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손희정
아직도 짐만 싸면 신이 나 | 장영은 우리가 몸속에 품은 수많은 동사들 | 김혼비 이 세계의 스테레오타입은 너무 지루하지 않은가 | 전고운 익숙하지 않은, 예상되지 않는 | 이경미 페미니스트 감각이 다큐멘터리가 된다면 | 김일란 마음의 능력을 믿는 영화 | 윤가은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 질문한다 | 배윤민정 내 ‘이야기’가 정치적 ‘담론’이 될 때 | 은하선 ‘소녀’와 ‘할머니’의 이분법을 넘어 | 허윤 ‘여기’를 확장하는 정치를 꿈꾸며 | 김현미 채널예스 기사 (1개) |
저김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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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작가 알림신청기획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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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들의 당나귀 귀』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기획하고 임윤옥, 김지혜 활동가와 페미니스트 문화비평가 손희정이 여러 게스트들을 초대해 ‘대중문화’에 관해 대담을 나누는 팟캐스트이다. 이 대담을 바탕으로 2019년 출간된 『을들의 당나귀 귀』(부제: 페미니스트를 위한 대중문화 실전 가이드)에 이어, 『을들의 당나귀 귀 2』(부제: 고루한 세계를 돌파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가 3년 만에 출간됐다.
앞서 출간된 『을들의 당나귀 귀』가 TV 예능, 드라마, 케이팝, 영화, 소설, 게임, 인터넷 커뮤니티 등 미디어와 대중문화 속 ‘성평등’ 이슈를 관통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기획이었다면, 이번에 나온 『을들의 당나귀 귀 2』는 에세이스트 김혼비, 배윤민정, 은하선과 극영화?다큐멘터리영화 감독 전고운, 이경미, 김일란, 윤가은, 문학?인류학 연구자 장영은, 허윤, 김현미가 참여해, 그들이 창작과 비평의 현장에서 길을 내면서 축적한 ‘페미니스트 지혜’를 나눈다. 기획자이자 저자 손희정은 여성들이 구축한 세계를 공유하고 언급하고 인용하는 것, 연결하고 이어 가는 작업이 중요하다면서, 『을들의 당나귀 귀 2』가 당대를 주름잡은 책, 영화, 운동을 깊이 읽고 대화 나눔으로써 한국 페미니스트 대중문화 유니버스에 “반드시 다시 찾아볼 것”이라는 인덱스를 남기는 책이라고 소개한다. “그라운드를 넓게 쓸 때 벌어질 수 있는 일” 편견, 제한, 고정관념을 넘어 문학연구자 장영은은 나혜석의 삶의 궤적을 그가 쓴 글을 중심으로 들여다보면서 가부장제 담론이 만들어 낸 ‘신여성’ 프레임을 꼬집는다. 나혜석은 ‘부르주아 여성’ ‘최초의 화가’ ‘길에서 죽었다’는 세간의 편견 어린 이미지 너머, “자기 스스로에 대해 말하고 쓴 최초의 여성 지식인”이었으며, 페미니스트, 독립운동가, 계몽주의자, 작가, 엄마, 가정주부, 여성 노동자 등 다양한 정체성 안에서 매 순간 “말과 글로 사건을 정면 돌파한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김혼비는 여자가 축구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람들, 특히 “내가 해봐서 안다”라는 남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축구를 시작해 “몸을 쓰는 재미를 알게 된 여자들”이, “그라운드를 넓게 쓸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보호’라는 명목으로 오랫동안 여자 축구 경기에만 있었던 성차별적인 제한 규정을 소개하고, 운동장에서 격렬하게 부딪치고 팀플레이를 하며 느낀 쾌감과 연대감을 생생한 에피소드와 함께 전한다. 또 페미니즘 관점에서 글을 쓰려던 것이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었음을 인지하며, 여성주의 글쓰기와 다른 운동에 대한 전에 없던 관심을 표하기도 한다. 전고운 감독은 연출작 『소공녀』에, 영화감독이자 독립영화 제작자로서 영화를 계속 만들고 삶을 영위하는 데 따르는 고민들을 연결 짓는다. 그는 집 대신 기호품인 담배와 위스키를 충당하기로 결정하고 친구의 집을 전전하는 극중 미소의 이야기가 “살수록 희망이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대한” “슬픈” 이야기인 동시에, “자기가 좋아하는 걸 지키고 사는” “뜨거움을 유지하는 한 명의 인간”을 보게 되는 “희망적인” 이야기라고 말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페미니즘을 담는 다양한 그릇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보건교사 안은영』 등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이경미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만들 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만든다”. 제도에 순응하지 않는 인물(〈잘돼가? 무엇이든〉), 끝내 ‘나는 내가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미쓰 홍당무』), 자기 욕망에 충실하게, 되는 순간까지 진실하게 가는 캐릭터(『비밀은 없다』) 등이 그 예다. 이경미는 “여자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 때” 자신감이 차오른다. 여성 영화, 여성 감독이라는 편견 없이 시장에서 좀 더 정확하게 평가받고 싶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미디어 활동가인 김일란은 여성 주체나 여성 문제를 다루는 것만이 아니라, 페미니스트 관점을 다루고 그에 따른 질문을 만들어 가는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는 페미니즘을 통해 이분법을 벗어나 질문하고 사건을 보는 사유, 섬세하게 들여다봐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보기 위해 노력하고 시야를 넓히는 동시에 세밀하게 보는 태도, 누가 왜 배제되는지, 그걸 이루는 힘이 무엇인지 질문하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에,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을 구상하고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마음은 능력, 갈등은 역동” 관계를 위한 노력들 ‘우리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6)과 『우리집』(2019)은 인물(배우)과 공간(촬영지)을 이어 가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연결된 세계관을 체험하게 하는 영화다. 윤가은은 『우리들』의 인물들을 『우리집』에도 나오게 한 것을 두고, “격한 시기를 보냈더라도 인생이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 “그러고 나서도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정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는 하나의 노력을 두고, “다른 사람을 챙기려는 마음은 하찮은 것이 아니”며, 이 “마음 자체가 재능”이라고 말한다. 호칭에서 드러나는 가족 내 부당한 위계에 맞서 싸운 배윤민정 작가는 비시각장애인들이 보는 묵자 도서를 점자 도서로 만드는 점역사 일을 했던 경험을 나눈다. 초등학생 아이가 이웃을 대하는 그림이 있을 때, 이웃의 직업에 따라 어떤 직업명에는 ‘선생님’, 다른 직업명에는 ‘아저씨’가 붙게 된다는 것. 그는 가족 내 한 사람이 불만을 참고 나머지 사람들만 웃는 상황이 “사랑을 지키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관계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말하며,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고, ‘역동’의 에너지로 삼자고 제안한다. “이 싸움들은 연결돼 있다” 백래시의 시대, 페미니즘의 전진을 꿈꾸며 은하선은 대학 재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페미니스트이자 성소수자로서 싸워 온 일련의 경험을 나눈다. 이 이야기들은 “성의 이해” 수업 폐강 운동에서 섹스 칼럼집 『이기적 섹스』 출간,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미투 운동, 『까칠남녀』 문자 사건, ‘나무위키’ 자기 항목 최초 수정에 이르기까지, 별개인 듯하지만 절묘히 연결되며, 페미니즘과 성소수자에 대한 작금의 백래시와 만난다. 이 이야기들은 지극히 사적이면서 지극히 정치적이다. 문학연구자이자 젠더연구자 허윤은 ‘소녀’와 ‘할머니’의 이미지로만 재현돼 온 ‘위안부’ 서사의 계보를 훑으면서, 역사적 남성 인물들이 중년의 신체로 재현되는 반면 “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그들이 싸우면서 역사를 바꾸고 있을 때에도 소녀의 신체로 재현되어야 하는지” 묻고, ‘소녀’와 ‘할머니’의 이분법을 넘어서야만 강제동원과 자발적 성매매를 둘러싸고 얽힌 논의들을 진보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이영훈의 『반일종족주의』와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 같은 역사수정주의적 시도들을 비판적으로 살피면서, 제국주의, 가부장제, 식민주의, 군사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지점을 분석해 내야 한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이주민?난민 문제를 연구해 온 문화인류학자 김현미는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와 페미니즘 진영 내 반난민 기조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난민들의 성별, 종교, 복장이나 소지품에 대해 무책임한 보도를 하고 여론을 호도한 언론, 여러 정권에 걸쳐 난민법과 난민 협약을 이루고 필요할 때마다 ‘인권 국가’임을 과시해 놓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정부, 외국인 이주자를 저임금 노동력 부족이나 결혼 시장의 불균형 문제, 돌봄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만 바라봤던 한국 사회의 낮은 인권 감수성이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또 민주화 운동 중에 군인에게 성폭력당한 미얀마 소수민족 여성이 정치범으로 인정받지 못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를 전하면서, 페미니스트들이 ‘무슬림 남자니까 쫓아내자’가 아니라, ‘난민법에 결여된 젠더 관점을 살펴야 한다’로 초점을 옮겨서 난민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이뤄내야 했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