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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담 | 아작 | 2022년 06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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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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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0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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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
파일/용량 EPUB(DRM) | 16.94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0.7만자, 약 3.5만 단어, A4 약 68쪽?
ISBN13 9791166686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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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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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꽃의 흔들림이나 비스듬히 내리쬐는 햇살, 과자에 들었던 스티커의 금박, 손톱을 물들인 봉숭아 잎, 비눗방울에 비친 무지개, 인어라는 상상, 그따위 것들을 제외하면 다 잊어도 좋다고 여긴다.
--- p.41

모든 부모는 끔찍하다. 아이들이 제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성애, 부성애가 얼마나 아름답고 강한지는 알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어른들을 사랑하는지는 잘 모른다. 이유 없이 사랑을 바치는 대상만큼 강력한 건 없다.
--- p.45

문제는 상대의 감정과 공명하지도 않는 과잉된 눈물과 친절로 그걸 해소하려 한다는 거다. 동정심을 가진 자신에게 취할 뿐이다. 율이 어떤 삶을 사는지 묻지도 않은 채 환상 속의 율을 측은히 여기는 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 p.49

그 책들은 죄다 엄마 아빠와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건 정말 이상했다. 마치 아이들에게 가족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 같았다. 이야기에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어도 항상 부모 중 한 사람이 등장해 훈계하거나 칭찬을 했다. 아니면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이라도 나왔다. 내 가족과 비슷한 이야기는 없었다.
--- p.61

가끔 어린 몸들에겐 나쁜 꿈이 찾아온다. 식은땀을 흘리며 움직일 수 없어지고, 밤중에 소리 지르며 놀라 깨어날 때도 있다. 귀신이나 괴물을 보기도 한다. 선우원에 오기 전 접한 충격들이 스트레스가 되어 신경을 짓누르면 발생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모들은 그래서 우릴 열 살까진 한 방에서 재운다.
--- p.64

울음은 죄다 어디로 갔을까. 왜 가슴이 타는 듯 슬픈데도 울 수 없을까. 눈물이 터지면 모든 세상이 무너질까 봐, 나라는 존재가 낱알조차도 남지 않을까 봐 마음을 억눌렀던 시절이 있었다. 가뭄이 길어지니 결국 눈물이 증발한 걸까.
--- p.93

엄마도 우리 같은 애들이 나올 줄 알았겠냐. 그냥,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우리도 엄마 같은 부모를 만날 줄은 몰랐으니 그냥, 살면 되는 거고.
--- p.101

우리 피의 대부분은 눈물로 이루어져서 그렇다. 눈물이 공명하는 그림자를 떨칠 수 없다. 사랑은 그늘 속에 있다. 마음이 발생할 때마다 속수무책이다. 안녕을 고하는 미래를 알면서도 한 번 더 믿고 싶은 마음을 놓지 못한다.
--- p.105

왜 어떤 업은 아이들에게 대물림될까. 선대가 해결하지 못한 고통을 떠안는 게 운명의 목적인 양. 사람들이 출산을 이어가는 이유는 오직 그뿐인 것처럼.
--- p.171

실체 없는 존재를 사랑하는 건 최악의 형벌이다. 그것만큼 무한한 지옥은 없다. 사랑해서 증오하든, 증오해서 사랑하든 끝없는 이상화에 시달린다. 대상이 거대할수록 나는 초라하다.
--- p.174

매끄럽기만 한 나무는 한 그루도 없다. 자랄 때마다 할퀴고 벌어진 살들을 껍질로 두른다. 우둘투둘하고 휜 곡선들이 나무의 정체성이다.
--- p.175

너도 알지? 하얗게 끊긴 후에도 열렬히 사랑하는 일은 가능하다는 걸. 삶은 돌아오고 또 돌아온다는 걸. 다 끝냈더니 알겠어. 아. 운명이란 그런 거야.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의 하얀 비명을 움켜쥐고 사는 일과 같은 거야.
--- p.230

외로움은 누군가를 사랑한 증거다. 사랑한 만큼 여백은 발생한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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