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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지몽

탐라지몽

: 혼자이긴 외롭지만, 혼자 있고 싶은

최가은 | | 2021년 08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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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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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72g | 135*205*14mm
ISBN13 9791187229339
ISBN10 1187229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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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가 기내에 울려 퍼지고 있을 때, 철부지 딸을 한 달이나 외딴 섬에 혼자 보내 걱정 이 많은 부모님에게 ‘나 이제 출발한다. 안녕!’이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핸드폰을 껐다.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한 달 동안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혼자인 적 없던 나, 혼자 제주도에서 괜찮겠지?
--- p.44

현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대헌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그렇게 연락처도 모른 채 헤어졌다. 소개팅이라는 취지엔 맞지 않는 하루였지만, 현진과 대헌 모두에게 그날은 인생에서 특별하고 애틋한 날로 기억되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의 단단한 겉에 숨겨진 여린 속마음을 보게 된 날, 그리고 내 것도 꺼내어준 날. 소개팅에서 하면 안 되는 말들을 모두 해버린 날. 그런 하루는 살아가면서 평생의 위로가 되곤 했다. 나에게 그런 하루가 있었다는 사실로 미소가 번지고 온기가 피어오르는 기억. 다시 스쳐 지나간다면 반갑게 인사하고 싶을 인연.

다음에도, 언젠가, 우리 공항에서 만나요..
--- p.40

그저 스치거나 끝내 모른 채 지나가는 인연이 태반이기 때문에, 한 사람을 알게 된다는 건 모를 수도 있었던 이의 발자취와 생각들을 어루만져볼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 일. 한 권의 책처럼 주의를 기울여 읽어야 하는 일, 한 편의 오래된 영화처럼 투명하도록 따뜻한 일이다. 다시 읽고 싶은 책,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 p.56

사람을 표현할 때 한두 개의 형용사는 너무 비좁다. 그 사람 안에는 수백 겹의 층이 있어 고작 몇 가지 단면을 보았다고 감히 전체를 단정하긴 이르다. 누군가를 겨우 일부 대면했다고 당신은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짓는 일은 오만이지 않을까?
--- p.93

제주 말에 ‘맨드롱’이라는 단어가 있다. 만지기 좋게 따뜻하다는 뜻의 단어인데 그날 숲에서 나눈 대화를 그 말로 표현하고 싶다. 옆에 있는 사람의 내면을 단 한 겹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손을 잡아주고 들어주는 것으로 그의 아름다운 여정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지난 시간 나밖에 몰랐던 내가 소설을 쓰면서 비로소 사람을 더욱더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를 내 안에까지 담고 싶어진 게 내겐 축복이다. 그런 언어들이 쌓여 나도 타인에게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진지한 위로를 선뜻 먼저 건넬 수 있는 사람. 결국은 그 온도가 차가움보다 따뜻함에 머물 러 있는 사람.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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