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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런거리는 뒤란

수런거리는 뒤란

창비시선-196이동
문태준 | 창비 | 2000년 04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1 리뷰 10건 | 판매지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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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05쪽 | 125*200*20mm
ISBN13 9788936421960
ISBN10 893642196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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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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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기가 지나간 뒤의, 제트기가 남기고 간 구름을 본다. 어린 시절 제트기를 보려고 얼마나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던가. 너무나 깊은 곳에서, 너무나 빨리 사라져버리는 제트기. 제트기가 남기고 간 구름은 서서히 퍼지면서 알 수 없는 슬픔 속으로 어린 나를 데려가곤 했다.

제트기의 꼬리에서 나오는 선명한 자국이 점점 부풀어가는 모습은,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내게 심어줬다. 문태준의 첫시집 『수런거리는 뒤란』을 몇차례 되풀이 읽는 동안, 나는 어린 시절의 제트기가 다시 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제트기가 지나간 뒤, 그 뒤의 구름을 쫓아 제트기가 있을 만한 하늘에 눈길을 주듯, 그 멀고 아득한 곳에서 뿜어져나오는 최초의 선명한 자국을 보는 듯했다. 사실 지금 되돌아보면 제트기의 모습보다, 제트기가 만든 구름만이 생각난다. 나는 고향의 풍경을 떠올릴 때, 그것은 제트기의 구름과 같은 기억이 구성한 왜곡된 풍경이 아닌가 자문한다. 고향의 실체보다 고향의 기억이 마음속에서 전혀 다른 고향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오히려 그 풍경 속에서 위안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한다. 언제부터 내 마음속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제트기가 사라져버렸단 말인가. 문태준의 시들은 제트기가 사라져버린 내 마음속에 제트기의 선명한 은빛 날개를 되살려주듯, 고향의 원래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한다.

대개 농촌 출신의 시인이 도회지에서 오래 살게 되면 고향에 대한 추억, 이야기들이 도회지의 말들로 번역하거나 가필한 느낌을 주게 마련이다. 고향에 대한 기억이 이미지와 이미지로 연결된 다큐멘터리로 고정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에 비해 문태준의 시들은 시어부터가 토속적이고 원색적인 느낌을 준다. 이것은 그가 아직도 고향을 현재화해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내가 다시 호두나무에게 돌아온 날, 애기집을 들어낸 여자처럼 호두나무가 서 있어서 가슴속이 처연해졌다

철 지난 매미떼가 살갗에 붙어서 호두나무를 빨고 있었다
나는 지난 여름 내내 흐느끼는 호두나무의 哭을 들었다
그러나 귀가 얇아 호두나무의 중심으로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했다

내가 다시 호두나무에게 돌아온 날, 불에 구운 흙처럼 내 마음이 뒤틀리는 걸 보니 나의 이 고백도 바람처럼 용서받지 못할 것을 알겠다
─「호두나무와의 사랑」 전문

서시는 호두나무의 열매가 다 떨어진 뒤 귀향한 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호두나무의 열매 있던 자리에 철 지난 매미떼가 붙어서 운다. 화자는 열매가 다 떨어지고 조로해버린 호두나무, 그 열매 있던 자리에 매미가 붙어서 우는 그런 풍경에만 가봤을 뿐이라고 자책한다. 매미가 붙어 있는 자리는 사실 ‘호두나무의 중심〔열매〕’이 있던 곳이다. 화자는 그런 중 심들에 가보지 못한 자신이 비겁하다며 스스로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화자의 생각은 고향이 폐허가 되어서야 탕아처럼 돌아온 자의 뉘우침이라고도 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시는 직유를 통해서 화자가 보는 풍경을 시각, 청각화된 이미지로 드러낸다. 그것을 거칠게 풀이 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화자는 (어떤 이유로) 다시 고향에 돌아왔다. 고향은 호두나무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화자를 기다렸다. 그런데 호두나무 열매가 다 떨어져서 가슴이 처연해졌다. 여기서 화자가 가슴이 처연해진 것은 호두나무가 “애기집을 들어낸 여자처럼〔시각〕” 서 있기 때문이다.

2. 열매가 떨어진 호두나무에는 ‘철 지난 매미떼’가 붙어서 울고 있다. 화자에게 ‘철 지난 매미떼’는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뒤늦게 돌아온 자신처럼 매미는 호두나무에 붙어서 “호두나무를 빤”다. 고향을 떠났으되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버리지 못한 화자에게 매미가 붙어 있는 것이 살갗을 빠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열매 있던 자리가 젖꼭지라는 생각을 화자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매미소리〔청각〕가 빠는〔시각, 청각〕 모습으로 화하는 과정에서 화자가 심리적으로는 한번도 고향을 떠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 지난 여름에도 화자는 호두나무가 바람(혹은 매미소리?)에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화자는 그것이 호두나무가 곡〔청각〕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화자에게 호두나무가 곡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호두나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호두나무의 중심으로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했다는 자책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자신의 내면 속에서 쉼없이 들리는 호두나무의 곡을 “귀가 얇아”듣지 못했다는 것은, 역으로 그 곡소리가 그만큼 강했다는 반증이 된다.

4. (이런 생각을 하며) 화자는 호두나무 앞에 서 있다. 그러는 동안 처음에 처연해진 마음이 차츰 뒤틀려진다. 지난 여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고향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자책하는 사이, 화자는 마음이 “불에 구운 흙처럼〔시각〕”뜨겁게 갈라지는 것을 느낀다. 이 갈라짐 혹은 뒤틀림은 폐허화된 고향과 자신이 방치해두었던 고향이 갈등하는 구체적 표현이다. 그것은 동시에 한번도 고향의 진정한 모습 속에 다가가지 못한 것에 대한 화자의 아픈 고백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고백 또한 이제껏 그래왔듯 바람처럼”흘러가버릴 것일지 모르니 “용서받지 못할 것”임에 틀림없다고 화자는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다.

서시의 이 반성이야말로 문태준이 끊임없이 고향과 사랑을 해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랑은 진정으로 고향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과, 이제는 버려진 풍경으로 있는 고향에 대한 원망이 갈등하는 구조가 하나로 맞물려 감싸져 있는 것이다. 문태준에게 고향은 지나간 추억이 아니라, 늘 현재로서 있다. 그의 시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서사의 이미지화, 구체적으로는 서사의 시각화가 도드라지는 것은 그가 고향에 대한 추억을 현재화해 살고 있으며, 또한 실체로 있는 고향에 자신을 투신해서 살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가령 돌배나무에 접을 붙여 배나무로 만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돌배나무와 배나무」에서 “옛사람의 그림자만 남았다”고 표현한 것을, 그가 추억의 유적지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오히려 배나무로 바뀐 돌배나무는 여전히 페허화된 존재를 지탱하는 ‘뿌리’로서, 여전히 실체로서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여백에 깔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문태준의 시들은 고은, 신경림에서 내려온 농촌시의 계보가 문득 70년대생 디지털 세대에게까지도 전승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준다. 비슷한 또래의 젊은 세대의 시들이 실체의 자연을 탈각시키면서 사이버스페이스(가상공간)의 ‘기계화된 자연’을 조립해가는 것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90년대의 대표적인 젊은 시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윤학, 이정록, 차창룡과도 다른 차원에서 농촌에 접근하고 있다. 언뜻 보면 한 세대를 건너뛰어 다시 새마을운동 노래가 들릴 법한 세계가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왜냐하면 앞세대의 농촌 시가, 이미 그곳에 없는 농촌에 대한 기억의 현재화가 강하다면, 뒷세대인 문태준은 지금 그곳에서 기억을 현재화해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전면적으로 그곳의 현실을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단절은 낯설기만 할 뿐 아니라 폐쇄적인 느낌이 강하다.
---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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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뒤란엘 가면 심지를 잃고 모로 누운 초롱을 보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아슬하다. 삶이라는 게 원체 모로 서 있는 것인지는 모르되, 그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은 고통스러웠다. 장마 지나고 나서 눅눅한 것을 내어다 말리는 일을 거풍(擧風)이라 하는데, ‘바람을 들어올린다’는 그 말의 여울을 빌려 일흔 다섯 편의 시를 세상에 내놓는다. 바람을 들어올려 가슴속에 남아 있던 무거리를 마저 체질할 수 있다면, 그래서 흰 광목 몇 마처럼 마음자리가 환해졌으면 좋겠다. 가늘고 가벼운 다리로 수면을 횡단하는 소금쟁이처럼. 쉴새없이 바람에 흔들렸던 가족 모두에게 미욱한 첫시집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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