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케라톱스가 앞발을 내디딘 자세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나고야대학 후지와라 신이치 박사는 2009년 트리케라톱스가 팔꿈치를 몸의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내밀지 않고, 몸통에 딱 붙이고 구부려서 손등이 바깥쪽으로 향한 채 발가락 세 개로 몸을 지탱했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트리케라톱스의 머리가 유난히 무거웠으므로 그런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으로 미루어보면, 트리케라톱스는 무거운 머리를 아래로 드리운 채 천천히 땅을 기어가듯 걸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코뿔소나 들소처럼 빠르게 달리거나 무서운 기세로 돌진해 상대방 배를 뿔로 들이받을 수 없었다.
--- 「1장 ‘트리케라톱스는 머리가 무거워서 달리지 못한다'」 중에서
목을 앞으로 길게 뻗은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모형으로 만들면 긴 목이 너무 무거워 균형을 잡지 못해 쓰러지고 만다. 실제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앞으로 쓰러지지 않은 이유는 목이 가벼운 대신 몸 뒤쪽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목뼈를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찍어보면 속이 거의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목은 아주 가벼운 반면 다리뼈나 꼬리뼈는 속이 꽉 차서 중심이 뒤로 쏠리는 것이다. 새끼 때는 이 목뼈 속이 꽉 채워져 있는데, 몸이 점점 불어나면서 구멍이 뚫리는 것으로 추측된다. 성장하면서 목뼈 내부 여기저기에 구멍이 생겨 표면이나 내부 구조가 아주 얇아진다. 엽서 두께보다 얇아지는 부분이 있을 정도다. 성장한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목뼈는 얇은 뼈로 이루어진 풍선이라고 볼 수 있다.
--- 「1장 ‘브라키아사우루스의 목뼈는 거의 텅 비어 있다’」 중에서
볏은 대체 어디에 썼을까? 전에는 물속에서 호흡할 때 쓰는 스노클 역할을 했을 거라는 가설이 있었는데 지금은 쏙 들어갔다. 볏 끝에 구멍이 뚫리지 않아서 그런 식으로 쓰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호흡은 입 위에 달린 콧구멍으로 했다. 볏은 새끼 때는 없는데 성장하면서 발달한 것으로 보아 이성에게 구애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보여주는 용도 말고 다른 쓰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 듯하다. 볏 안쪽에 코로 연결되는 빈 공간이 숨을 진동시켜 같은 무리끼리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특이한 소리를 낼 때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추측된다.
--- 「1장 ‘파라사우롤로푸스는 볏으로 소리를 낼 수 있다’」 중에서
벨로키랍토르가 공격한다면 그 대상은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작은 동물일 것이다. 공룡 시대에는 크기가 쥐 정도 되는 포유류나 작은 도마뱀이 살았으므로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았으리라고 추측하는 것이 옳다. 사실 뒷발에 달린 발톱은 이렇게 작은 동물을 잡기에 딱 알맞은 모양이다. 우리가 아는 독수리나 올빼미가 쥐나 토끼를 뒷발의 발톱으로 꽉 누르고 먹어치우듯이, 벨로키랍토르는 그 당시 작은 포유류나 도마뱀을 뒷발의 발톱으로 꽉 잡고 먹었을 것이다. …… 벨로키랍토르는 눈이 큰 것도 특징이다. 눈이 크면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볼 수 있으므로 야행성이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당시 포유류는 기본적으로 야행성이었으므로 포유류를 주로 잡아먹었다는 추론과도 일치한다.
--- 「1장 ‘벨로키랍토르는 주로 포유류를 먹는다’」 중에서
항온성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먹어야 한다는 점에 어려움이 있다. 항온성인 포유류나 새는 섭취한 음식 중 80퍼센트를 열로 바꾼다. 그래서 변온성인 파충류와 비교하면 양에 비해 5~10배에 상당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가성비가 매우 좋지 않다.
몸집이 커진 공룡은 그런 가성비를 따졌을 때 장점이 있었다. 몸집이 점점 커지니 몸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이 작아진 것이다. 체온은 몸의 표면에서 빠져나가므로 몸이 커질수록 체온은 잘 내려가지 않는데, 이를 ‘관성항온성’이라고 한다. …… 체온 변화가 적으면 몸 크기에 비해 먹는 양이 줄어들어도 괜찮다. 예를 들어 몸은 10배로 커졌지만 음식은 5배 정도만 먹어도 된다는 뜻이다. 관성항온성 덕분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항온성 구조에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어 몸의 가성비가 좋아진 것이다.
--- 「2장 ‘몸집이 커진 덕분에 가성비가 좋아지다’」 중에서
초식 공룡과 달리 육식 공룡은 무리 지어 다니지 않았다. 육식 동물은 보통 자신의 고유 영역을 확보하고 그 안에서 먹이를 찾는다. 이렇게 되니 자신 말고 다른 육식 동물이 가까이 있으면 싸우려고 들었기 때문에 문제가 벌어진다. 그래서 육식 동물은 이를테면 동료끼리 힘을 모아 사냥하는 등 엄청나게 유익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이 의미가 없다. 육식 동물 중에서도 사자, 늑대, 개 등은 무리 지어 사냥하는데, 이는 이들이 지능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공룡 중에서 뇌가 가장 큰 티라노사우루스도 고양이 뇌 크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육식 공룡이 무리 지어 사냥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을 것 같지는 않다. 영화나 방송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 어미와 새끼가 같이 사냥을 나서거나 벨로키랍토르끼리 모여 교활한 작전을 펼치며 사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겉모습만 보고 상상한 것일 뿐이다.
--- 「2장 ‘공룡은 사회성이 있을 만큼 똑똑하지 않다’」 중에서
포유류를 주식으로 삼았을 것으로 추측되는 공룡은 일반적으로 랍토르라 불리는 소형 수각류다. 앞서 설명했듯이 랍토르류 공룡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작은 도마뱀이나 포유류를 잡아먹은 야행성 공룡으로 보인다. 야행성인 포유류를 잡아먹기 위해 랍토르류 공룡은 항온성 구조를 높여 스스로 야행성으로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포유류가 공룡을 피해 야행성이 되자 일부 공룡이 그 포유류를 잡아먹기 위해 야행성이 되었다. 공룡 전성기에 공룡과 포유류는 포식자와 피식자 관계이자 서로 진화에 영향을 주는 관계이기도 했다.
--- 「 2장 ‘공룡과 포유류는 서로 진화에 영향을 주었다’」 중에서
그러나 운석이 공룡 멸종의 큰 이유는 아닐 수도 있다. 애초에 이 세상에서 공룡이 멸종한 시기가 언제인지부터 확실하지 않다. 전 세계에서 한꺼번에 멸종했는지도 알 수 없다. 북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만 멸종 시기를 확실히 알 수 있을 뿐이다. 이 지역에서는 공룡이 6,600만 년 전까지 살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1억 년 전에 살았던 공룡을 마지막으로 그 이후 공룡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다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견된 육생 동물이 5,50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물론 그중 공룡은 없었다. 다시 말해 1억 년 전부터 5,500만 년 전 사이 어딘가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공룡이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언제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룡이 멸종했다고 하는 6,600만 년 전보다 더 이전에 멸종되었을지도 모르고, 그 후까지 살았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오스트레일리아의 공룡도 운석 때문에 멸종했다고는 할 수 없으며, 운석 때문에 전 세계 공룡이 한꺼번에 멸종했다고 보지도 않는다.
--- 「2장 ‘공룡이 멸종한 원인은 정말 거대 운석 때문일까’」 중에서
그러나 이제 공룡에게 깃털이 있었다는 것은 정설이 되었다. 소형 수각류뿐만 아니라 대형 수각류나 초기 조반류에서도 깃털 흔적이 인정되는 화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현재 영화 등에 나오는 공룡에는 깃털이 없는 것이 많은 듯하다. 깃털공룡의 발견을 계기로 지금까지 베일에 싸였던 공룡의 색깔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2장에서 설명했다.
근래 들어서는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룡의 실상이 줄줄이 추가로 밝혀지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으로 뼈 내부를 자세히 관찰하게 되면서 용각류 목뼈 속에 구멍이 숭숭 나 있었다는 사실이나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머리가 박치기를 견딜 만큼 튼튼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 새로운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공룡 뼈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컴퓨터로 비교해 공룡의 계통 관계도 풀어내게 되었다.
--- 「3장 ‘과학기술의 발달로 밝혀진 공룡의 새로운 모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