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행동이 무대 위에 선 마리오네트라면 무대 뒤편에서 그들을 조종하는 것은 바로 뇌다.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뇌는 그것을 이루는 신경구조와 호르몬의 작용으로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작동한다. 이러한 다름은 개인 성격이 되기도, 습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성격과 습관은 한 사람을 규정짓는 정형화된 패턴이기에, 잘못된 성격과 습관을 바로잡고자 할 때 주로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에만 관심을 쏟는다. 예를 들어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게으름을 피우거나, 눈치 없이 행동하는 등 의식의 그물에 걸린 것들 말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현상을 한 꺼풀 들추고 들어가면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패턴을 만드는 뇌를 만난다.
--- p.5, 프롤로그_[뇌과학이 내 삶을 변화시킨다] 중에서
사람의 뇌는 이십 대 초중반에 정점을 찍은 후 나이가 들어갈수록 퇴화한다. 퇴화라는 말이 나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뇌는 더 이상 발달하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신경세포가 사멸하고 시냅스 간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기능이 떨어진다.
그런데 뇌 기능이 떨어지는 데도 순서가 있다. 뇌는 뒤쪽의 후두엽에서 앞쪽의 전두엽 순으로 완성된다. 뒤쪽에 있는 시각피질은 어린 시절에 이미 완벽하게 발달하지만, 전두엽은 사춘기가 지나서야 겨우 완성된다. 하지만 퇴화할 때는 그 반대로 이뤄진다. 뇌의 가장 앞쪽에 있는 전전두엽부터 시작해서 점점 뒤로 가면서 퇴화하는 것이다. 전전두엽은 CEO 역할을 하는 장소로 이곳이 퇴화하는 것은 전반적 인지 기능이 저하하는 것을 의미한다.
--- pp.20~21, [나이 든 사람일수록 말이 안 통하는 이유] 중에서
배움은 때가 있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나이 들면 무언가를 배우기 어렵다고 여기고 지레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그건 옳지 않다. 젊은 사람보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뇌 변화가 쉽게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일 뿐, 뇌가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든 사람도 어떻게 뇌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뇌를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바꿀 수 있다.
나이 먹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 젊은 사람이 한 달이면 배우는 것을 나이 들면 서너 달이 걸려야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할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비록 늦더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뇌는 평생 변한다. 변하지 않는 뇌는 없다.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쪽으로 혹은 나쁜 쪽으로 변할 뿐이다.
--- p.77, [배움은 정말로 때가 있을까?] 중에서
뇌과학은 아직도 발전 중에 있는 학문이다.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00년대 후반이고 뇌 전체를 100이라고 했을 때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10~20 정도밖에 안 된다. 물론 그 이전에도 뇌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뤄져 왔다. 하지만 아직도 밝혀내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고 따라서 기술 발전에 따라 지금 아는 것이 언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지 알 수 없다. 과학 분야 중에서 확언할 수 없는 유일한 분야가 뇌과학이다.
뇌에 대해서 가장 많은 오해를 하는 것이 좌뇌는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고 우뇌는 감성적 사고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사람은 좌뇌가 발달하고, 미술과 음악을 잘하는 사람은 우뇌가 발달했다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뇌를 분석해 보면 예술가 중에서도 좌뇌를 더 많이 쓰는 좌뇌형 인간이 있고, 과학자 중에서도 우뇌를 더 많이 쓰는 우뇌형 인간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 pp.101~102, [좌뇌는 논리적이고, 우뇌는 감성적일까?] 중에서
가끔 타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왜 그렇게 짜증을 내?” 또는 “무섭게 정색을 하고 그래?”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내가? 짜증 낸 적 없는데?”라거나 “언제 정색을 했어?”라며 반문하곤 한다. 혹시 그런 경험이 있는가? 만일 꽤 자주 있다면 ‘자기인식’이 낮은 것이다.
자기인식이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인식이 뛰어난 사람은 현재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 충분히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퉁명스럽게 대하면서도 스스로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지적받으면 자신이 언제 그랬냐며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자기인식이 뛰어난 사람은 자기 몸 안에서 일어나는 심장 박동과 혈류 흐름, 각종 장기 상태의 변화 등에 예민하다. 자기인식이 뒤처진 사람은 그러한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겨우 눈치를 챈다.
--- pp.132~133, [나는 내 감정 상태를 잘 알고 있을까?] 중에서
인간의 모든 신체감각은 뇌의 심층 변연계 안에 있는 시상 부위를 지나간다. 시각, 청각, 미각, 통각, 촉각 등 외부에서 받아들인 모든 감각 정보는 시상을 거친 후 필요한 정보라고 판단되는 내용들에 한해서만 그 정보를 담당하는 대뇌피질로 전달된다. 하지만 모든 법칙에 예외가 있듯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후각만큼은 시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후각피질로 전달된다. 그 이야기는 후각이 가장 강력한 감각 정보라는 것이다. 후각 기억은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기 때문에 한번 기억한 냄새는 절대로 잊히지 않는다.
--- p.210, [땀 냄새에 위험 신호가 담겨 있는 걸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