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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남자

이달의 남자

: 머무르지 않은 인연들이 남긴 유의미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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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랑 에세이 top2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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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00g | 128*188*14mm
ISBN13 9788925588384
ISBN10 8925588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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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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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 그런 놈들 꼭 한 명씩 있더라.”
“너도 그런 적 있어?”
“응. 나 예전에 소개팅한 남자. 소개팅 후로 두 번째 만날 때까지 완전 무슨 남친이라도 된 것처럼 맨날 연락하고, 오늘은 뭐 했네, 뭘 먹었네 보고를 다 하더라니까. 그것도 매일매일. 그런데 두 번째 데이트 이후에 연락이 뚝 끊기더라고. 아니 싫으면 싫다고 왜 말을 못 해? 그냥 인연이 아닌 것 같다, 그쪽이랑 나는 안 맞는 것 같다고 정중하게 말하는 게 예의 아니야? 그냥 연락 두절이 뭐야.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그러게. 그 말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근데 더 웃긴 건 그 사람이 그러고 나니까 내가 마치 바람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야. 아니 지가 먼저 좋다고 난리 칠 땐 언제고 그렇게 뚝 끊어버리니까, 사귄 것도 아닌데 차인 것처럼 기분이 더럽더라고!”
--- p.38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열 번을 찍든 백 번을 찍든 스크래치 하나 남지 않는 나무도 있는 법이다. 그걸 인정하는 게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본인도 어떤 이유에서든 누군가에게 거절당할 수 있다는 사실과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나는 그에게 ‘어떤 사정이 있어 만나지 못 한다’가 아니라 ‘당신을 만나기 싫다’라고 정확히 말했어야 했다. 때로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친절과 호의를 이성의 호감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굳이 예의 차린답시고 에둘러 말하지 말 것. 거절의 뜻을 명확하게 밝혀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할 것. 그리고 때로는 내가 누군가에게 이토록 모질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또한 뼈저리게 느낀 3월이었다.
--- p.58

“싫어.”
“왜?”
“이건 좀 아니잖아. 우린 서로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또 전화로는 좀 …….”
“어차피 사귀어 보기 전까지는 시험 치르기 전이랑 똑같아. 아무리 공부 열심히 해봤자 시험 치르기 전까지는 점수를 알 수 없는 거잖아. 안 그래?”
일리가 있는 말이다. 타인과 어떤 밀접한 관계가 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사귀고 나서조차 상대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는데, 하물며 썸 단계에서 알아봤자 뭘 알 수 있겠는가. 그래도 이건 좀 이르다. 그의 호감을 확인할 수 있어서 열렬히 내적 삼바를 추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나름의 철칙이 있다. ‘사귀자’는 말과 ‘헤어지자’는 말은 반드시 대면해서 할 것. 다음 만남 때 그가 또 고백하면 그땐 받아줄 용의가 있다. 아주 충분히 넘치게 오브 콜스 of coures 있다.
--- p.82

다만 우리의 연애는 롤러코스터와도 같았다. 쿵짝이 잘 맞을 때는 한없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가 싸우기라도 하는 날에는 지옥이 따로 없었다. 아주 사소한 것들도 전쟁의 불씨를 지폈다. 서로를 많이 아끼고 배려했지만 정작 아주 사소한 말투 하나, 행동 하나에 실망하고 서로를 나무랐다. 싸울 때는 내일이 없을 것처럼, 남보다 못한 사이인 것처럼 죽자 살자 달려들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연애를 바로 그와 내가 하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지친 건 그였다. 롤러코스터가 아무리 재미있다 한들 1년 365일 내내 타면 사람이 견딜 수가 없는 법. 그가 먼저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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