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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 초판종료 ] 창비시선-460이동
권창섭 | 창비 | 2021년 07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5 리뷰 4건 | 판매지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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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14g | 126*200*9mm
ISBN13 9788936424602
ISBN10 893642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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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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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눈이 감겨 뚜세를 만나러 가면
어느새 뚜세도
하나 둘 셋도 사라지고
달이, 달이, 아직 조금은 남아
나는 말하지, “사랑해요!”

내 잠꼬대 속 ‘사랑해요!’를
‘살아야 해요!’로 들었다는 당신에게
--- 「뚜세 러브」 중에서

고양이는 한국어 안에서만 고양이
Cat은 영어 안에서만 Cat
ねこ는 일본어 안에서만 ねこ
(…)
게스트는 게스트인 줄 모르고
호스트만 호스트인 줄 알던 게스트하우스
ねこ 게스트하우스 にほんご
Cat 게스트하우스 English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중에서

장단이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점이란 없으니, 점을 이으면 선이 되고, 면적이 존재하지 않는 완벽
한 선이란 없으니, 선을 쌓으면 면이 되고, 부피가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면이란 없으니, 면을 불리면 공간이 되는데, (…)

완벽한 공간이란 없으니, 우린 이그러진 면도 많았고, 완벽한 면이란 없으니, 우린 잘못된 선을 긋기도 했고, 완벽한 선이란 없으니, 우린 서로를 미워했던 점도 많았는데,
--- 「완벽한 사랑」 중에서

사람이 많이 줄었네
필요가 없잖아
필요하지 않으면 사라져도 되는 걸까
퇴화의 이유는 그것이 필요 없기 때문은 아니야
퇴화를 퇴행적 진화라고 말하는 것은 이상해
나는 눈물이 사라지는 쪽으로 진화했다

뭍에 사는 동물들도 원래 다 물에서 살았대
우리도 다시 물속에 오래 있으면
물고기가 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가능할 것 같아서 한 말은 아니었다

그냥 사람들이 많이 사라져서 한 말이었다
--- 「광화문」 중에서

까스뽈, 가스불, 아무래도 가스불을 끄지 않고 나온 것 같아, 가스불, 그런 것만 같아, 뽈쓰까, 우째야쓰까,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계속 불붙어 있을 것만 같아, 가스불, 크루프니크가 졸아붙고 있을 것만 같아, 크라이시스, 냄비가 달아오르고 있을 것만 같아, 위기를 기회로, 기회를 회기로, 회기를 회귀로, 돌아가야만 하는데, 달려가야만 하는데, (…) 그렇지만 여기는 회기역, 아무리 1호선을 타고 달려도, 바르샤바에 다다를 순 없을걸, 회기가 기회가 된다면, 기회가 위기가 될 수도 있을걸, 졸아붙는 크루프니크를 해결할 수 있을걸, 불타는 바르샤바를 구할 수 있다, 육룡이 나르샤, 봐, 폴란드로 날아가잖아, 포기하지 마라, 불 끌 때까진 불 끈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애초에 그런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면, 그런 일이 시작되지도 않았다면, 바르게 살 수 있었을까, 후회하지 않았을까,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었을까, 없었을까, 어땠을까, 폴란드는 뽈스까, 뽈스까를 거꾸로 읽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 「폴란드는 뽈스까, 거꾸로 하면」 중에서

전복죽입니다, It is abalone rice porridge, 따스한 마음과 마음이 뭉쳐,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게 하는, 이 전복죽입니다, This is abalone rice porridge, 다른 것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다른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야말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너여야만 해, 나여야만 해, 그래야만, 생이 전복죽입니다, Life is abalone rice porridge, 목을 매고 떠난 사람과, 목이 메어 남은 사람이, 뒤엉켜서 울고 있는, 먼저 떠난 사람과, 따라 못 떠나는 사람이, 따로 놓여 웃고 있는, 매생이 전복죽입니다, It is seaweed fulvescens abalone rice porridge, 이전 생에도,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혹은 그, 그다음 생에도 너는 죽는다, 나는 죽는다, 껍데기가 하나뿐이라, 출구는 없어도 입구는 있는,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없는, 매생이 전복죽입니다, Every life is abalone rice porridge, (…) 이번 생에 엉킨 것이, 다음 생에도 엉킬 거예요, 그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Every life has been ruined, Every life was ruined, Every life is ruined, Every life will be ruined, 이건 그저, 그저, 매생이 전복중입니다,
--- 「매생이 전복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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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왜 시를 쓸까? 이런 궁금증도 가져본 적 있다. 사람들은 왜 시를 읽을까? 이제는 안다. 어떤 가려움, 어떤 알쏭달쏭은 시를 쓰거나 읽는 행위를 거쳐서야 잦아들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어떤 맛, 어떤 순환, 어떤 동그라미는 오직 시를 경유해서만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가령, 메로나의 귀퉁이를 혀로 마모시켜 에로나로 만들 때 녹아내리는 맛(「완벽한 사랑」)이랄지, 마라를 말하는 것만으로 혀가 얼얼해지는 자극의 순환(「순환론」)이랄지, 더 큰 케이크 앞에서 더 멀리 둘러앉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동그라미(「펑」) 같은 것들. 시를 통해서만 드러나고 감각할 수 있는 삶의 구체가 있다는 걸, 권창섭의 시집을 읽으며 느꼈다. 그리고 그것에 매료되었음을 고백한다.
- 장류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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