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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도서관에서 만난 바르트와 사랑에 빠지다
I. 작품은 수용자의 몫 1. 자연을 ‘모방’하는 ‘천재’ 작곡가 고대 예술의 미학적 토대가 된 자연 모방 이론 │ 음악으로 구현한 황금비율 │낭만주의적 감정미학의 출현 2.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의 작품 전체론에 입각한 유기체론 │ 쉥커가 제안한 조성 음악의 근본구조 │ 작품 전체를 좌우하는 사소한 음들 3. 수용자의 “음악하기” 능동적 행위로서 감상의 발견 │ 계산될 수 없는 음악적 시간 4. ‘시간’을 조각하는 수용자 중단하고 후퇴하는 슈베르트 │ 베토벤의 역동성과 크레이머의 다중유도시간 II. 바르트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1. ‘어머니’를 사랑한 포스트모더니스트 『애도 일기』에 각인된 깊은 슬픔 │ 순간을 기록하는 이상적 형식 ‘하이쿠’ │고향 바이욘의 지리적 정체성 2. ‘신화’를 해체시킨 동성애자 신화에 내재된 이데올로기 │ 부유하고 유동하는 주체 3. ‘텍스트’를 해방시킨 중립주의자 쾌락과 관능의 ‘빈 공간’ │ 독서는 육감적 실천이다 │ 바르트가 사랑한 음악가 4. 몸으로 느끼는 아마추어 음악인 행동하는 능동적 주체, 아마추어 │ 연주자의 개입으로 실현되는 악보의 텍스트성 III. 다양한 해석을 품은 악보 1. 악보 속에 감춰진 소리 맛 서양 기보법의 발달 │ 악보에 담긴 작곡가의 메시지 │ 악보에 기보될 수 없는 것들 2. 청중을 매료시키는 연주자 파가니니와 리스트, 연주를 창조하다 │ 고전음악의 새로운 해석 │ 연주자에게 자유를, 음표 없는 악보 3. 다양한 소리를 창출하는 청취자 기악음악을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 │ 청취자의 해석을 기다리는 음악의 목소리│음악을 창조하는 청취자 4. 해석하고 ‘인용’(차용)하는 작곡가 작곡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문학작품 │ 전례곡으로 차용된 다양한 민속노래│ 선율을 훔친 작곡가들 │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IV. 텍스트를 다양한 해석을 품은 악보 1. ‘모방’하고 ‘인용’하는 저자 독자를 휘어잡는 무기, 수사학 │ 모방, 변형, 표절로 재탄생된 문학작품 │ 움베르토 에코의 텍스트 전략 2. ‘상호텍스트성’이 탄생시킨 독자 교차하고 확장되는 의미의 그물망, 상호텍스트성 │ 타자의 발견 │ 독자가 텍스트의 구조를 생산한다 3. 독서를 쓰는 롤랑 바르트 저자중심 비평에 반기를 들다 │ 독자적 텍스트와 작가적 텍스트 │ 『S/Z』를 수놓은 텍스트의 단편들 4. 발자크의 『사라진느』를 다시 쓰는 바르트 텍스트를 재생산하는 5개의 코드 │ 바르트가 분석한 『사라진느』의 발생텍스트 V. 클래식 독서하기 1. 문학(이야기) 속 음악, 클래식 속 드라마 슈테판 츠바이크의 문학과 음악 │ 발자크를 매료시킨 선율들 │ 음악의 내러티브 문법 │ 무조성 음악의 등장 2. 해체되는 성악곡: 게오르게와 쇤베르크 무조 음악의 효시 쇤베르크 [현악4중주 2번] │ 쇤베르크가 재해석한 게오르게의 시, [공중정원의 책] 3. 바르트에 의해 해체된 클래식 아! 어디선가 들어 본 선율이: 슈베르트 “도플갱어” │ 여기 왜 이 ‘음’이?: 베토벤 [피아노3중주 No. 5 D장조 Op. 70 No. 1](유령Ghost) │ 갑자기 등장한 ‘불협화음’의 정체는?: 브리튼 [존 단의 신성한 소네트 Op. 35] 에필로그: 우리에게 리모콘을 준 바르트! … 참고문헌 찾아보기 |
저김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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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는 누군가가 자신이 기능하도록 도와주기를 원하면서 독자에게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협력 활동을 요구한다. 텍스트는 빈 공간들, 채워야 할 틈새들로 짜여 있으며 텍스트를 표명한 사람은 그것들이 채워지기를 예견하고 빈 공간으로 남겨 둔다. 실현되어야 하는 것으로서의 텍스트는 불완전하다. 이러한 (읽혀지는) 텍스트의 공간은 모든 점에서 (고전적인) 악보와 비교된다.
--- p.131 작곡가의 손에서 벗어난 악보는 더 이상 작곡가의 작품이 아니며, 이 악보를 받아든 연주자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연주활동은 미완성을 완성으로 이끄는 작업으로서 재생산이 아닌 생산활동이다. --- p.151 청취자는 자유롭게 모든 연관성을 동원하여 자신이 듣는 것을 이해하려 하고, 그 음악과 다른 종류의 음악,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연결시키려 한다. 연주와 관련된 청취자의 유형은 간단하지만, 음악작품과 청취자의 연관성은 미묘하다. --- p.167 |
음악 해석의 다양한 공간들
작곡가가 마지막 음표를 찍는 순간 오선지 위의 음표와 쉼표들은 더 이상 작곡가의 것이 아니며 그 생명력은 수용자에게 전가된다. 바흐의 작품을 연주하는 글렌 굴드의 다채로운 연주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까? 바로크 음악을 낭만시대 악기인 피아노로 연주하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는 굴드의 연주는 듣는 이에게 감동을 안긴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을 허용하는 연주에는 환호하면서, 왜 음악 분석에서는 작품을 중성화시키는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가? 형식에 치중하는 전통 방식의 분석은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작곡가 중심 분석으로 청취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지 않는 강제성을 띠고 있다. 연주자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음악 해석 역시 융통성 있는 다양한 관점과 방식이 충분히 가능하다. 음악 해석의 주체로서 청취자의 발견 작품 이해의 기준을 수용자의 심미적 경험에 두는 바르트식 수용미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음악의 역사는 텍스트의 역사와 흡사하다. 각각의 음악작품은 고유한 생명력과 역동성을 가지며, 이러한 다이내믹성이 청취자들에게 스릴, 당혹감, 기대 등의 다양한 감정을 전달한다. 음악을 청취하는 동안 청취자가 느끼는 감정은 음악 자체의 감정이 근본적으로 변형된 형태로서 결코 동일할 수 없다. 음악 안에서의 감정 전이가 청취자 개인의 감정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곧, 청취자들에게 들려지는 음악작품은 작곡가들이 창조한 것이 아니다. 음악 듣기는 독서와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청취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음악의 시간은 물리적 시간뿐 아니라 청취자의 심리적 경험으로 축적된 체험의 시간을 포함한다. 독서와 마찬가지로 음악 역시 수용자가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해석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텍스트’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바르트 텍스트 이론의 적용 : [존 단을 위한 신성한 소네트] 저자는 이 책에서 바르트식 음악 해석의 구체적 사례로 20세기 영국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존 단을 위한 신성한 소네트]를 분석하였다. 이 작품은 ‘죽음’을 주제로 한 9곡으로 구성된 연가곡인데 처음(두려움의 대상으로서의 죽음, b단조 모드)과 끝(죽음에 대한 승리, B장조 모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가 180도 바뀐다. 화성 진행과 조성 체계만으로 작품의 전체적 윤곽을 분석하는 전통 방식으로 이 작품을 분석하려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저자는 전통적 분석 방식과 함께 단의 소네트와 브리튼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여러 형태의 수수께끼들(해석학적 코드)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다양한 몰핌을 통해 다시 살펴보았다. 마디와 소절에서 나타나는 음정의 변화를 민감하게 곱씹으며 음미하는 바르트식 접근 방법을 통해 이 작품을 ‘발생텍스트’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