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아르카지치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정직한 인간이었다. 자기의 본심을 속여 가며 ‘지금 나는 나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고 억지로 생각할 수는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는 34세의 잘생긴 사나이이며 다정다감하고 자신이 죽은 두 아이까지 치면 7명의 아이를 낳았고, 자기보다 1살밖에 젊지 않은 아내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미안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아내의 눈을 더 잘 속일 수가 없었던 것만이 후회스러웠다.
‘아아, 끔찍해! 아아, 이거 정말 못 견디겠는데!’
스테판 아르카지치는 그렇게 혼자 되뇔 뿐 아무 묘안도 생각해 내지 못했다.
--- p.13, 「결혼 생활」 중에서
“만일 말씀대로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계시다면, 부디 내 마음이 편하도록 해 주세요.”
안나는 속삭였다.
브론스키의 얼굴에는 기쁨의 빛이 뚜렷이 떠올랐다.
“내게는 당신이 생활의 전부라는 것을 설마 모르시지 않겠지요? 나는 안정이라든지 하는 것을 모르니 당신에게 드릴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나의 사랑이라면 기꺼이 드리겠습니다. 내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이제 나는 당신과 나를 따로따로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당신과 나는 하나입니다. 앞으로도 당신이나 내게는 안정이라는 것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단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절망과 불행이냐…… 아니면 행복의 가능성이냐 하는 가능성뿐입니다. 그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일까요?”
그는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 p.162, 「정염」 중에서
“키티는 말이에요. 지금 자기가 바라는 것은 고독과 평안뿐이라고 쓴 편지를 보냈어요.”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에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가 말했다.
“그래서 어떻답니까, 건강은 좀 좋아졌습니까?”
레빈은 가슴을 두근거리며 물었다.
“덕택으로 아주 좋아졌답니다. 나는 그 아이가 가슴을 앓는다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래요? 저도 참 기쁩니다!”
레빈은 말했다.
그 순간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그의 얼굴에 어딘지 애처롭고 안쓰러운 표정이 떠오른 것처럼 생각되었다.
--- p.239, 「시험대」 중에서
“아아, 당신은 마침내 저를 당신 것으로 만드셨어요. 전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당신의 것이에요.”
안나는 그의 두 손을 잡아 자기의 가슴에 대고 말했다.
“역시 이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거예요!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이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 비로소 그것을 깨달았소.”
그는 말했다.
“정말 그래요. 그렇지만 여기에는 뭔가 무서운 일이 있을 것만 같아요.”
안나는 차츰 얼굴이 창백해지면서도 브론스키의 얼굴을 두 손으로 껴안고 말했다.
“아니오, 모든 것은 끝났어요. 모두 다 지나가 버린 겁니다. 우리는 틀림없이 행복해집니다!”
그는 고개를 들고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안나는 그의 말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의 사랑이 담긴 눈길에 대해서 미소로 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나는 그의 손을 잡고 그것으로 자기의 차가워진 볼이며 짧게 친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게 했다.
--- p.354, 「사랑의 얼굴」 중에서
‘분명히 저이는 질투를 하고 있었어! 우리 저이는 어쩌면 그리도 귀여운 바보일까! 질투심을 다 갖다니! 그런 사람은 요리사 표트르나 다를 바 없이 생각한다는 것쯤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그녀는 생각했다. 키티는 그녀 자신도 이상한 일이라고 여겼지만 남편의 뒷머리나 붉은 목덜미가 마치 자기 것인 양 느껴졌다.
‘일에 방해가 되면 안 되겠지만, 하지만 괜찮을 거야! 잠깐이라도 좋으니 저이 얼굴이 보고 싶어.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못 느끼시나? 이쪽을 좀 돌아다봐 주면 좋겠는데 잠깐이라도!’
키티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더 크게 뜨고 강한 눈길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자들은 단물은 모두 자기들이 빼 먹고 허위의 빛을 내뿜고 있는 거야.”
레빈은 쓰던 손을 멈추고 중얼거렸다.
--- pp.378~379, 「불가해한 신비」 중에서
10월에 카신 현에서는 귀족들의 선거가 있었다. 이 현에는 브론스키나 스비야쥬스키, 코즈느이쉐프, 오블론스키 등의 영지가 있고 레빈의 영지도 조금 있었다. 이 선거는 여러 가지 사정이나 이것에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의 면모로 해서 세상의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갖가지 소문들이 퍼지고 사람들은 선거 준비에 몹시 바빴다. 지금까지 선거에 한 번도 얼굴을 내민 적이 없는 모스크바나 페테르부르크 사람들뿐 아니라, 외국에 가 있는 사람들까지도 이 선거를 위해 모여들었다.
브론스키는 벌써 오래전부터 이 선거에 참가하기로 스비야쥬스키와 약속을 하고 있었다. 선거가 임박해 오자 보즈드비젠스코예를 자주 찾아다니던 스비야쥬스키가 브론스키의 저택에 들렀다.
--- pp.470~471, 「현실」 중에서
그날 밤 안나는 그의 마차가 멈추는 소리도 그가 울리는 벨 소리도 그의 발소리와 하녀와의 말소리도 듣고 있었다. 그는 하녀의 말을 그대로 곧이듣고 더 물어보려고도 하지 않은 채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따라서 모든 것은 끝나 버린 것이다.
그러자 그녀의 가슴을 잠식하고 있던 사악한 정신이 부추기던 죽음이, 그의 가슴에 자기에 대한 사랑을 되살려 주고 그를 벌주고 그를 상대로 계속해 온 이 싸움에 승리를 가져오는 유일한 수단인 죽음이, 분명하고 생생하게 그녀 앞에 나타났다.
‘죽음이다!’
안나는 생각했다. 그녀는 이상한 공포에 휩쓸려,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오랫동안 분간하지 못했고 두 손은 떨려 와 성냥을 찾아낼 수도 다 타버린 초 대신에 새것에 불을 켤 수도 없었다.
‘아냐, 역시 살아야지! 나는 그이를 사랑하고 있는걸!’
안나는 생명을 되찾은 기쁨의 눈물이 두 볼에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 p.525, 「불안한 영혼」 중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6주 동안 그 아이는 아무와도 말을 하지 않았어요. 먹는 것도 제가 빌고 또 빌어서 겨우 조금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니 단 1분도 그 아이를 혼자 놓아 둘 수가 없었답니다. 자살에 소용될 만한 것은 모두 빼앗아 치워 놓았지요. 우리가 아래층에서 지내고 있다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항상 조마조마한 상태였어요. 당신도 아시겠지만 그 아이는 전에도 그 여자 때문에 권총 자살을 하려던 일이 있었으니까요.”
노부인은 그렇게 말하더니 당시의 일이 생각나는지 눈썹을 찌푸렸다.
“그래요, 그 여자는 당연히 끝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일을 한 거예요. 그런 여자에 어울리는 죽음을 택했지요. 그 여자는 죽을 때도 얄궂고 비천한 죽음을 택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남을 심판할 자격은 없습니다, 백작 부인. 그야 그 사건이 부인께 대단한 괴로움을 드렸다는 것은 저도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만.”
코즈느이쉐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 pp.554~555, 「이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