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편향이 암묵적인 것은 아니다. 무의식적 편향이 모든 편견과 차별의 이유도 아니다. 또한 무의식적 편향이 ‘추세’나 ‘유행어’로 변질돼 차별행동의 핑계로 이용될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무의식적 편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 근거가 되는 과학원리와 이론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언제나 자각이 첫걸음이다. 자각 없이는 대처도 있을 수 없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무의식적 편향의 형태로 접하는 것의 대부분이 이렇게 범주화, 즉 내집단/외집단 개념에 근거한다. 모르는 사람에 대해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임하면 우리는 순간적 직감과 뿌리 깊은 편견에 의지한다. --- 「1장, 직감 본능」 중에서
사람들은 위협을 피할 방법이 없을 때 위협의 강도를 훨씬 크게 인식한다. 위협 상황에서는 조심하지 않았다가 낭패를 보느니 지나치게 조심했다가 허탕 치는 게 낫다. 긍정오류의 경우 대인관계에서 소소한 손해를 보는 선에 그칠 뿐 생사가 갈릴 일은 희박하지만, 부정오류의 대가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 「2장, 아주 오래된 습성」 중에서
즉 상대가 고정관념 속성 중 일부와 부합하면 곧 모든 속성에 부합한다고 추정한다. 일단 고정관념이 형성되면 우리는 상대의 사실 정보보다 자신의 추정 렌즈를 통해 상대를 본다. 이 과정에서 고정관념은 말이 씨가 되는 현상, 즉 자기충족예언이 된다. --- 「4장, 우물에 갇힌 마음」 중에서
인종정체성이나 젠더정체성과 달리 정치적 당파 편향은 개인의 후천적 도덕관에 기반한다. 따라서 인종이나 젠더에 따른 차별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반면, 총기 규제나 게이 결혼에 대해 입장이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쉽게 용인된다. --- 「5장, 유유상종의 메커니즘」 중에서
5파운드를 잃는 게 좋아요, 얻는 게 좋아요? 대부분은 돈을 잃는 것보다 버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에겐 현상유지 편향이라는 것이 있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이를 ‘손실 회피 편향’이라고 했다. 이 편향은 우리가 ‘능동적으로 돈을 벌기’보다 ‘돈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 「6장, 뒷북의 과학」 중에서
어느 날 아마가 내게 아기가 죽었다고 했다. 마치 그다지 끔찍한 일도 아니라는 듯이 덤덤하게. 그러더니 태어난 아이가 여아여서 자기 손으로 죽였다고 털어놓았다. 사위가 이번에도 여자애가 태어난 것을 알면 자기 딸을 버릴 거라고 했다. 아마가 죽인 아이는 이번이 세 번째였고, 먼저 둘도 모두 여자아기였다. 딸이 자신처럼 남편에게 버림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우리 입장에서는 대체 무엇이 사람을 이런 행동을 하기까지 모는지, 그들 사회의 젠더 편향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그런지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이 세계 여러 곳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