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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의 서방견문록 : 뉴욕 편

김재열의 서방견문록 : 뉴욕 편

: 서양 문명의 종착지 뉴욕에서 여정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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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612g | 152*215*30mm
ISBN13 9791187440888
ISBN10 1187440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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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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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중해에서 태동하여 대서양 건너 북미까지로 확장되고, 전 세계의 법과 제도, 산업, 문화 등의 보편성과 통일성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도적으로 견인하며 지구촌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북대서양 문명을 우리는 ‘서양 문명’이라 일컫는다.

그러한 서양이 아랑곳에게는 탐구의 대상이다. 그들의 문화와 문명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결코 찬양의 대상은 아니다. 어제의 우리를 반추하고, 오늘의 우리를 자각하며, 내일의 우리를 고민하기 위해, 어디로 보나 예사롭지 않은 그들의 파란만장의 역정과 우여곡절의 서정을 요목조목 지피지기知彼知己하고자 함이다. 이것이 거리도 가까운 동남아시아의 열대 리조트 휴양여행을 마다하고 비행거리도 멀뿐더러 물가도 만만치 않고 유색인종들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도 않은 서양으로 아랑곳이 다시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다.
---「아랑곳은 또다시 서양으로 여행을 떠난다」중에서

영어로 시작해서 비행기 발명으로 마친 서양 문명의 영향력 이야기는, 이제부터 동서양의 문명 역전이 시작된 해묵은 역사적 연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기로 이어진다.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단지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오래전에 남긴 말이다. 초대 그리스도교 교회가 낳은 위대한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는 당시 로마의 속주였던 북아프리카 누미디아(현재 알제리)에서 태어나 카르타고(현재 튀니지)에서 유학하였고, 제국의 심장 로마를 거쳐 밀라노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가 경험한, 당시 서양이 인지하고 있던 세계라는 영역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에 비한다면 국소적인 지중해 중심의 한정적 세계를 의미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지역마다 제각기 다른 천양만색의 문화, 풍습, 사람, 자연, 풍경, 기후, 식생, 음식, 언어 등에서 받은 인상과 문화적 충격을 이렇게 멋진 비유로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여행은 인류에게 허락된 최고의 갈망이다!」중에서

대서양을 건너겠다는 콜럼버스의 엉뚱하고 위험천만한 사업계획은 고향 제노바와 대항해의 원조 항구 포르투갈 리스본에서조차도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콜럼버스 후원의 행운은 1492년, 무어족의 이슬람을 800년 만에 몰아낸 에스파냐의 이사벨 여왕Isabella I과 페르난도 2세Fernando II 부부왕의 몫이 되었다. 국토회복에 이어 신대륙 발견의 국가적 겹경사를 맞은 스페인은 신대륙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재화로 역사상 유래가 없는 호황을 누리며 두 사건의 원년인 1492년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해로 만든다.

사업계획서 하나로 인류역사의 변곡점이 된 중대한 사건을 실현해낸 콜럼버스는 신대륙의 오만한 약탈자라는 오명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인류역사상 가장 대범한 모험가이자 벤처사업가로 평가받는 것이 지배적이다. 모험가와 벤처사업가의 공통점은 낙관적 모험성과 진취성이다. 실제로는 70일간의 지난한 천신만고의 항해 끝에 얻어낸 성취였지만, 적당한 바람만 있다면 어림잡아 2주 남짓이면 신대륙에 당도하리라 믿었던 그의 낙관적 오판이, 오히려 무모한 감행의 역설적 동력으로 작용했다. 역사는 비관적 직시보다는 낙관적 오판으로 역동한다. _ 아랑곳!
---「콜럼버스 서클」중에서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로비의 랜드마크인 4방면 시계가 10시 49분을 가리킨다. 브라이언 드 팔마Brian de Palma 감독의 1993년 영화 ‘칼리토Carlito’s Way’의 주인공 칼리토 브리간테 역의 알 파치노Al Pacino가 이탈리아계 폭력배들에게 쫓기며 격렬한 에스컬레이터 총격 장면을 펼치게 될 11시 27분(영화 상영시간 2:13:28)까지는 아직 38분이 남아 있다. 험악한 총격전을 피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왜곡된 사상적 광기의 총구는 조각가의 예술적 상상력으로라도 어떻게든 틀어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 험악한 고담 시티에서 광란의 춤을 추는 이권과 탐욕과 배신과 복수의 총구는 어림도 없다. (중략)

스페인 중남미 정복 전쟁의 중요한 베이스캠프이자 물류기지로 활기가 넘쳐나던 섬나라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부유한 항구라는 의미)의 식민지배권은, 1898년 스페인이 쿠바 문제로 미국과 벌인 전쟁에서 패배하며 400년 만에 미국으로 넘어갔다. 이로써 비슷한 시기에 대거 대서양을 건너온 이탈리아 이민자들과 히스패닉계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이 대도시의 한 지붕 아래서 살아가게 될 역사적 배경이 만들어진다. (중략)

이후 1492년 탐험가 콜럼버스를 후원한 스페인이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하며 시작된 300여 년간의 식민지 개척과 약탈과 경영을 통해, 언어를 비롯한 강력한 라틴문화를 중남미에 뿌리내리며 이탈리아반도를 넘어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까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라틴문화권이 완성된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본산의 라틴과 그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은 동질 문화권의 라틴아메리카가 새삼스럽게 뉴욕에서 격돌한 형국으로 동의한다면, 이탈리아계와 푸에르토리코계 갱스터 간의 갈등을 ‘동문화족 상잔’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겠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중에서

뉴욕현대미술관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최고의 명작은 인상파 작가 중 후기로 분류되는 반 고흐의 걸작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이다. 작가를 죽음으로 몰아간 당대의 무명이라는 눈물겨운 설움과 고난의 대가를 지불하고 얻은 값진 영광이다.

고흐의 인생은 전반적으로 불행했다. 자식이 목사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부친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화가의 길을 걸으며 불현듯 마주 선 좌절, 소외, 시련으로부터 발현된 괴팍함과 성마름과 고약한 주벽酒癖은, 무심한 세상에 대한 실망과 원망의 뇌관에 불을 붙였고 결국은 젊디젊은 나이에 극단적 자살이라는 비극적 종말을 불렀다.

동생 테오가 파리의 화상?商이었음에도 생전에 화가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거의 인정받지 못한 불운의 화가가 정신병원에서 미친 듯이 그려낸 이 유명한 그림은 세상 안목의 부질없음을 소리 내어 일깨운다.
---「뉴욕의 별이 빛나는 밤에」중에서

동서의 중차대한 명운을 갈랐던 금속활자 인쇄 발명의 원조 논쟁과는 별도로, 개발하고 실용하여 확산시킨 주도권에 대한 담론은 어차피 구별되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려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조선시대를 관통하면서 더 이상 크게 개량되지 못한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독일, 아니 유럽중심주의의 기울어진 시각을 신봉하는 서양이 아전인수의 발로에서 고려의 발명을 자신들의 공으로 돌려놓았다손 치더라도, 코리아Korea의 유래가 되었던 고려가 발명한 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물을 적어도 대한민국의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지 못한다는 현실은, 아무리 구한말의 무기력하고 어수선했던 시대 상황을 인정해보기도 하고 또 곱씹어보아도 스스로 받아들이기에 너무도 뼈아픈 비극이다.
---「뉴욕 공립 도서관」중에서

록펠러 가문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여한 기증과 후원의 성대한 유산 중에서도, 미국의 미술품 수집 역사상 최고의 사건 중 하나로 평가되는 명작이 노령老齡의 경건한 순례자를 정중히 맞았다. 작품의 어마어마한 가치와 유명세에 비한다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간결하고 단아한 방 전체의 분위기가 오히려 작품의 독보성獨步性을 더해주고 있있다.

82세의 고령인 그가 6개월 전 그 어떤 작품보다도 기대에 찬 마음으로 구입하여 손에 넣은 이 작품은, 15세기 초 플랑드르 최초의 거장 화가 로베르 캉팽Robert Campin(지금의 네덜란드 국적)과 그의 문하생들이 완성한 세 폭의 제단화祭壇畵로,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의 잉태를 알리는 신비스러운 성경 주제로 그려진 [수태고지Annunciation Triptych]였다.

동일한 주제로 그려져 명성을 떨치게 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이 탄생하기 약 50년 전에 또 다른 천재 화가의 신학과 미학을 담아 세상에 선보인 걸출한 명작이다. 제단화라고는 하지만 교회나 성당의 장식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당시 상업과 교역의 활황이 기지개를 켜던 플랑드르 지방의 유력한 중산층의 후원과 주문을 받아 개인소장의 목적으로 그려진 성화聖? 작품이다. 작품의 초창기 소유주였던 벨기에의 유력한 메로데 가문의 이름을 빌어 메로데 제단화Merode Altarpiece로 이름지어졌고, 작품을 전시한 수도원의 방에도 동일한 이름이 붙여졌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중에서

리틀이탈리아와 차이나타운이 길 하나를 두고 다정하게 마주하고 있으며 맘만 먹으면 세상 모든 문화권의 음식을 두루두루 맛볼 수 있는 미식가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곳.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고풍스러운 건물이 최신 경향의 현대적인 카페를 품고 있는 곳.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가와 전 세계에서 가장 드넓게 조성된 공공 시민공원을 보유하고 있는 곳. (중략)

마라토너에게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경지가 있다면, 여행자에게는 트래블러스 하이Travelers’ High라는 횡재가 있다. 견문을 통해서 얻어지는 창의적 영감이거나 혹은 불현듯 마주치는 ‘세렌디피티Serendifity’이다. 익숙한 궤도 밖에서 여행자가 획득하는 값진 보상이다. 뉴욕이 아랑곳에게 불러일으켜준 세렌디피티, 즉 ‘의도치 않게, 우연히 얻은 (좋은)경험이나 성과’는 ‘포용성包容性’이다.

대양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항구로서의 태생적 개방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애덤 스미스Adam Smith를 곡해한 황금만능Money talks의 냉정한 자본주의 논리가 철저하게 지배하는 이 깐깐한 대도시가 온 세상으로부터 모여든 별별 문화와 인종을 푼푼히 포옹하는 너그러움의 겸양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뜻밖의 반가움이다.
---「굿바이 뉴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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