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덜컥 번역가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의 저는 자신을 번역가라고 부르는 것을 가당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에이전시에서 번역가 소리를 듣고 있는 지금도 사실 어색합니다. 어쩌다 보니 번역 일을 하는 정성희랄까요. ‘그냥 폼 나고 괜찮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지 내가 뭐 번역가인가?’ 이런 생각이 컸죠. 제대로 번역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어쩌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는 어려운 문서가 있으면 그때그때 폭풍 검색과 적당한 영어 실력으로 일을 때워 나가는, 근본 없는 야매라고 스스로를 꽤 객관적으로 평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벼운 시작과 근본 없는 야매 정신으로 그때그때 파도를 타듯 해 나갔던 번역이, 이렇게 오래도록 제 곁에 남아 도움을 주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p.12, 「Prologue. 어느 날 그냥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중에서
실제로 번역가 중에는 매우 다양한 성격이 있습니다. ‘나는 외향적이라서 번역 일이 안 맞을 거야.’ 혹은 ‘나는 꼼꼼하지 않아서 안 될 거야.’라고 단정 지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저도 요즘 유행하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몇 차례 해 봤는데, E(외향성)와 I(내향성) 사이에서 결과가 오락가락 바뀌더라고요. 저는 한 가지 업무만 하면 쉽게 질리는 데다, 이것저것 창의적으로 기획하는 업무를 좋아해서 번역 일이 성격에 잘 맞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제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번역하는 시간의 한도와 방법을 정하고 나니 지금은 매우 만족도가 높습니다.
--- p.36~37, 「Chapter 2. “번역을 시작하기 전, 나를 돌아보기”」 중에서
번역 일의 특징도,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도 매우 다양하기에 누군가는 온종일 번역을 하고도 페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고, 누군가는 하루 한두 시간만 일하고도 만족스러운 페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예민하고, 누군가는 저처럼 덜렁이겠죠. 누군가는 번역하며 사람을 많이 못 만나는 것을 아쉬워할 수 있고, 누군가는 매우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번역 시간을 줄여서 사람을 만나거나, 번역가 모임을 만들어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방식으로 번역을 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잡고 여러 사례를 접하며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이번 챕터에서는 번역가의 업무 형태에 따라 번역가 유형을 구분해 봤습니다만, 그렇다고 ‘이 유형의 번역가는 이래야만 해.’라는 틀에 자신을 가두지 않길 바랍니다. 나는 어떤 식으로 번역을 내 라이프 스타일에 들이고 싶은지, 그리고 나는 어떤 번역가가 되고 싶은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해요.
--- p.79, 「Part 4. “초보부터 전문가까지, 번역가의 5가지 유형”」 중에서
포트폴리오보다 훨씬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서류는 바로 이력서입니다. 아래 그림은 실제로 번역 프리랜서 지원 시 제가 사용하는 이력서입니다. 기본적인 인적 사항이 물론 들어가야 하고, 번역가의 이력서에는 다른 직업의 이력서에서는 보기 힘든 4가지 요소가 추가로 들어갑니다. 이 4가지는 바로 ‘번역 언어’, ‘선호 번역 분야’, ‘하루 작업량’, ‘희망 번역 단가’입니다.
--- p.90, 「Part 5. “본격 번역가 되기 Plan A : 에이전시와 계약하기”」 중에서
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결국 나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법도 잊게 됩니다. 특히 번역가, 그중에서도 프리랜서 번역가는 워낙 뇌를 많이 써야 하니, 시간당 페이를 잘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나를 위해서, 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당연하고 바람직합니다. 목소리를 낼 때 굳이 비장해질 필요도 없습니다. 얼마든지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 통한다고 잃는 것도 없는데요, 뭐. 이렇게 나를 위해 목소리를 냈을 때 비로소 남이 보기에 좋은 품위가 아닌, 정말 나를 위한 품위를 지킬 수 있어요. 저는 그 모습이야말로 우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스트레스는 줄이고 페이는 올리기 위해, 그래서 돈과 일 앞에서 당당할 수 있도록,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지 6가지 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p.135, 「Part 8. “스트레스는 줄이고 페이는 높이는 6가지 꿀팁”」 중에서
이렇게 영어 지문을 한국어로 직역한 후 쭉 읽어 봤는데요.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나요? 아까는 해석을 정확하게 했다는 점에 기뻐했지만, 막상 훑어보니, ‘어라, 한국어로 이렇게 글을 쓰면 조금 어색할 텐데.’ 싶은 부분이 보일 거예요. 이상함을 느꼈다면 아주 좋은 징조입니다. 이런 어색함은 영어와 한국어가 구조나 특징이 명백하게 다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혹시 아무 어색함도 느끼지 않으셨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다들 거의 대부분 직역을 합니다. 점차 번역 경험을 쌓고, 다른 좋은 지문을 많이 읽다 보면 어색하다는 감이 옵니다. 저도 예전에 제가 했던 번역은 너무 엉망이라 잘 못 봐요. 아무리 숙련된 번역가라도 간결성이 잘 드러난 멋진 번역을 위해서는 번역을 마친 후 다시 한번 문장을 전반적으로 다듬어 주는 ‘다듬기’ 단계를 꼭 거쳐야 합니다. 아래 지문을 통해 제가 어떻게 다듬었는지 설명하면서, 한국어의 특징에 맞는 자연스러운 번역에 관해서도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지문은 직역해서 문장 순서만 다시 배열한 지문이고, 두 번째 지문은 자연스럽게 다듬은 후의 지문입니다.
--- p.159, 「Part 9. “실제 번역가는 어떻게 번역을 할까?”」 중에서
자료를 찾기 위해 예전에 PM과 대화한 기록을 오랜만에 읽다가 조금 웃었습니다. ‘와, 이 사람 엄청 비장하네.’ 싶더라고요. 네, 비장한 사람, 그게 바로 접니다. 그렇게 비장하게 굴어 봤기에, 이제는 알게 된 사실. 거절은 얼마든지 평온하게 해도 됩니다. 생각보다 거절했을 때 상대방이 크게 화를 내거나 기분이 상하는 일은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거절을 하니, 제가 정말 받고 싶은 일을 원하는 조건에 받아서 120%의 컨디션으로 일을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더 일이 잘되고, 평판도 좋아졌습니다.
--- p.173, 「Part 10. “일 잘하는 번역가의 카톡 훔쳐보기”」 중에서
초급에서 중급으로 실력을 향상하는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애초에 인풋 자체가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열심히 지식을 쌓고 영어단어도 어느 정도 쌓이면 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고급 레벨부터 실력은 속 터지는 속도로 향상합니다. 가성비가 매우 안 좋아요. 그리고 공부 목표 또한 다릅니다. 초?중급 레벨은 영어를 잘 아는 것이 목표라면, 고급 레벨은 영어를 잘 ‘사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런고로, 이번 챕터에서는 번역가 지망생을 위한 영어 번역 공부법을 5단계로 나누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아직 영어 고수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힐 거예요.
--- p.264, 「Part 11.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번역가의 공부 비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