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버젓한 역사라는 점에서 성, 전쟁, 왕, 여왕, 예술, 문학, 흑사병 등에 뒤지지 않는다. ---「첫 문장」중에서
세월이 흐르자 이동량이 증가하며 생활 방식이 변화했고, 우리가 어떤 식사를 언제 먹는지도 달라졌다. 그렇지만 식사는 여전히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반영한다. ---「들어가며」중에서
한편 자신감이 부족한 요리사들이라면, 조리 과정의 대실패가 어떻게 앨프레드 대왕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딛고 결국 승리하도록 북돋웠는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요리 중 얼마나 많은 것이 실수나 재료 누락의 결과물인지 알고 힘을 내게 될 것이다. ---「들어가며」중에서
그러나 커피가 진짜 맛으로 먹는 음료가 된 것은 한참 후인 13세기가 되어서였다. 볶은 커피콩을 갈아서 만든 가루를 끓는 물로 우리면 최고의 풍미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랍인들이 발견한 이후로 쭉, 세상은 이 음료에 중독되어 있다. ---「커피」중에서
사실 미국에서 휴대 음식 산업이 폭발적인 활력을 얻은 것은 나라가 팽창하며 발달한 철도 및 도로망 덕분에 여행객들이 더 먼 거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팽창에 연료를 공급했던 그 유명한 고기 끼운 빵을 추적할 때 등장하는 인물은 미국인 한 명보다 함부르크항을 떠나 멋진 신세계로 향한 북부 유럽인 출신 이민자들 여럿일 공산이 크다. ---「햄버거」중에서
그러나 잉글랜드인들은 수완이 비상한 사람들이다. 수상 경력이 있는 이 치즈의 범상치 않은 이름은 유럽의 이런 식자재 정책에서 탄생했다. ‘파머스 핸드 치즈Farmers’ Hand Cheese’를 큰 소리로 몇 번 말해보라. 이제 다시는 ‘파르메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음식 역사는 사회사이고, 정치경제사이기도 하다. 그걸 바탕에 깔고 시작하니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읽힌다. 망라와 박람과 미세는 이 책이 사전임을 정확히 알려주는데 그보다 읽는 재미가 더 앞에 있다. 특히나 음식에서 변방 취급받고 있는 영미 음식을 깊이 판다. 알고 보면 세계 식탁은 영미의 권력과 식탁에서 말미맘은 것이라는 영국인 저자의 의도랄까.
어쨌든 ‘얀손의 유혹’이라거나 ‘목사님의 코’ 같은 듣도 보도 못한 메뉴들이 끝도 없이 나와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 빛을 발하는 건 역시 이탈리아 포장음식, 중국 포장음식 같은 챕터다. 뻔한 정찬 대신 시장에서 팔리는 뜨끈뜨끈한 음식을 우리 앞에 차린다. 현생의 음식 족보는 이 책으로 제대로 결판을 낸다고 봐도 좋다. 우리는 지금 막 인류 최초의 별스러운 음식사 덕후를 만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