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日記
일년一年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책과 책꽂이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 민요상 책꽂이 목포행木浦行 산보 쿠키 일기 고사리를 말리려고 흔痕 일기日記 작가의 말 미주 |
저황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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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건강하시기를. 오랫동안 이 말을 마지막 인사로 써왔다. 불완전하고 모호하고 순진한 데다 공평하지 않은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늘 마음을 담아 썼다. 당신이 내내 건강하기를 바랐다. 지금도 당신의 건강, 그걸 바라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우리가 각자 건강해서, 또 봅시다. 언제고 어디에서든 다시. ―「일기日記」 부분 내게 가장 오랜 기억은 말이다. 파도를 기다려. ―「책과 책꽂이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 부분 연필을 쥐고 돌아다니던 조카가 해둔 낙서를 조카가 다녀간 지 한달 만에 발견했다. 작년 이맘때 일이다. 소나무 책꽂이에 민요상이라는 이름을 적어두었다. 민요상. 민요상이 누구지? 갓 네살 된 조카가 완성된 형태로 글자를 쓸 수 있으며 그것이 자기 것도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름이라는 게 놀랍고 신기했다. 민요상, 그가 누구냐며 어른들끼리 궁금해했다. 지울 수 없어 그 이름을 그대로 두고 먼지만 닦으며 지내다보니 흑연이 목재에 배어들어 글자가 번졌다. ―「민요상 책꽂이」 그래도 나는 자주 바란다고 말하고 믿는다고 말한다. 예컨대 당신의 건강을 바라고 사람의 선의를 믿고 굳이 희망하는 마음을 나는 믿는다. 믿어 의심치 않겠다는 믿음 말고, 희구하며 그쪽으로 움직이려는 믿음이 아직 내게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이 내게 있으니, 사는 동안엔 내가 그것을 잃지 않기를. 천둥 사이에 빌고. ―「고사리를 말리려고」 부분 작가의 말 어떤 날들의 기록이고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기도 해서, 그것이 궁금하지 않은 독자들이 잘 피해갈 수 있도록 ‘일기日記’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다시는 쓰지 않을 글과 몇번이고 고쳐 쓸 글 속에 하지 못하는 말을 숨기거나 하면서 그래도 여기 실린 글을 쓰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문학을 주어로 두지 않고 목적으로 두고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 문학을 나는 늘 좋아했고 그것이 내게는 늘 최선이었습니다. 창비의 황혜숙 선생님의 설득으로 산문을 쓸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이진혁 선생님의 편집과 조언으로 연재를 이어갈 수 있었으며 동거인의 솜씨와 동생들의 질문과 한국화훼농협의 식물들 덕분에 연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원고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특히 이진혁 선생님이 많은 것을 같이 고민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롤링페이퍼에 응원 메시지를 남겨준 분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마음들을 나도 사랑합니다. 다들 평안하시기를. 롤링페이퍼 ‘스위치’ 연재 당시 작게에게 보내온 독자 메시지 “글을 읽는 동안 작가님 목소리가 자꾸 들리는 것 같아요. 팟캐스트나 북토크 때 낭송하던 목소리가 배음처럼 깔려 있는 글들이 어쩐지 쓸쓸하고 다정해서 오래오래 아껴 읽고 싶었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사람과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에 관해 오래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만이 분노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무언가 바꾸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작가님의 글을 앞으로도 계속 읽고 싶어요.” “작가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동안 더 선명해지는 것들이 많아요. 감사합니다.” “긴 듯 짧았던 연재 내내 너무 행복했습니다. 작가님 글은 제 삶의 위안이고 힘이에요. 작가님의 일상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이 일기를 작가님이 좋아하는 종이와 서체로 제작된 책으로 만나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황정은의 한글자 한글자가 저에게는 마음의 폭풍이며, 천둥이며, 또 햇살입니다. 영원히 계속되는 연재였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