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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7
이 책을 읽기에 앞서 13 음악 형식과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프롤로그 21 제1번 교향곡 41 18세기에 보내는 작별 인사 제2번 교향곡 63 이 혁신이 없었다면 ‘영웅’은 없었다 제3번 교향곡 ‘영웅’ 89 하늘과 땅을 뒤흔들 연주 제4번 교향곡 129 두 거인 사이에 놓인 가녀린 그리스 소녀 제5번 교향곡 ‘운명’ 153 이렇게 운명은 문을 두드린다 제6번 교향곡 ‘전원’ 189 자연으로 치유하는 꿈의 시간 제7번 교향곡 219 교향곡으로 돌아가려는 열망 제8번 교향곡 253 하늘에서 뚝 떨어져 마음속에 들어앉은 악장 제9번 교향곡 ‘합창’ 279 미래 세대를 위한 유토피아 에필로그 327 옮긴이의 말 340 참고자료 약어 목록 참고문헌 찾아보기 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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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명의 목을 꽉 움켜쥐겠어. 녀석은 절대 굽히지 않고 나를 완전히 짓밟고야 말 테니까.”
5번 교향곡 서두에서 우리가 듣는 것은 사실상 이 문장의 물리적 현현이다. 자신의 연약함,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연약함에 저항하는 베토벤의 몸짓을 청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 제시부 첫머리에서 그리고 이어지는 첫 악장 전체에서 주제적 내용과 화성의 범위는 넓은 조성 영역에서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다 벗어던진다. 이렇게 하여 베토벤은 삶과 죽음의 근본적인 현안에 상징적으로 맞서는 작품을 만든다. ―156쪽, 제5번 교향곡 ‘운명’ 중에서 하지만 어떤 것도 교향곡 작곡가로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그의 근원적인 소망을 덮지는 못했다. ‘영웅’에서 ‘전원’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그였다. 1809년의 주요 스케치북에 베토벤은 새로운 교향곡 악상들을 적었고, 그중에는 대단히 두드러지고 독창적인 것도 있었지만, 그는 어느 것도 살을 붙이고 다듬어서 완전한 악곡이나 악장 초안으로 만들지 않았다. 어쨌든 교향곡에 대한 그의 열망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마침내 그는 1811년 가을에 훗날 7번이 되는 A장조 교향곡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224쪽, 제7번 교향곡 중에서 재현부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하다. (중략) 베토벤은 원숙해지면서 소나타 형식의 내러티브에서 이 대목에 가장 신경을 썼고, 여러 다른 방식으로 극적 긴장을 부여했다. 모든 것이 거대한 규모로 확장된 ‘영웅’에서 그는 딸림화음을 아주 길게 이어가서 청자의 기대감을 키우고, 이어 다들 고대하는 으뜸조의 개시부 모티브를 호른 독주로 먼저 연주하게 하여 긴장을 한껏 드높인다. (중략) 그러고 나서 재료들을 광란으로 몰아가고, 마침내 진정한 으뜸화음이 근음 위치로 돌아온 가운데 전면적인 포르티시모로 재현부가 시작된다. ―262~263쪽, 제8번 교향곡 중에서 베토벤은 말년에 칸트의 구절 “마음속에는 도덕률, 하늘에는 빛나는 별”을 대화록에 적었다. 이 간결한 구절은 세속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을 모두 인식할 때 인간의 잠재력이 실현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베토벤의 최고작들은 바로 이런 속성들을 드러낸다. 대단히 인간적인 것과 더 높은 곳으로 승화되는 느낌을 하나로 엮어낸다. 그것은 파편화되고 염세적인 우리 시대에 위대한 음악이 여전히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로 남아 있다. ―337쪽, 에필로그 중에서 교향곡은 베토벤에게 “평생의 과업”이었다. 그는 교향곡(신포니아) 악상이나 계획을 묵혀두었다가 한참 뒤에 다시 꺼내 매만지는 일이 많았고, 다른 장르에서 연마한 솜씨를 교향곡에 가져와 과감히 적용하고 확장했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세계가 완성되면 그것을 반복하지 않고 주저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그 결과 아홉 개의 교향곡은 연속성을 이루면서 저마다 다른 개성, 저마다 다른 성숙된 작곡 솜씨를 보인다. ―342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 본문 중에서 |
베토벤은 힘겨운 삶으로부터 창조 세계를 보호하려 했다
생애에 몰입하는 전기 연구의 한계를 보완한 스케치북 연구 베토벤처럼 독특한 예술가는 삶의 굴곡이 작품 세계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베토벤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가 음악에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베토벤은 한편으로 자신의 창조 세계를 힘겨운 삶으로부터 보호하고 초월하려고 했다. 갈수록 쌓이는 스케치 자료를 대부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자신의 창조 세계를 하루하루 힘겨운 삶으로부터 보호하려 했다. 전기 연구가 생애의 맥락에서만 작품을 해석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면, 스케치북 연구는 이런 유혹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하지만 이런 모든 어려움은 그것이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1802년의 난청 위기나 1810년 베겔러에게 털어놓은 자살 충동이 그랬듯이 베토벤의 창조적 작업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그의 계속되는 적적함과 왕성한 창작력이 함께 가는 것을 보면, 위대한 예술가의 삶과 작업을 서로 엮어서 생각하는 것의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베토벤처럼 독특한 예술가에 대해서는 삶과 작업의 관계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고 모호하다.―224~225쪽 스케치북 연구는 이 책의 핵심인 교향곡 악장 분석에 역사적인 관점을 부여한다. 교향곡에 나타나는 형식과 특징들을 곡 전체의 맥락, 나아가 음악사의 맥락에서 보게 한다. 어떤 점이 베토벤의 혁신이었고, 다른 작품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발전하는지 파악하게 해준다. 이 책은 1번 교향곡에서 9번 교향곡까지 베토벤의 모든 교향곡을 다루고 있다. 각각의 교향곡을 이루고 있는 악장들을 악보와 함께 한 음 한 음 되짚는다. 또한, 정치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곡이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하고, 당대 연주회 문화와 소나타, 협주곡, 오페라, 미사곡 등 다른 장르의 주요 작품들과의 관계를 소개한다. 오늘날 우리가 듣는 교향곡이 어떤 풍요로운 토양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고 나면 ‘교향곡 사상가’로서 베토벤의 면모를 이전보다 폭넓게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베토벤이 오랜 세월 스케치북에 기록한 교향곡 초기 착상들과 미완성으로 남은 10번 교향곡 악상 등을 이 책 참고자료에서 개괄적으로 정리했다. 음악 형식과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풀어쓴 용어 해설을 앞에 넣었다. 본문에 실린 10개의 악보를 비롯한 모든 악보는 웹사이트(www.musicexamples.com)에서 볼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인간의 모든 격정과 감정이 교향곡에서 말을 건넨다” 베토벤에게 교향곡은 ‘평생의 과업’이었다 베토벤은 삶의 어떤 국면을 지나든 항상 교향곡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1812년 마흔한 살의 베토벤은 유럽에서 가장 명망 있는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해마다 힘겨운 투쟁을 벌였다. 갈수록 심해지는 청력 상실, 개인 후원자의 파산과 경제적 궁핍, 조카의 후견인 문제 등 혼란스러운 삶에서도 언제든 교향곡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이든, 모차르트처럼 대중적인 음악과 관습에 익숙했던 베토벤은 출판업자와 민요들을 편곡하기로 계약했고, 연극의 부수 음악 작곡 등도 의뢰받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교향곡 작곡가로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베토벤의 근원적인 소망을 덮지 못했다.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도 베토벤은 스케치북에 끊임없이 새로운 교향곡 악상들을 적었다. 그러므로 교향곡을 작곡하려는 욕망은 연주 기회가 생겼을 때만 일어난 간헐적인 것이 아니었다. 베토벤에게 교향곡은 다시 돌아가야 했던 ‘평생의 과업’이었다. 스케치북을 살펴보면 교향곡이라는 장르가 평생 베토벤에게 어떤 무게로 다가왔는지 실감하게 한다. 2020년이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