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08월 01일 |
---|---|
쪽수, 무게, 크기 | 1456쪽 | 1774g | 116*197*113mm |
ISBN13 | 9788932921259 |
ISBN10 | 8932921253 |
출간일 | 2021년 08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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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56쪽 | 1774g | 116*197*113mm |
ISBN13 | 9788932921259 |
ISBN10 | 8932921253 |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세트 : MIDNIGHT 세트
31,500원 (10%)
창립 35주년을 맞아 열린책들에서 출간하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세트』는, 특별히 열린책들이 출간해 온 세계문학 시리즈를 바탕으로 세계문학의 중단편 명작들을 엄선 한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꼭 읽어 봐야 할 고전, 그중에서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중단편 고전들을 선정하여 모든 독자들이 독서용으로, 선물용으로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알찬 세트를 만들고자 하였다. 수많은 고전들 중에서도 특히 걸작으로 평가받는 대표작 총 20권의 작품을 엄선했으며, 10권씩 두 세트로 구성하였다. 각 권의 권말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는 작품 소개와 작가 연보를 실었다. 특별히 작품의 개성과 분위기에 따라 '정오'를 뜻하는 『NOON 세트』와 '자정'을 뜻하는 『MIDNIGHT 세트』로 구성하여, 독자들이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하였다. 『NOON 세트』에는 주로 밝고 경쾌하고 서정적인 작품들을, MIDNIGHT 세트에는 주로 어둡고 무겁고 강렬한 작품들을 모았다. 디자인 역시 각 세트의 분위기에 맞춰 각각 낮과 밤에 어울리는 색감으로 감각적으로 디자인했다. 『MIDNIGHT 세트』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 레프 똘스또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기 드 모파상의 『비곗덩어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 안똔 체호프의 『6호 병동』,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이 들어 있다. 저렴한 가격과 아름다운 디자인의 책으로 세계의 대표적인 중단편 명작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변신 프란츠 카프카 | 홍성광 옮김 | p.128 이방인 알베르 카뮈 | 김예령 옮김 | p.176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 김난주 옮김 | p.152 도둑맞은 편지 에드거 앨런 포 | 김석희 옮김 | p.120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똘스또이 | 석영중·정지원 옮김 | p.136 비곗덩어리 기 드 모파상 | 임미경 옮김 | p.136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조영학 옮김 | p.120 죽은 사람들 제임스 조이스 | 이강훈 옮김 | p.128 6호 병동 안똔 체호프 | 오종우 옮김 | p.168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스 | 김석희 옮김 | p.192 |
같은 35주년 시리즈인 noon과 마찬가지로 짧은 중단편으로 되어있어서 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입문하기 좋은 시리즈다. 다만, midnight라는 제목처럼 상당이 음울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지만 문학이란 것이 밝은 부분만 보여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시리즈에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은 지독할정도로 우울하겠지만 그렇기에 순수한 문학적인 감동 그 너머의 것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마음엔 온통 눈만 나리고, 떠난 존재들의 발자욱만 가득 남았다.
희생, 의미 있는, 혹은 의미 없는 죽음이 지나면, 결국엔 추모하는 마음만 남아 존재가 지난 자리를 조용히 대신한다. 슬픔과 슬픔의 묵직한 중량은 오직 아직 남은 자들만이 감당해야하고, 감당할 수 있는 몫이다. 철창에 매달려 휘날리는 노란리본의 색이 빛에 바래고, 더 이상 그 앞에 찾는 이 없어도, 누름돌이 세월의 풍파에 깎여 나가서이지, 모두가 그 날을 잊어서는 아니다. 곁을 떠난 존재는 그렇게 아직, 남은 자들의 일상에 문득이나마 함께한다.
제임스 조이스는 동양에서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20세기 전세계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모더니즘 사조의 선두가 된 작가다. 특히 그의 작품 <죽은 사람들>은 T.S.엘리엇이 단편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은적이 있기도 하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파티가 끝나고 마차를 타고 그들만의 공간으로 돌아온 부부가 있다. 남편은 그녀를 안고 싶어하지만 아내는 심란해보인다. 이윽고 아내는 갑자기 참담해진 심정의 이유를 고백한다. 그녀가 사랑했지만 지금은 세상에 없는 젊었던 어떤 청년에 대한 기억이다. 그는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아내에게 배신감을 느껴하거나 다그치지 않는다. 창밖에는 온통 눈만 내린다. 놀라운 것은 작품의 80프로 분량이 파티와 파티를 구성했던 인물에 대하여 세밀하게 묘사하나 본격적인 부부의 대화는 후반부 20프로 정도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이로써 시끌벅적함 속에서도 떠난 존재에 대한 근본적 그리움과 그의 묵직한 영향력은 지워지지 않고, 이따금씩이나마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점이 두드러지고,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화려한 식탁을 앞에 두고 조용히 그를 추모했을 아내를 상상하며, 내 인생에 들어와 있는, 떠난 자들의 영향력을 가만히 느낄 수 있다. 심장이 아릿하다.
남은 자들의 마음엔 온통 눈만 나리고, 떠난 존재들의 발자욱만 가득 남았다. 떠난 발걸음만은 소복한 눈길 위로, 안온했기를 기도한다. 발자국 위로 또 눈이 오려는지 하늘이 희뿌옇다.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작은 나사 옆에 박힌 작은 나사가 된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나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라고. 수사기관에서 수사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니체의 <선악을 넘어서>를 읽으며, 이 구절을 무심코 지나치기 힘들 것이다.
문제가 되는 사회 현상 또한 마찬가지다. 그 해결을 위해 현상을 너무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현상의 잔상이 망막에 남아, 정작 해결책이 눈 앞을 지나갈 때 알아채지 못하고 놓쳐버리거나, 문제 현상에 익숙해져서 외부 자극에 무덤덤해지게 된다.
다양한 케이스를 맡아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 본연의 어두운 면을 마주치면서 나는 그 면을 너무 오랫동안 들여다보기보다 깊이 보되, 짧게 확인하고, 해결방법에 초점을 맞추기를 버릇 들여 왔다. 그렇게 들여다 보면 노새의 등을 부러지게 한 것은 주인이 올려놓은 한줄기 지푸라기일 때가 많지만, 또한 무너지기 직전의 건물을 버티는 힘이 작은 나사에서 올 때도 있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한 귀퉁이에서는 아주 사소한 악이 모여 거대악이 되어 날뛰기도 하지만, 헐겁고 느슨한 연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대한 방패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존재는 조금씩이나마 서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갈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일부의 성장이나 정체가 전부를 대변할 수도 없다.
이 틈이 벌어져 무너지고 나면, 세상에는 괴물의 심연만 남을 것이다. 그러니 절망의 끝에 남은 것이 더 깊은 절망일지라도. 홀로 남아 외롭게 큰 골조를 견디고 있는 나사 옆에 작은 나사가 되겠다.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의 생전, 생후를 통틀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녀의 대표작으로, 사회 구조적으로, 역사적으로, 지배구조 안에서 피지배자에 해당해왔던 여성이, 어째서 현실을 반영하지만, 현실과는 다른, 문학의 영역에서마저 소외 당해오고, 당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녀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상의 <날개>로 대표되는 의식의 흐름 작문 기법과 모더니즘의 선구자였고, <자기만의 방>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강의에서 시작하여 시야가 흘러가는 대로,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의식을 맡겨서 이 심오한 에세이를 완성한다.
그녀는 소설이나 시를 쓰려면 1년에 5백 파운드의 고정 수입과 문을 잠글 수 있는 방 한 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성별, 인종을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이 조건을 갖추고 작품활동을 하는 것이 왜 여성에게는 더 힘든 일이되는지를 설명하여, 여성이 창작의 영역에서 소외 당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당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지배계급(남성과 이에 편성하는 여성, 혹은 양성 외에 다른 성)이 마치 그것이 여성들의 잘못된 의식이나 행동, 혹은 열등함 때문인 것처럼 대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은근한 비판을 가한다.
'자기만의 방'은 사회 구조적으로, 심리적으로 독립된 영역에서 작품에 몰두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은유적 표현이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문을 닫고 잠가 독립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이야기한다. 셰익스피어라고 해도 초대 받은 모두가 허락도 없이 넘나들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오픈된 공간(예컨대 거실, 응접실)에서 <맥베스> 같은 명작을 써낼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나 경제적, 사회적으로 소외 받고 있는 계층이라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밖으로 내보이기에 거리낌이 있을 것이고, 공간에 타인이 들어차도 작문을 계속 할 수 있을만큼 몰입되는 순간이 오더라도 끝내는 원고를 안전하게 숨겨야할 처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제인 오스틴이나 샬럿 브론테가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도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보다도 더 좋은 작품을 써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한다.
그녀의 작품은 들여다 볼수록 여성 뿐 아니라 소외 받는 모든 사람이 소외 받고 있는 이유를, 그 심연을 보게 되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껴지고, 읽으면서 고통 받게 된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이 아끼고, 끝끝내 읽어내는 이유는 그녀가 한탄에서 나아가 노력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분명히 말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땅 위에 수많은 외로운 혼자들이, 오늘도 자기만의 방에 앉아 글을 읽고, 글을 쓴다. 자기만의 방이 없는 이를 위해 방을 빌려준다. 작은 나사 옆에 박힌 작은 나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