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병원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살다가 한반도의 작은 남한 땅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남태평양에서 맞이한 공기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어. 신선한 공기, 색다른 음식, 황홀한 노을까지, 모든 게 낯설게 다가왔어.
** 생각해보니 내가 그동안 살고 있던 곳은 나의 작은 세계였더라고. 나는 그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했지. 그곳에서 배운 말, 그곳에서 배운 문화, 그곳에서 경험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그런데 많은 시간을 이동해서 본 하늘은 분명 달랐고, 그곳에서 본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 서 있었던 거지. 우리는 혹시, 매일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환경을 보며 그것이 마치 세계의 전부인 양 좁은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닐까?
** 네가 원석이라는 생각엔 변함없단다. 남들과 다른 방법을 선택한 용기는 정말 멋진 거야. 남들처럼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한 보석의 길이 아니라 원석 그 자체로 밝게 빛나고 아름다운, 너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진심으로 응원할게.
** 진로 선택은 나에게 맞는 친구를 만드는 일이기에, 적절한 선택과 준비가 필요한 거야. 그리고 그 진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고민들을 조금은 덜었으면 좋겠어. 당장 선택하는 모든 것들이 평생 너의 운명을 결정할 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어떤 친구가 네 곁에 있으면 좋을지 천천히 찾아봐.
** 지금 너의 고민이 네가 되고, 진로란을 잘 못 적어도 그것이 네가 되고,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어도 그것이 다 너이니, 그냥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야. 지금 너의 특기란에 무언가를 써넣어야 한다면, 특기가 되길 희망하는 것을 넣으면 되잖아? 그리고 진로란에 무엇인가를 넣어야 한다면 네가 지금 이 자리에서 상상할 수 있는 너의 미래를 써넣으면 되는 거고.
** 하지만 우리는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듯 조연도 엑스트라도 될 수 있어.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인생이라는 시나리오 속에서 괴로워하며 항상 주인공의 역할만 붙들고 있기보다,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온갖 걱정과 스트레스로 힘이 들고, 이 세상이 너한테 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세상에 때로 너 혼자인 것만 같은 외로움이 가슴에 사무치기도 해. 하지만 네가 힘들어하는 그 모든 것들, 이 세상 모두가 그 고통을 공감하고 너를 응원하고 있어.
** 너의 잠재성이 뭐든지 간에, 그 잠재성을 찾아내는 것에 너무 얽매이진 말았으면 좋겠어. 너는 뭐든지 시도할 수 있고 뭐든지 이뤄낼 수 있는 시간과 열정도 있잖아. 여러 가지 일들에 부딪히다 언젠가 분명해지는 것이 있으면 ‘드디어 찾았다!’라고 외칠 수 있겠지. 보물찾기를 하는 과정 속에서 좌절보다 성장의 기쁨과 재미를 더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그리고 어떤 대상을 사랑하기 이전에 너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성적이든 성격이든 네가 가진 무언 가와 상관없이 말이야.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해. 자신을 사랑해야 만, 사람이든 공부든 주어진 환경을 사랑할 마음이 생기거든.
**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을 찾아 돌아 돌아가는 존재들이야. 어린 시절부터 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을 분명히 알고 가는 사람은 드물어.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그곳을 향해 에둘러 가는 중인지도 몰라.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