨을 고르며 김훈의 세계에 들어갔다.고대에 가상의 두 나라가 있다. 유목민으로 글을 사용하지 않는 '초'나라와 문자로 역사를 기록하는 '단'나라다. 초의 '시원기', 단의 '단;
리뷰제목
김훈. 아주 오랫동안 나의 마음을 무너뜨린 작가. 김훈이란 이름 앞에선 한없이 약해졌다. 그 감정이 너무 진해 버거워 한동안 책을 덮었다. 이 책은 도저히 궁금했고 다시 김훈의 글을 마주했다. 각오를 하고 숨을 고르며 김훈의 세계에 들어갔다.

고대에 가상의 두 나라가 있다. 유목민으로 글을 사용하지 않는 '초'나라와 문자로 역사를 기록하는 '단'나라다. 초의 '시원기', 단의 '단사'라는 역사서를 기초로 썼다고 밝히며 시작한다. 두 나라의 풍속과 여러 인물들의 서사가 차갑고 건조하게 묘사되고, 두 나라는 필연처럼 전쟁을 한다. 목, 표, 연, 칭, 황, 추, 요 등 중요 인물들이 나오지만,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아름다운 두 마리 말?이다. 초승달을 향해 달려가는 신월마 '토하'와 목덜미에서 피를 흩뿌리며 달리는 비혈마 '야백'의 이야기.

김훈의 소설은 새로운 세계를 들어가는 느낌이 들게 한다. 김훈이란 명패가 붙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김훈만의 독특한 세계가 펼쳐진다. 너무도 깊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독자를 홀리며 그 세계에 취하게 한다. 어떤 SF보다 더 판타지적이다. 김훈이 말?을 조명하면 이런 글이 나오는구나...

마지막 토하와 야백의 모습은 처연하고 숙연하고 슬펐다. 말?을 그리고 있으나 나의 모습일 것 같고, 말이나 사람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죽음의 모습에 쓸쓸해진다. 잘 벼린 칼로 예리하게 그러나 무심하게 베듯 써내려간 글에 감성이 상처 받는 것 같다가 쓸쓸한 감성의 글에 가슴이 내려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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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달 너머로 달리는 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s******c | 2020.07.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김훈 작가의 새 책이다. 올해 들어서만 김훈 작가의 책을 몇권 읽으면서 더더욱 좋아하게 되었으니 새로운 책을 안읽을 수가 없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흑산>과 같은 책들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쓴 소설이기에 독자가 소설을 소설로 읽지 않고 사실로 읽을까 염려한 까닭인지 서문에 “이 책은 소설이다”라고 쓰여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제목
김훈 작가의 새 책이다. 올해 들어서만 김훈 작가의 책을 몇권 읽으면서 더더욱 좋아하게 되었으니 새로운 책을 안읽을 수가 없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흑산>과 같은 책들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쓴 소설이기에 독자가 소설을 소설로 읽지 않고 사실로 읽을까 염려한 까닭인지 서문에 “이 책은 소설이다”라고 쓰여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는 이게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그런 면에서 조금 다르다. 누가 봐도 허구인 소설이다. “나하”라는 지명 때문에 혹시나 일본의 오키나와를 잠시 떠올리기도 했으나 아무 관계없는 허구의 지명임을 곧 알게 된다.

말이 주인공이다. 심지어 말이 인간과 사랑을 나눈다. “재갈”이라는 것을 말만 들었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원리가 궁금하여 찾아보기까지 했다. 말은 앞니와 어금니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 그리로 재갈을 물린다. 그러면 말은 그 재갈을 입안에 물고 평생 살게된다. 그 상태로 먹고 마신다. 그 재갈을 통하여 잇몸으로 등에 앉은 사람과 소통을 한다. 말이 주인공이다 보니 말 입장에서 재갈을 당기는 힘을 어떻게 느끼며 고삐를, 그리고 박차를 차는 사람의 허벅다리 힘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달릴 때 말이 땅을 어떻게 느끼는지 등에 대한 묘사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사실적인지 마치 말에 실제 빙의해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지경이다. 김훈 작가의 섬세한 관찰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것이다.

김훈 작가의 문장에는 중독성이 있다. 올해에만 수필과 소설 여러권을 읽고 보니, 그 특징이 눈에 보인다. 짧게 짧게 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이 매우 잘그려진달까. 대사나 감정 묘사가 매우 건조한 듯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세게 감정을 건드린다. 똥에 대한 잦은 언급, 교접에 대한 무심한 묘사, 길에 대한 독특한 시각 등도 눈에 띈다.

길지 않아 순식간에 읽어버리곤, 햇반 하나가 애매하게 모자라 입맛을 다시며 어쩔줄 모르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책속으로]

소리는 공간을 지나서 시간 속으로 사라졌는데, 들리지 않아도 아주 사라지지는 않았고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시간과 공간 속을 흘러갔다.

수와 공은 다르지 않고 공과 수는 서로를 포함하면서 어긋난다. 모든 공과 모든 수는 죽음과 삶 사이를 가른다. 그러므로 공에서 수로, 수에서 공으로 쉴 새 없이 넘나드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 엎어지고 뒤집히는 틈새를 사람의 말로는 삶이라고 부른다고 『시원기』에 적혀 있는데, 수네 공이네 죽음이네 삶이네 하는 언설들은 훨씬 게을러진 후세에 기록된 것이다.

어린 날의 놀라움은 크고 깊었다. 살아 있는 것이 다들 제각각이라는 놀라움은 두려웠고, 설레었고, 세상은 아득했다. 다 제각각이라면 인간의 무리는 대체 무엇이고 왕은 어째서 왕인가.

초의 군독들은 말을 해야만 말을 알아듣는 아둔한 자들에게만 말로 지시했다. 말을 해야만 알아듣는 자들은 말을 해도 결국 알아듣지 못한다고 초의 군독들은 한탄했다.

이 유역의 눈은 물기가 많이 배어서 촐싹거리지 않았다. 눈송이는 무겁고 알이 굵어서 땅에 내려앉을 때 갈잎에 바람 스치는 소리를 냈고, 눈 쌓이는 소리가 설원에 가득 차서 밤새 수런거렸다.

지나간 길이 어디로 흘러간 것인지, 다가오는 길이 어디로 이어진 것인지 야백은 기억할 수 없었다. 길은 지나가고 있는 동안만의 길이었다. 야백은 다가오고 또 지나가는 길을 가고 또 갔다. 가고 나면 길이 또 흘러와서 야백은 제자리를 맴도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으나, 야백은 가고 또 갔다.

물건과 물건 사이에 물건이 아닌 것이 끼어드는 더러움을 초의 선왕들은 경계했고, 돈몰한 목왕도 그 가르침을 받들었다. 금붙이로 곡식이나 땅을 사고팔게 되면 곡식도 땅도 아닌 헛것이 인간 세상에서 주인 행세를 하게 되고, 사람들이 헛것에 홀려 발바닥을 땅에 붙이지 못하고 둥둥 떠서 흘러가게 되고, 헛것이 실물이 되고 실물이 헛것이 되어서 세상은 손으로 만질 수 없고 입으로 맛볼 수 없는 빈 껍데기로 흩어지게 될 것이라고 선왕들은 근심했다.

불길은 바람의 대열에 올라타서 흘러갔다. 바람이 불길을 몰아가면 불길이 바람을 끌어당겼고, 바람이 불보다 먼저 당도한 자리에서 마른풀은 출렁거리면서 불을 받았다. 불티가 날려서 밤하늘을 덮었다.

어둠 속에서 불길이 흔들리자 어둠이 흔들렸다. 빛과 어둠이 바람 속에서 뒤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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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건) 한줄평 총점 9.0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3점
독특한 맛은 있는데, 계속 열거만 되어 있어 지루한 느낌도 듭니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d**********a | 2020.08.10
구매 평점5점
김훈 작가님의 작품은 무조건 구매합니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플래티넘 처**럼 | 2020.07.02
구매 평점5점
구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h*****e | 202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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