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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의 도전

: 경의선공유지 운동의 탄생, 전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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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하루 : 빈센트 반 고흐 반투명 유리머그 / 북파우치
10월 전사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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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6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412g | 152*215*20mm
ISBN13 9791191383041
ISBN10 119138304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국유지는 ‘국가 소유의 사유지’가 아니다!

서울 공덕역 1번 출구 옆, 경의선 철길이 있던 넓은 공터에는 한국의 다른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하고 기이하며 색다른 느낌의 공간이 고급 고층 아파트 숲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서울의 26번째 자치구”란 도발적 표어로 자신을 규정하던 ‘경의선공유지’다.
2015년부터 2020년 5월 초 ‘강제적인’ 자진 철거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경의선공유지에는 예술가, 상인, 문화활동가, 빈민, 연구자 등이 각자 나름의 이유로 모여 벼룩시장, 문화공연, 세미나, 독서토론회, 어린이 놀이터, 체육대회 등을 통해 공간, 자원, 지식, 이익, 가치를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커먼즈(commons) 실험을 펼쳐왔다. 국유지는 ‘국가 소유의 사유지’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경의선공유지 운동이 품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의식이었다. 국유지에 국가의 법적 소유권이 설정되어 있다고 해서 국가가 전적으로 국유지를 이용하고 변형하며 수익을 창출할 권한을 갖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비록 이 실험은 국가권력의 압력에 의해 끝났지만, 경의선공유지에서 펼쳐진 실험과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상상이 한국사회와 도시에 던진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의미는 매우 크다.
이 책은 한국에서 커먼즈 운동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된 경의선공유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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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지금 왜 커먼즈인가?

1부 탄생
1. 성장연합, 신자유주의, 그리고 경의선 공원화 / 김보경, 박배균
2. 국(공)유지, 무엇(누구)을 위한 땅인가? / 정기황
3. 연트럴파크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 임은정

2부 전환
4. 주거권 운동의 관점으로 본 경의선공유지 운동과 도시 커먼즈 / 최성문
5. 경의선 프로젝트 ‘마포 이노베이션 파켓’ - 늘장 / 콜라(박현진)
6. 26번째 자치구와 공유지 운동 / 김상철
7. 경의선공유지 관리의 내재적 모순과 도전 / 박인권, 김진언, 신지연
8. 경의선공유지의 탈주선들 / 안새롬
9. 커먼즈 아상블라주와 일상생활의 정치 / 솔방울커먼즈(김지혜, 최희진)

3부 상상
10. 대담 : 경의선공유지를 넘어서 / 이승원 정리

저자 소개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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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유지는 현재 약 23%다. 이중 약 65% 이상이 임야이다. 이런 한국 토지 제도의 문제점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2005년 대한민국정책브리핑에서는 “싱가포르(81%)나 이스라엘(86%), 대만(69%), 미국(50%) 등은 국유지가 50% 이상 넘지만 우리나라는 겨우 30%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국유지는 대부분이 임야와 도로·학교 등 공공시설 용지로 이용되고 있으며 공공 부문이 소유하고 있는 도시 용지 보유 비율도 0.1%에 불과해 택지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국가별로 토지 정책이 달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대체로 국유지 비율, 지방자치정부 공유지 비율, 비영리단체 등 공동체의 공유지 비율을 포함해 40% 내외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은 지방자치정부나 비영리단체 등의 공유지가 매우 낮은 국유지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서 그 비율이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2014년 여의도 8.3개에 달하는 국유지를 매각했다. 한국의 사유지는 상위 2.7%가 59%, 상위 27%가 99%, 하위 40%는 0%, 중위 33%가 1%를 소유하고 있다. 공유지를 확보하고 공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지속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의 공기업은 사업 적자를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국유지를 매각하거나 대기업의 상업적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유지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 역할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투기와 주택 문제는 국유지가 제 역할을 온전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pp.57~58

또한 퍼블릭이 ‘일련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 한 우리가 한 점유는 사실상 공공 규칙 위반이 되어버리고 만다. 퍼블릭인 공공성은 그것 자체로 현상을 유지하는 힘이며, 혁신보다는 보수의 힘에 가깝다. 퍼블릭을 벗어나 커먼즈로 넘어가는 맥락에는 한 번도 명시적으로 토론한 적은 없지만, 활동 감각을 통해서 인식한 퍼블릭의 한계가 놓여 있다. “그래도 법은 지켜야 하지 않는가”라는 공공기관과 합리적 시민들의 질문에 우리가 왜 법을 어기면서까지 이 부지를 지키려고 했는지 퍼블릭의 관점에선 설명하기 힘들다. 이미 익숙한 퍼블릭의 과정에서는 “당신들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지역주민들이나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반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거기가 얼마짜리 땅인데, 이렇게 무용하게 차지하고 있는가?’라는 퍼블릭의 경제적 관점 앞에서는 거의 격침 직전의 난파선이 되어버리고 만다.
---pp.128~129

경의선공유지는 기존 시민 개념에 복종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미에서 시민에 대한 시민불복종이었다. 많은 운동이 노동자, 세입자, 장애인, 여성, 자연 등에 적용되는 불공정한 정책이나 제도를 두고 당사자의 권리를 주장한 반면, 경의선공유지는 권리를 주장하는 자리에 시민 혹
은 인간 일반을 놓고 질문했다. 시민을 넘어서려는 경의선공유지는 생산자로서 더욱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의미의 시민을 구상하고 공유지와 시민의 관계를 재구성하고자 했다. 시민이 공유지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제안하고 논의하고 같이 풀어”가며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 만들어주고 관리해주면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고 관리하면서 주인이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p.194

그래서 저는 경의선공유지 운동을 실패라고 단정하기보다, 오히려 이 운동이 우리 사회에 훨씬 더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경의선공유지 운동과 같은 활동 때문에 최근 제도권에서도 커먼즈 정책이 다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도시 커먼즈 개념을 적용한 도시 모델을 연구 중이고, 서울시에서도 3기 공유도시 기본 계획에 커먼즈 개념을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경의선공유지 운동이 없었다면 쉽게 가능했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이 운동이 실패가 아니라, 비록 장소에서 쫓겨나 아쉽긴 하지만, 운동의 가치는 오히려 더 멀리 퍼져나갔고 더 많은 울림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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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커먼즈 운동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된 경의선공유지 이야기
서울 공덕역 1번 출구 옆, 경의선 철길이 있던 넓은 공터에는 한국의 다른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하고 기이하며 색다른 느낌의 공간이 고급 고층 아파트 숲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서울의 26번째 자치구”란 도발적 표어로 자신을 규정하던 ‘경의선공유지’다.

2015년부터 2020년 5월 초 ‘강제적인’ 자진 철거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경의선공유지에는 예술가, 상인, 문화활동가, 빈민, 연구자 등이 각자 나름의 이유로 모여 벼룩시장, 문화공연, 세미나, 독서토론회, 어린이 놀이터, 체육대회 등을 통해 공간, 자원, 지식, 이익, 가치를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커먼즈(commons) 실험을 펼쳐왔다. 비록 이 실험은 국가권력의 압력에 의해 끝났지만, 경의선공유지에서 펼쳐진 실험과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상상이 한국사회와 도시에 던진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의미는 매우 크다.

경의선공유지 운동은 한국사회 최초의 조직적이고 가시화된 ‘커먼즈’ 운동이었다. 이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회운동 가운데 경의선공유지 운동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이 운동은 민주화 이후 주거권 운동에서 발견되는 분화와 단절에도 불구하고 경의선시민행동이라는 연합 조직을 구성해 공동으로 점거 운동을 벌였으며, 공간 점거를 통해 개발을 막았다. 경의선공유지는 국유지이며 이미 계발 계획이 나온 곳이라서 공권력에 의한 진압과 해산은 충분히 예상되었다. 그러나 점거는 4년여에 걸쳐 이뤄졌다.

이 책은 시민의 자율적인 점거 운동(스쾃)이자 대안적 도시 운동인 경의선공유지 운동에 담긴 의미를 커먼즈 차원에서 종합하고 기록했다.

국유지는 ‘국가 소유의 사유지’가 아니다


경의선공유지 운동은 국유지인 경의선 철도 부지 개발 사업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국유지는 국유재산법상 ‘(제3조 1항)국가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게 사용되어야 하지만, 경의선공유지 철도 부지는 대기업이 쇼핑몰, 호텔 등으로 개발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 했다. 이는 한국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의 국·공유지는 합법적으로 대부, 매각, 개발을 통해 (공적)사유화에 사용되어왔다. 민자 역사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1987년부터 법의 최대 허용치인 30년 사용권을 대기업에 주었고, 사용권이 만료(2017년)된 뒤에는 법 개정을 통해 20년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유지가 총 50년 동안 한 대기업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국유지의 이용과 관리를 결정할 권한이 전적으로 국가에 귀속되어 있다는 사실은 경의선공유지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의식 중 하나였다. 경의선공유지는 국유지에 국가의 법적 소유권이 설정되어 있다고 해서 국가가 전적으로 국유지를 이용하고 변형하며 수익을 창출할 권한을 갖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유지는 ‘국가 소유의 사유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근대 패러다임의 주권 국가, 절대적 소유주 국가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근대 주권 국가는 재산권을 가진 개별자로 구성된 세계, 곧 국유지와 사유지로 이분화된 세계를 구상하면서 국유지에 대한 유일한 주권자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한다. 근대 주권 국가의 틀에서 국가는 국유지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고 언제든 처분(민영화)할 수 있다. 또 그에 반하는 공동체의 권리 주장에 대해 ‘불법’이란 딱지를 붙여 공동체를 주권 국가의 적으로 삼는다. 근대 주권 국가의 관점에서 경의선공유지는 국가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적이다.

국유지에 대한 절대적 소유권을 갖는 근대 주권 국가 체계에서 국유지의 운명은 온전히 정부의 역량에 좌우된다. 그런데 경의선공유지에서 보기에 정부는 지역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대기업의 영리 활동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국유지를 이용하고 있었다. 국유지가 공익적 기능보다는 정부의 수익 창출과 자본의 축적 활성화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경의선공유지는 경의선공유지추진위를 구성해 대기업 중심의 국유지 개발 계획을 대신하는 ‘대안 공유지 계획’을 서울시 및 마포구에 제안하고 협의하고자 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 마포구가 본격적인 철거 압력을 행사하면서 무산되었다.

국가의 소유권을 침해한 적으로서 경의선공유지는 2019년 7월 마포구에 의해 포위되었다. 마포구청 직원들로 구성된 인간 펜스가 경의선공유지 부지를 둘러쌌고, 철거 장비를 실은 차량이 경의선공유지 부지로 진입하려고 했다. 국가가 스스로의 소유권 영역을 확인하고 재영역화하는 작업이었다. 경의선공유지는 “펜스(fence) 말고 팬(fan)”, “마포구청 이제 그만 시민의 편이 돼주라” 등으로 대응하며 국유지의 소유주 국가의 의미를 넘어서고자 했다. 그러나 정부는 소유권을 행사하는 법적 대응을 취해 경의선공유지를 해산시켰다.

경의선공유지 운동은 실패했는가

2019년 정부는 국토교통부를 원고로 해서 36억 원에 달하는 소송을 경의선공유지에 건다. 대외적으로 모든 공간 내 시설물에 대한 처분권을 양도받은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뿐만 아니라 개별 공간 사용자들까지도 소송 대상에 포함되었다. 단체만 소송 대상이 되었다면, 정부가 주장하는 피해가 가상이며 오히려 국유지를 방치한 책임이 정부 측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우해 소송에 참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 사용자까지 대상이 된 터라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결국 경의선공유지 운동은 2020년 5월 스스로 문을 닫았다. 한때 그 독특한 아우라로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상품화된 도시 공간에 질식되던 사람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공기를 불어넣던 경의선공유지는 이제 철제 펜스로 가로막힌 삭막한 공간으로 변했다.

현실적으로 경의선공유지에서 커먼즈 운동을 지속하는 것은 실패했다. 운동이 경의선공유지에서 지속될 것이라는 바람 또한 실패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실패로 볼 수 있을까? 경의선공유지 운동은 실패보다 긍정적인 부분들이 훨씬 더 많았다. 국유지 무단 점거라는 행위가 벌어진 경의선공유지에서는 이전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굉장히 새로운 화두가 많이 던져졌다. 토지의 사유화가 과연 옳은가, 도시 공간의 투기적 사유화에 대한 비판과 경종, 사유화 대신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같은 화두를 사회에 던졌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이 화두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 되었던 것 같다. 국회의원, 정부, 그리고 연구자도 마찬가지였다.

경의선공유지 운동은 한국사회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준비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경의선공유지 운동과 같은 활동 때문에 최근 제도권에서도 커먼즈 정책이 다뤄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도시 커먼즈 개념을 적용한 도시 모델을 연구 중이고, 서울시에서도 3기 공유도시 기본 계획에 커먼즈 개념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비록 장소에서 쫓겨나기는 했지만, 운동의 가치는 오히려 더 멀리 퍼져나갔고 더 많은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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