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자체로 경악할 사건이면서, 과거 동구권과 서방으로 나뉜 냉전 구도가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씁쓸한 사실을 알려줬다. 미국과 중러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외교는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가?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이 답했다. - 손민규 사회정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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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1장. 흔들리는 국제질서 미·중 갈등의 최전선, 한반도의 운명은? 팩트보다는 감성이 우선하는 시대 글로벌 위기, 갈등보다는 협력을 2장. 잘나가는 한국, 행복하지 않은 한국인 선진한국과 헬조선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의 시대 한류의 빛과 그림자 3장. 위기를 기회로 미국과 중국 사이 외교를 통한 평화는 항상 옳다! 동북아에 새로운 안보 질서를 안보-기술-경제는 떼놓을 수 없다 4장. 국제관계 업그레이드하기 북한, ‘한걸음’ 떨어져서 보기 미국, ‘실용의 눈’으로 보기 중국, ‘냉철하게’ 활용하기 러시아, ‘다시’ 주목하기 일본, ‘통 크게’ 대하기 유럽, ‘손잡고’ 연대하기 인도와 아세안, ‘더’ 챙기기 5장. 우리는 세계 5강으로 간다 두 메가트렌드의 충돌에 대처하는 자세 메가 아시아를 선도할 해륙국가 |에필로그|평화의 바다에서 함께 유영할 돌고래들에게 |
저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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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과 2년 연속 초청받은 6월의 G7 회담에서 확인한 우리나라의 위상은 실로 대단했다. 과거와 같은 배려용 외교 수사의 나열이 아니었다. 이유는 한국이 오늘날 가장 큰 화두가 된 두 개의 가치 영역에서 핵심강국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하드파워고, 다른 하나는 소프트파워다.
먼저 하드파워 면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의미하는 ‘가치사슬value chain’을 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가진 국가는 최소 10개국에서 최대 15개국 정도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선두권이다. 성공과 실패를 가를 4가지 결정적 분야는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희토류 같은 필수 물질인데, 한국은 물질 분야만 제외하고 나머지 분야에서 핵심 국가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4가지 분야 중 어떤 것도 확실한 경쟁력이 없는 일본과 비교해봐도 우리의 실력은 세계의 주목 대상이다. 그래서 미국은 물론이고, 특히 영국과 호주,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이 한국과 협력하고 연대하려 한다. ---「프롤로그」중에서 약소국 콤플렉스의 끈질긴 관성도 아프지만, 한국은 잘나가는데 그 안에 사는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는 지적은 너무도 뼈 아프다. 오늘부터 그러지 말자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인식의 전환 여부에 따라, 그리고 앞으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분명 달라질 수 있다. 안으로만 쳐다보지 말고, 상처만 핥는 자기 연민으로부터 벗어나 주목하고 있는 세계를 바라보자! 세계가 우리를 향해 기대하는 책임을 다할 때 오히려 콤플렉스와 불행감을 벗어나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상실과 폐허를 경험했던, 이른바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이, 어떻게 세계 10위 경제 규모를 달성했는지를 세계는 알고 싶어 한다. 어떤 동력으로 반도체 산업을 수출 규모 1위로 선도하고, 최첨단 우주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이 함께하는 ‘아르테미스 약정’에 가입하며, 독자 기술로 만들어진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는지 묻고 있다. 한때 기후 깡패였던 한국이, 어떻게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인구밀도가 높고 고도로 도시화한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는지, 그 제도와 시민의식에 놀라움을 표현하고 있다. ---「프롤로그」중에서 확실히 이 시대는 팩트보다 감성이 우선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진실보다 선동이 먹히고,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인 의견이 대세가 되는 시대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폭로전이 난무하며, SNS에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음모론이 돌아다닌다. 과거 뉴스는 그대로 사실을 전하는 권위가 부여되었지만, 지금은 뉴스조차 탈진실의 대열에 앞장서다시피 하고, 앞다퉈 ‘팩트체크’라는 코너를 신설해서 스스로 진실규명에 나서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진다. 누구든 자기 말만 옳고 상대방의 의견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내 말만 던지고, 상대방의 얘기는 들을 필요도 없으며, 누구든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과 사실은 무시당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선거 시기가 되면 이런 현상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가짜와 선동의 대가인 트럼프가 미국에서 당선되고, 영국이 통합이 아닌 결별을 선동하면서 브렉시트를 결정한 2016년에 탈진실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의도적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인종차별을 서슴지 않고, 가짜뉴스를 통한 선동으로 점철된 트럼피즘처럼 탈진실을 대변하는 것이 또 있을까? ---「1장」중에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 242개 국가 중 GDP 순위 10위, 제조업 경쟁력 5위다. 그리고 2019년, 한국은 역사적으로 세계 6개 나라만 달성한 이른바 ‘30-50’ 국가클럽에 진입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되었다. 30-50 국가클럽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이며 인구 5천만 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대한민국을 빼면 모두 한때 식민지를 경영했던 제국주의 국가들이고, 여기서 한국은 식민지를 경험한 유일한 나라다. 2021년 한국의 수출은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전년도에 비해 두 자릿수가 증가해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대한민국의 수출은 2024년에는 7천억 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금까지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5개 국가만이 달성했던 기록이다. ---「2장」중에서 뉴노멀의 가장 큰 희생자 중 하나는 한국의 미래를 담당할 청년 세대다. 물론 물려받을 것이 있는 금수저들은 이런 왜곡의 시대에 만족할 것이며,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다. 그러나 ‘N포 세대’로 대변되는 흙수저들에게는 대안도 희망도 없다. 게다가 구조의 희생자인 흙수저는 저항하려는 실천정신도 없다. 그저 좌절과 분노가 치밀 뿐, 분노의 원인을 제공한 부당한 질서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에 더해 어떻게든 부당한 차별구조의 상층부로 올라가려 할 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싸워봤자 나만 손해일 뿐 바뀌는 것은 없다고 인식한다. 더 비극적인 것은 그들의 분노는 더 약한 자들을 향한 혐오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기득권은 이를 선동한다. ---「2장」중에서 이들 사이에서 한국은 강한 국가와 강한 시민사회를 모두 가진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다. 식민지, 전쟁, 분단, 독재로 점철된 나쁜 국가의 전통을 가졌으나, 광주민주화운동부터 6월 민주항쟁, 그리고 촛불로 이어지면서 성장해 왔던 시민사회는 국가가 선을 넘을 때마다 견제했다. 그 결과 강력한 국가는 남아있되 시민을 보호할 공적 국가의 장점은 유지할 수가 있었고, 이는 코로나 방역에서 여지없이 능력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나쁜 국가가 재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공적인 국가는 탈세계화, 탈탄소, 탈핵, 탈산업화, 탈진실 등의 혼란스러운 대전환기 질서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가와 시민사회의 공조가 가능할 경우 기후위기 같은 신안보 문제나 신자유주의의 불평등 해소 문제에 대해 위의 두 국가의 극단적인 형태에서 벗어난 모델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3장」중에서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장기화하는 동시에 외교 및 군사안보에서의 갈등이 격화될 전망 속에서 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이 과연 어떤 전략적 선택으로 생존과 도약을 모색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반도체만 하더라도 미국이 중국에 공급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반도체 설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미국이고, 장비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국가들이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인데 대중국 제재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이 세계 반도체의 60%를 소비하는 최대 시장이라는 점을 외면할 수 없다. 2020년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26%로, 대미 수출 비중이 15%임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된다. 4차 산업혁명과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우리는 한미동맹, 정치안보 및 경제와 기술적 이익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대규모 수요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이익에 더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력자로서 안보 이익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복합적인 대외전략을 펼쳐야 한다. ---「3장」중에서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비핵화라기보다 평화 정착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핵화가 평화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과제지만,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전제조건이 되어서는 안 되며 중요한 과정의 한 부분이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주도적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으며,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의미 없다”라는 등의 선先비핵화론의 반복적 등장을 제어할 수 있다. 사실상 비핵화가 장기과제임을 고려할 때, 선제적인 비핵화를 인질로 내세우면 장기간 우리가 평화 구축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대북제재에 동참 외에는 거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북정책의 외연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과의 협력 모색만 지나치게 추구했다면, 이후에는 중국, 러시아,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과의 다자주의 연대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우리의 전략적 지렛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4장」중에서 한국 역시 변화된 국제정세와 커진 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미관계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아·태 지 역의 안정을 위해 미·중을 설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국의 능력을 쓰는 데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한반도나 아·태 지역의 안정성을 우리가 더 원하는 상황이며, 지역적 불안정성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제는 미·중 경쟁으로 인한 지역적 불안정의 원인 제공자인 미국과 중국에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줄여가는 방안을 요청하고 이를 위한 대안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겠다. ---「4장」중에서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언제든지 우리의 대중국 취약성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양국 경제교류는 더욱 발전해야 하지만,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우리 외교의 운신과 옵션을 제한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윤을 위해 중국과 사업하는 것을 강제로 막기에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가 버티고 있고, 막을 방법이 있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진전시킬 수밖에 없는 일이다. ---「4장」중에서 유럽은 다자주의 같은 한국의 핵심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연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많은 유럽국이 인도·태평양 내 핵심 파트너를 물색 중인데 한국은 일본과 함께 가장 적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인도는 완전한 민주주의라고 보기 어렵고 호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며 대만은 정치적 제약이 있다. 유럽의 관점에서 한·일 양국은 유사 입장의 국가이자 민주주의와 경제력을 갖춘 선진국이다. 일본은 현재 지나치게 미국으로 경도하고 있다는 점과 유럽을 향한 러브콜은 일본 외교의 오래된 로망과도 같지만, 아베 이후 우파정부의 외교 노선은 미국으로 지나치게 기울어 있다는 점에서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하고 있는 유럽에게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인 대상이다. ---「4장」중에서 한반도의 운명은 대륙과 해양이 상호 대립하는 구조가 아니라, 이 두 개의 공간이 긴밀하게 연계되고, 그 연결을 향한 통합적 에너지가 상호 균형을 이루며 분출될 때 활로가 열릴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공간 인식이 좁은 동북아를 넘어 메가 아시아, 혹은 유라시아로 표현되는 거대 공간에서 한반도와 연계되는 세로축과 가로축의 협력 벨트를 통합적으로 구축해야만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어려움을 넘어 새로운 길과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5장」중에서 권위주의의 침입이 늘어나면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온 듯하지만, 민주주의 체제를 경험한 사람들은 권위주의가 내세우는 단기간의 효율성이 품은 야만성을 그리 오래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의 무한 확산을 허용했던 시장은 빈부 격차의 치명적 결과를 반성하고, 공적 국가의 복귀로 교정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시장에 의해 국가가 무력해진 서구식 체제와 시민사회의 부재 속에 권위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국식 체제 사이에서, 한국은 자유로운 시민사회와 공적 국가의 역동적 균형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한국은 전쟁, 분단, 독재로 점철된 나쁜 국가의 과거를 가졌으나, 동학에서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6월 민주항쟁, 그리고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면서 힘을 키운 시민사회가 나쁜 국가를 견제하고, 선을 넘을 때마다 봉기하여 몰아내었으며, 민주성과 공공성을 지닌 착한 국가를 재소환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촛불혁명과 코로나 방역에서 증명한 우리의 높은 시민의식이 만들어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에필로그」중에서 더 나은 세계를 이끌 의무를 망각하고 있는 미·중 패권 질서에서 선택하는 구조를 탈피해 처지와 가치를 같이하는 국가들과 연대해 제3의 지대를 구축하자. 약소국 콤플렉스를 벗어나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가 아니라, ‘영민하게 움직이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돌고래’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돌고래는 혼자 다니지 않는다. ‘함께 평화의 바다를 유영할 돌고래’들을 모으자. 연대를 통해 각자도생의 단절과 고립 속에서 도리어 가치와 협력의 공간을 지향하고, 방법과 능력이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국가들을 도와야 한다. ---「에필로그」중에서 |
대전환의 시대 맞아 한반도 넘어
글로벌 대한민국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은 절박하다. ‘대전환의 시대’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후변화, 기술 경쟁,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세력 갈등 한가운데 서 있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국제정치학자 김준형은 이럴수록 “외교에 진심이어야 하고 외교가 ‘하드캐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간 대한민국의 달라진 세계 속 위상을 짚어주고,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외교혁명’이라는 수단으로 제시한다. 한국의 위상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지만, 그간의 행보가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질 기회가 부족했다. 바로 이 책이 나온 가장 큰 이유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의심한다. 그게 정말이야? 국뽕 아니야? 우리가 사는 이 땅 한반도는 강자들의 싸움터에 불과했다는 끝없는 피해의식은 장기간에 걸쳐 약소국 콤플렉스로 굳어졌고, 현재의 분단구조와 더불어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의 단단한 역학구조는 더욱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막아왔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우리는 힘차게 깨어나 포효할 자격이 충분하며, 약소국 콤플렉스는 이제 과감히 내던져도 될 때가 왔다”고. 저자는 그간 대한민국이 쌓아 올린 세계 속 위상을 독자들에게 상세히 안내한다. 한국은 이미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분야에서 선진국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 역사상 최초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진입한 사례로서 많은 국가가 선망하는 모델이 될 만큼 국력과 국격이 향상했다. 또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4차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한류는 물론, 오랜 역경과 투쟁을 통해 일군 발전과 민주화, 기존 강대국과 달리 으르고 협박하지 않는 외교는 세계인들의 큰 호감을 얻고 있다. 또한 분단으로 인한 평화의 부재가 역설적으로 평화에 대한 대한민국의 외침에 더 큰 진정성을 부여하고 있다. 두 메가트렌드의 충돌, 달라진 국제질서 속 한반도의 길은?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달라진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 역할과 책임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세계는 세계화와 파편화라는 두 메가트렌드의 충돌 사이에 놓여 있다. 이 속에서 요동치는 미·중 전략경쟁 사이에서 한반도의 선택은 남북한의 평화 구축이어야 한다. 미·중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남북관계까지 긴장구도에 놓인다면, 북·중·러와 한·미·일의 진영 대결구조가 되살아날 것이고,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남북의 적대 관계 해소가 필수적이되 한반도를 넘어서는 ‘큰’ 외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익을 중시하되 타 국가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평화 외교를 제안한다. 미·중 전략경쟁 사이에 낀 채로 편을 가르거나 각자도생의 파편화된 국제질서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국가들과 연대해 ‘제3지대’를 구축하여, 미·중 대결구조를 완충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한국과 처지와 가치를 같이하는 국가들, 구체적으로 유럽을 필두로 인도, 아세안, 호주 같은 나라들이다. G2의 협력과 리더십이 무너진 국제질서를 이들 국가와 힘을 합쳐 보완하자는 것이다. 이 제3지대는 또한 가치에 있어 번영과 평화와 더불어 생명, 환경, 인권, 민주주의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도 작동할 수 있고 집단적 리더십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메가 아시아로 국제관계 업그레이드 저자는 이제 우리의 시선을 동북아에만 둘 게 아니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양과 대륙을 남과 북으로, 그리고 가로세로로 엮는, 외부로 열려 있되 내적으로 연계된 ‘메가 아시아’라는 거대한 협력지대로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저자가 고안했던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라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및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계승하되, 한계를 극복하고 변화한 정세에 맞게 확장한 새로운 외교 지평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우리가 이러한 공간을 이루어 ‘국제관계를 업그레이드’하는 외교혁명을 이룰 수 있을까? 저자는 약소국 콤플렉스를 벗어던질 것을 강권한다. 한국은 잘나가는데 그 안에 사는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는 지적은 너무 뼈 아프다. 자기연민에서 벗어나 한국을 주목하는 세계를 바라보자. 세계는 상실과 폐허 속에 놓였던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이 어떻게 세계 10위 경제 규모를 달성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여기 사는 한국인이 행복해지기 위한 평화의 가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혁명에 가까운 새로움으로 외교가 거듭나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고래 사이를 ‘영민하게 유영할 수 있는 튼튼하고 매력적인 돌고래’에 가깝다. 세계는 변화하고 있고 대한민국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대한민국은 국력, 국위, 국격의 놀랄 만한 도약으로, 국제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플레이어가 되었다. 이제 자자가 제안하는 ‘외교혁명’을 통해 우리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