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해보지만 그때뿐이고 나아지는 것 없이 도돌이표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와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지고 전쟁이 돼버린 나날들…. 대한민국 학부모 대다수가 나와 같지 않았을까? 실제로 또래 아이를 둔 친구며 후배와 통화를 하다 보면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의 학습 과정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것도 문제지만, 그동안 잡아놓은 생활습관과 공부습관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그보다 더 애간장을 태웠다. 엄마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10년 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눈앞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것만 같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놀기만 했을까? 컴퓨터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딴짓을 하면서 마음이 편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공부를 하긴 해야겠는데 학교를 안 가니 도저히 공부할 마음이 안 들고, 침대를 보면 자꾸만 눕고 싶고, 도저히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아이들의 항변 또한 일리가 있었다. SBS 스페셜 〈혼공시대〉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과 내 딸 같은 아이들을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이었다.
---p.10, 「프롤로그_방법을 알면 혼자 공부할 수 있다」 중에서
외부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 사회적 환경의 영향으로 혼자 있을 때보다 집단 속에 있을 때 수행의 능률이 더 높아지는 것을 바로 ‘사회적 촉진 효과’라고 부른다.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외부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 때문에 ‘공부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칠판 앞에서 나를 지켜보는 선생님의 시선과 함께 공부하던 주변 친구들이 사라지니 비로소 원래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사실 공부를 한 게 아니라 ‘공부하는 척’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p.20, 「Chapter 1_우리 아이가 혼공을 못 하는 이유」 중에서
2020년 6월 모의고사에서 중위권의 비율은 현저히 줄어든 반면, 최상위권 비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최종결과 격인 수능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된 영어 영역에서 1등급 학생의 비율은 12.66%로 지난해 수능보다 7.43%나 늘어났고, 또 다른 절대평가 과목인 한국사 영역 역시 1등급 비율을 받은 학생이 지난해보다 14%나 증가했다. 최상위권은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비밀은 혼공 시간에 있었다. 등교와 학원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아이들에겐 자습시간이 늘어났다. 상위권 학생들은 늘어난 자습시간에 자신에게 부족한 공부를 찾아서 했을 것이다. 위기 속에서 상위권 학생들은 오히려 효과적인 학습을 했고, 중위권 학생들은 이전까지 받던 관리나 통제, 혹은 타인의 도움이 줄어들면서 하위권으로 떨어진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학력 저하’를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 나타난 것은 학력 저하가 아니라 ‘학력 격차’였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더 잘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실력이 더 떨어지고 말았다.
---pp.42-43, 「Chapter 1_우리 아이가 혼공을 못 하는 이유」 중에서
시간관리를 잘 못하는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욕심껏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그걸 해내려다가 금세 지치고 만다는 것이다. 정민이가 딱 그렇다. 의욕이 넘쳐서 자신을 과신하는 경향 때문에 계획이 계속 어그러졌던 것이다. 의욕적으로 계획을 잔뜩 세워놨는데 막상 해보니까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려서 힘들었던 경험을 누구나 다 해봤을 것이다. 정민이는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해서 계속해서 이런 상황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는 계획을 세우는 정확한 기술을 아직 익히지 못한 탓이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푼다면, 두 페이지에 몇 시간이 걸리는지 스스로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이고 감정조절을 잘하기 때문에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의욕이 가득해서 기분이 좋으면 그 충만함에 취해 계획을 감정적으로 세운다는 것은 단점이다. 이를 ‘감정적 추론’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계획을 이성이 아니라 감정으로 세운다는 뜻이다.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에 의존해서 계획을 세우는 연습을 하면 과도한 계획과 계획의 어그러짐이라는 도돌이표에서 벗어날 수 있다.
---pp.86-87, 「Chpater 2_혼공 프로젝트가 필요한 아이」 중에서
시험 볼 때의 세윤이처럼 마치 뇌가 정지되는 것 같은 이러한 현상을 노규식 원장은 ‘얼어붙은 뇌’라고 표현했다. 순식간에 뇌가 얼어붙으면서 삐거덕거리고 잘 돌아가지 않는 현상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 뇌 속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처럼 뇌가 얼어붙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선생님을 붙여줘도 아무리 책상 앞에 오래 앉아서 공부해도 별 효과를 볼 수 없다.
이는 그 어떤 씨를 뿌려도 얼어붙은 땅에서는 싹이 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겨울에 땅이 얼어붙어 있으면 제아무리 귀한 꽃씨를 뿌린다 한들 무슨 소용일까. 그렇다면 세윤이의 얼어붙은 뇌를 어떻게 하면 녹여줄 수 있을까?
---p.121, 「Chpater 2_혼공 프로젝트가 필요한 아이」 중에서
공부만큼 중요한 것이 휴식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공부만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쉴 때 확실히 쉬어야 공부할 때 더 집중력이 살아나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진세령 학생도 수업시간과 자습시간에는 최대한 집중해서 공부하고 쉬는 시간, 점심시간, 저녁식사 시간에는 무조건 쉬었다. 공부가 안 될 때도 억지로 붙잡고 있기보다는 잠깐 쉬면서 머리를 식혔다. 공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휴식을 취할 때는 뇌를 쉬게 하는 활동을 주로 했다. 집중을 하면 뇌도 지치기 때문에 쉴 때는 되도록 머리를 쓰는 활동은 하지 않았다.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잡담을 하면 뇌가 쉴 수가 없다.
---p.163, 「Chapter 3_명문대 학생들의 혼공법」 중에서
대표적으로 과목을 자주 바꿔가며 공부했다. 수학을 공부하다가 지겨워지면 영어를 하고, 영어를 하다가 지겨워지면 암기과목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리듬감을 줬다. 잠이 오거나 긴장감이 떨어졌다 싶으면 장소도 바꿨다. 방에서 공부가 잘 안 되면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지상 주차장에서 찬바람을 맞으면서 단어를 외우기도 했다. 이 방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자세라도 바꿔서 공부했다.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할 때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다가 좀이 쑤시면 기마자세를 하거나 아니면 바닥에 무릎을 대고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공부하기도 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공부 자세가 특이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공부시간, 공부 과목 등을 촘촘하게 계획하고 거기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는 학생이 많은데, 이처럼 과목이나 장소, 자세 등을 융통성 있게 바꿔보는 것도 집중력을 유지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p.177, 「Chapter 3_명문대 학생들의 혼공법」 중에서
“엄마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본질입니다. 그 모든 답은 ‘학습’이라는 두 글자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학습’의 본질을 알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일단 ‘학습’이라는 단어부터 풀이해보자. 배울 학(學), 그리고 익힐 습(習). 배우고 익히는 것, 그것이 바로 학습의 진정한 의미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건 배움의 과정이다. 그리고 배우고 난 후에는 반드시 ‘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습’의 과정이야말로 배움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다. ‘학’과 ‘습’이 합쳐져야 비로소 공부가 완성된다. 고로 학원을 열심히 다녔지만 혼자 공부하는 시간은 없었다면 그건 공부를 반만 한 것과도 같다. 그러니 성적도 반만 나올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뛰어난 족집게 강사의 강의라도 듣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그건 그 강사의 지식일 뿐이지 내 아이의 지식이 되지는 않는다. 그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혼공이고 혼공은 ‘습’의 영역이며, 공부에 있어 필수적이다.
---p.195, 「Chapter 4, 시크릿 혼공코드」 중에서
최소한 하루 세 시간은 혼공에 투자해야 비로소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 내 것으로 완전히 소화된다. 그래서 조남호 코치는 하루 세 시간을 ‘매직 아워’라고 부른다. 시험기간이나 방학 때를 말하는 게 아니다. 평소 학기 중에 학교를 다니면서 학원과 인강을 제외하고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이 최소 세 시간은 돼야 원하는 성적을 얻을 수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이 원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혼공 시간 먼저 확보해둔 뒤에 학원 스케줄을 짠다.
공부 잘하는 철수를 예로 들어보자. 철수는 과학 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사회 성적이 좀 아쉬워서 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에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사회 학원에 등록하려고 보니, 아무리 시간을 쪼개봐도 혼공 시간 세 시간이 나오질 않았다. 철수는 고민 끝에 과학 학원을 잠시 중단하고 사회 학원에 다니기로 결심했다. 혼공 시간 세 시간을 딱 정해놓고 남는 시간에 학원을 고르는 것, 이것이 바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패턴이다.
---p.214, 「Chapter 4, 시크릿 혼공코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