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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꼬마 철학자가 산다

우리 집에는 꼬마 철학자가 산다

: 철학적 대화로 두 꼬마의 사고력을 키운 6년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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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22g | 152*225*15mm
ISBN13 9791188915392
ISBN10 1188915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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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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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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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리 거창한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아이가 나를 위해, 그리고 유치원 친구들을 위해 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런 마음과 행동들이 모여 훈훈함이 쌓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곳을 온기로 채우리라.
--- 「1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필요한 것」 중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른들이 자주 하는 칭찬의 말이 ‘잘’과 ‘못’의 굴레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잘 그렸네.’ ‘잘 만들었네.’ 따라서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와! 멋지다.” 하고.
--- 「2부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는 엄마」 중에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픈 것은 참고 뒤로 미뤄야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비로소 깨달았다. 나의 행복도 소중히 여기고 챙겨야 함을. 그것이 진정으로 아이를 잘 키우는 것임을. 그렇게 키운 행복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 「3부 소중한 나의 행복을 위하여」 중에서

작은 인형 같은 아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게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내 마음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아이의 배려는 어른의 그것보다 몇 배나 더 크고 따사로웠다.
--- 「4부 작은 인격체에게 배우다」 중에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마음을 진정시켜야 할 때 집어 드는 것이 있다. 책이다. 그날은 공자의 지혜가 담긴 《논어》를 꺼냈다. 공자처럼 높은 수준의 지혜를 지닌 사람의 말은 간결하다. 한 문장이나 단어 몇 개만으로도 엄청난 무게와 힘을 담고 듣는 이의 가슴에 자석처럼 달라붙는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임해야 할 태도에 대한 공자의 말이 내게는 단비 같았다. 그 말을 종이에 적어서 거실 벽 시계 옆에 붙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선이 가는 곳이다.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와 물었다.
“엄마, 그게 뭐야?”
“얘들아, 엄마가 《논어》 좋아하는 거 알지? 거기에 나오는 말이야. 따라 해볼래?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낯선 말이라면 일단 따라 하고 보는 두 호기심 요정들. 긴장 어린 표정으로 한 글자씩 발음하다가 발음이 꼬여서 멋쩍게 웃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다.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온전히 발음하는 데 성공했다.
“옳지. 잘했어. 이 말의 뜻은 ‘내가 싫어하는 거 다른 사람한테 하지 않기’야(원래는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바꿨다). 라온이는 누가 라온이 장난감 빼앗으면 좋겠어? 안 좋겠어?”
“안 좋아.”
“그렇지? 그러니까 라온이도 로운이 손에 있는 장난감 뺏으면 안 되는 거야. 알겠지?”
“응.”
“로운아, 로운이는 누가 로운이한테 소리 지르면 좋아? 안 좋아?”
“안 좋아.”
“그렇지? 그럼 로운이도 앞으로 형아한테 소리 지르지 않고 부드럽게 말하기. 알겠지?”
“응.”
“그래, 그래. 그게 바로 기소불욕물시어인이야. 참 멋진 말이지? 내가 싫어하는 거 다른 사람한테 하지 않기! 자, 기소불욕물시어인이 무슨 뜻이라고?”
“내가 싫어하는 거…… 사람…… 뭐였지?”
“천천히 따라 해 봐. 내가 싫어하는 거…….”
내가 적당한 길이로 끊어서 천천히 말해주니 아이들이 따라 했다. 눈을 크게 뜨고 조심스레 발음하는 모습이 마치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같았다. 그러기를 몇 번. 마침내 문장 전체를 또박또박 발음했다. 그날 이후, 나는 틈나는 대로 뜻을 물었고, 아이들은 우렁차게 답했다. 어떤 때는 자신감에 넘쳐서 속사포 랩처럼 막힘없이, 빠른 속도로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기소불욕물시어인’이라는 말에 익숙하게 된 덕분에 달라진 풍경이 있다. 둘이 서로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면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얘들아, 방금 그 행동은 ‘기소불욕물시어인’을 실천한 걸까? 아닌 걸까?”
이 짧은 몇 마디만으로도 두 형제는 씩 웃고 하던 행동을 멈춘다. 그야말로 짧지만 굵은 훈육이 가능하게 되었다.
--- 「'기소불욕물시어인'이야」 중에서

아이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에 대해 어른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의연하게 지켜보다 보면 때가 찾아온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아내기에 적절한 때가. 그런 면에서 보면 내가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이 다행스럽다. 좋게 말하면 느긋한 것이지, 느리다고도 할 수 있다(성격이 급한 나의 친정엄마는 내 행동을 답답해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는 느림이 도움이 된다.
덕분에 나는 갑자기 손을 빠는 라온이를 보며 섣불리 판단하지도, 녀석을 채근하지도 않았다. 염려를 키우지 않고 기다린 끝에 자연스럽게 문제의 원인을 알아냈다. 그리고, 아이 눈높이에 맞는 해결책도 찾았다.
“아무래도 세균이 맛있나 보네. 원래 몸에 안 좋은 것들은 맛있는 거지.”
“그래?”
“응. 사탕이랑 젤리도 엄청 맛있잖아. 안 그래?”
“그래.”
홀로 생각에 잠긴 라온이의 표정을 보니 더는 손을 빨지 않으리란 예감이 들었다. 이 순진하고 귀여운 엉뚱 천사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그나저나 손가락을 빨면 정말 맛있는 맛이 날까? 라온이 못지않게 나도 뭐든 맛있게 잘 먹는 편이다. 녀석이 보지 않을 때, 나도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어 봤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 「여섯 살이 갑자기 손가락을 빠는 이유」 중에서

라온이와 로운이는 엄마가 작가임을 잘 알고 있다. 내가 갑작스레 글을 쓰고 싶어 하면 배려할 줄도 안다. 가끔은 상황극 놀이를 즐기면서 나를 따라 하기도 한다. “잠깐만요. 제가 지금 글 좀 써야 하거든요. 곧 갈게요.”라면서. 진지한 얼굴로 탁자 위를 열 손가락으로 빠르게 두드리는 모습은 중견 작가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엄마가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는 녀석들에게 이제는 말해주고 싶어졌다.
“얘들아, 엄마가 왜 작가가 되었게?”
“몰라.”
둘은 이구동성으로 답하자마자 나를 빤히 쳐다봤다. 몹시도 알고 싶어 하는 표정으로.
“엄마의 아빠…… 그러니까 할아버지께서 아주 아프셨다고 했잖아. 그때 많은 사람이 할아버지를 낫게 하려고 얼마나 노력해줬는지 몰라. 아주 먼 곳에 사는데도 찾아와주고, 밤늦은 시간까지 잠도 안 자고 도와줬었지. 할아버지 건강에 좋은 음식을 공짜로 준 사람도 있었고. 엄마한테는 계속해서 힘내라고 해줬어. 그런데 말이야 그 사람들이 사실은 우리 가족을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니었거든. 그야말로 남이었는데, 마치 자기 아빠를 위한 일인 것처럼 도와줬던 거야. 엄마가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세상이 정말 아름답고 따뜻하구나.’였어. 그리고 다짐했지. 나도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래서 작가가 된 거야. 읽고 나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글을 쓰려고. 어때?”
“좋아!”
내가 걸어가고자 하는 삶의 길에 대해 말할 때면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차오른다. 아이들이 내 얘기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열정만큼은 전해졌으리라.
--- 「직업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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