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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eBook

H마트에서 울다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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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3일
이용안내 ?
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61.87MB ?
ISBN13 9788954685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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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H마트에서 울다
울긴 왜 울어
쌍꺼풀
뉴욕 스타일
와인이 어딨지?
암흑 물질

언니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살아가기와 죽어가기
당신이란 사람에게 황겁할 정도로 도저하지 않은 점이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법과 질서
묵직한 손
사랑스러운
내 사랑은 계속될 거예요
잣죽
작은 도끼
망치 여사와 나
김치냉장고
커피 한 잔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 이제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 먹던 김이 어디 거였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할까?
--- pp.9~10

음식은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 내 입맛에 꼭 맞춰 점심 도시락을 싸주거나 밥상을 차려줄 때만큼은 엄마가 나를 얼마나 끔찍이 여기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 p.11

나는 지난 5년 사이 이모와 엄마를 모두 암으로 잃었다. 그러니 내가 H마트에 가는 것은 갑오징어나 세 단에 1달러짜리 파를 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두 분에 대한 추억을 찾으려고 가는 것이기도 하다. 두 분이 돌아가셨어도, 내 정체성의 절반인 한국인이 죽어버린 건 아니라는 증거를 찾으려는 것이다.
--- p.22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손바닥을 쫙 펴서 거기에 상추 한 장을 올려놓고 내 식대로 음식을 착착 쌓았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갈비 한 조각, 따끈한 밥 한 숟가락, 쌈장 약간, 얇게 저민 생마늘 한 조각을 차례차례로. 그런 다음 그걸 얌전하게 오므려 입에 쏙 집어넣고는 눈을 감고 우적우적 씹으면서 맛을 음미했다. 몇 달 동안 집밥에 굶주린 내 혀와 위는 그제야 깊은 만족감을 되찾았다. 밥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재회였다.
--- p.123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내게 너무도 익숙한 한국말. 내가 평생 들어온 그 다정한 속삭임. 어떤 아픔도 결국은 다 지나갈 거라고 내게 장담하는 말.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위로했다. 엄마의 모성이, 엄마가 느꼈을 테지만 능숙하게 숨겼을 무진장한 공포를 제압해버린 것이다. 엄마는 무슨 일이든 어찌어찌 잘 풀릴 거라고 내게 말해줄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었다. 난파선이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담담히 지켜보고 있는 태풍의 눈과도 같았다.
--- p.203

이것이 내가 원한 전부였다. 몇 날 며칠을 화려하고 값비싼 고기 요리와 갑각류 요리 그리고 버터와 치즈와 크림 배합을 달리한 갖가지 감자 요리를 만든 끝에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진짜로 원한 요리는 바로 이것이란 걸. 이 담백한 죽은 난생처음으로 내게 깊은 만족감을 준 요리였다. (…) 나는 눈을 감고 마지막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고는, 보드라운 죽이 엄마의 갈라진 혀를 살포시 감싸는 순간을 상상했다. 그리고 따뜻한 액체가 천천히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뒷맛을 천천히 음미했다.
--- pp.319~320

무대에 올랐을 때 나는 잠깐 서서 홀을 둘러보았다. 내 야심이 정점에 달했을 때조차 엄마의 모국, 내가 태어난 도시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엄마가 이런 내 모습을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란 여자, 내가 쌓은 커리어, 내가 절대로 이루지 못할 거라고 엄마가 그토록 오랫동안 걱정한 일을 이렇게 떡하니 이루어낸 모습을 보고 얼마나 자랑스러워했을까. 우리가 맛본 성공이 엄마의 죽음을 둘러싸고 있고, 내가 부르는 노래가 죄다 엄마를 추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완전히 모순이긴 해도 엄마가 공연장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간절했다.
--- pp.386~38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엄마 생각에 눈물부터 나오는 곳, H마트

이 책은 한 편의 절절한 에세이에서 시작되었다. 미셸 자우너가 한인 마트에서 장을 보며 엄마를 향한 추억과 그리움을 쓴 글 「H마트에서 울다」가 『뉴요커』에 실리자마자 수많은 독자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H마트는 미국에서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대형 식료품 할인점으로, H는 ‘한아름’의 줄임말이다. ‘두 팔로 감싸안을 만큼의 크기’라는 의미처럼 그곳에는 만두피, 김, 뻥튀기, 죠리퐁, 갖가지 밑반찬 등 없는 한국 먹거리가 없다. 미국 14개 주 70여 곳에 있는 H마트는 그러므로 한국계 미국인에게 ‘고향의 맛’을 찾게 해주는 보물창고와도 같다. 2층 식당가에는 뚝배기에 찌개가 담겨 나오고 떡볶이를 파는 한국 음식 전문점과 탕수육, 짬뽕, 볶음밥과 짜장면을 파는 한국식 중국 음식점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추억과 사연을 안고 이곳을 찾는다.

엄마를 잃고 찾아간 그곳에서, 자우너는 딸과 함께 해물짬뽕을 먹는 할머니를 보고 울컥한다. H마트에서, 엄마는 어디에나 있다. 비빔밥에 고추장 많이 넣지 말라던 엄마의 잔소리도, 달콤한 짱구 과자를 손가락에 끼고 흔들던 엄마의 모습도, 엄마와 내가 조금씩 베어물던 동그란 뻥튀기의 추억도 이곳에선 생생하기만 하다. 그렇게 H마트에서 자우너는 엄마가 미각에 강렬하게 새긴 맛을 되찾으며 위안을 얻고 회복해나간다.

지독한 잔소리꾼인 엄마가 사랑을 전하는 방법

누구보다 애틋한 모녀였지만 깊은 사랑은 때론 애증이 된다. 한 살짜리 아기를 데리고 한국인이라곤 찾을 수 없던 미국 오리건주 유진으로 이민 온 엄마는 딸을 엄하게 키운다. 어린 자우너가 보기에 미국인 엄마들은 자식에게 스스로 결정할 자유를 주고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해 애쓰는 듯했지만, 자신의 엄마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딸을 최상의 버전으로 만드는 데 잔소리를 아끼지 않을 뿐이었다. 딸의 외모, 화장, 옷차림, 공부 등 사사건건 간섭을 하는 엄마. 다치기라도 하면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며 흉터 걱정부터 했다. 꺼이꺼이 흐느끼는 자신을 위로해주기는커녕 “울긴 왜 울어. 네 엄마가 죽은 것도 아닌데”라며 다그쳤다. 자우너는 엄마의 그런 엄하고 매정한 말들이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말 대신 음식으로 사랑을 보여주었다. 생일날에는 미역국을 끓여주고, 테라스에서 뜨거운 철판 위에 두툼한 삼겹살을 굽고 삼겹살 쌈을 만들어주었다. 자우너가 간장게장을 쪽쪽 빨아먹거나 산낙지를 초고추장에 푹 찍어 입에 넣을 때면 엄마는 감탄했다. “넌 진짜 한국 사람이야.”

이제 엄마를 겨우 이해할 것 같은데…
덜컥 찾아온 엄마의 암 투병


운명은 이해하기 힘들다. 작가가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한 스물다섯 살에, 엄마도 조금씩 예술가의 길을 걷는 딸을 응원하기 시작하던 그때, 건강하던 엄마에게 암 진단이 내려진다. 작가는 절박한 마음에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매일같이 엄마가 복용하는 약과 먹은 음식을 기록하고, 머리숱도 거의 사라지고 몸집도 줄어든 엄마에게 한국 음식을 해주려 한다. 살아생전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사랑하던 남자친구와 결혼식도 올리기로 한다. 엄마는 딸의 결혼식을 보려는 듯 기적적으로 그 순간까지 버텨준다.

하지만 운명을 피할 순 없었다. 다만 엄마가 해주던 음식의 기억만은 생생히 남았다. 이제 엄마는 없지만 자우너는 인터넷과 유튜브를 찾아보며 된장찌개, 잣죽, 김치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엄마의 한국 음식을 통해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달래며 회복해간다.

상실과 회복, 그리고 사랑의 노래

작가는 어릴 적에 엄마가 2년에 한 번씩 자신을 데리고 간 한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나, 마치 엄마가 자신에게 한국 문화에 대해 알려준 것처럼 남편을 데리고 한국을 경험한다. 생일날 이모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고, 엄마와 못다 한 추억을 친척들과 공유하며 슬픔을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회복하며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이 책은 한 예술가의 성장담으로 읽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이 책을 번역한 정혜윤 번역가는 “자우너는 음악과 처음 사랑에 빠진 풋풋한 시절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수많은 젊은 예술가가 겪는 시련, 이를테면 부모의 극심한 반대, 생활고, 기약 없는 미래로 불안에 떨던 경험도 솔직하게 들려준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아시아계 혼혈인 여성 예술가라는 겹겹의 소수자로 살아가면서 맞닥뜨린 또다른 종류의 좌절과 혼란에 대해서도”라고 평한다. 자우너가 이끄는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2021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뉴 아티스트’ 부문과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다.

언론평

책 한 권이 단번에 우리를 스낵 코너로 끌고 가 이내 엉엉 울게 만들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었다. 미셸 자우너가 음식을 한입 깨물어 먹을 때마다 온갖 추억이 피어오른다.
- [뉴욕 타임스]

자우너는 세밀하고도 깊이 있는 언어로 애도, 기억, 엄마와 딸,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타임]

미셸 자우너는 독자가 오감으로 감각하도록 글을 썼다. 음미할 수 있는 문장, 음악처럼 들리는 문단이 담겨 있다. 그는 음식과 추억, 화려함과 애도에 대한 이야기를 매끄럽게 엮어서 믿음과 상실에 관한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 [뉴요커]

찌개, 떡볶이 같은 여러 한국 별미에 대한 묘사는 자우너와 엄마 사이의 모든 걸 아우르는 깊은 사랑의 징표다. 자우너가 죽음을 바라보는 솔직함은 뜻밖의 절실한 선물과도 같다.
- [보그]

이 책은 엄마와 딸의 복잡한 관계를 담았다. 엄마를 잃고 난 뒤 자우너는 한국 음식을 요리하면서 엄마를 되살려내고, 결국엔 자기 자신으로 바로 선다.
- [NPR]

자우너의 글은 유려하고, 솔직하고, 친숙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그 존재의 흔적을 찾는 데 모든 감각을 동원한다. 자우너는 마치 우리가 그녀 엄마의 부엌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느끼게 한다.
- [커커스 리뷰]

자우너는 엄마를 잃은 슬픔을 절절하게 표현해낸다. 이 역대급 팝 스타의 내면을 이해하고자 하는 팬들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을 읽고 울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애도와 상실이라는 감정 속에서 미셸 자우너는 묻는다. 나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음식을 먹이고 한국 문화를 알려주었던 엄마가 없다면 나는 한국인일 수 있을까? 그건 정확히 나의 이야기와도 만난다. 내게 수어를 가르쳐준 엄마가 없다면 나의 모어와 문화는 어떻게 되는 걸까? 엄마가 해주었던 한국 음식을 떠올리며 H마트에서 장을 봐 요리를 하며 자기 자신으로 바로 서는 미셸 자우너를 바라본다. 이는 온전히 나의 문화이며 동시에 유산이라고 명명하는 그를 보며 용기를 얻는다.

가끔 생각한다. 서투른 한국어를 하거나 한국 문화의 가장 바깥에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이 때로 가장 한국적이라고. 그 낯설고 새로운 시선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 이길보라 (영화감독, 작가)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는 강렬한 회고록.
- 앨 우드워스 (아마존 북스 편집장)
『H마트에서 울다』는 경이롭다. 엄마와 딸, 사랑과 슬픔, 음식과 정체성에 대한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성장 이야기.
- 에이드리엔 브로더 (『와일드 게임』 저자)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음식이라는 언어로 소통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며 기억을 간직하는 방식에 대한, 선명하고 아름다운 에세이.
- 황선우 (작가)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이민 2세대인 저자가 풀어낸 우리 음식의 묘사나 맛의 느낌과 더불어, 옮긴이의 적절한 언어 선택이 아주 뛰어났다.
- 이옥선 (작가)

eBook 회원리뷰 (16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포토리뷰 엄마의 기억_048 (H마트에서 울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J*y | 2022.09.18 | 추천8 | 댓글4 리뷰제목
H마트에 들어서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1년 남짓 미국생활을 하며, 한국음식을 얼마나 그리워할까 싶었는데, 장장 4시간을 넘게 운전해 (아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장을 보러 간다는 거잖아?) 도착한 그 곳은 없던 향수병도 생기게 할 것만 같은 익숙하고 설레는 공간이었다. 아니, 여기는 한국인건가    이런 기억 덕분에 이 책을 읽기 전 저자가 한국인일지도 모르겠다고,;
리뷰제목

H마트에 들어서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1년 남짓 미국생활을 하며, 한국음식을 얼마나 그리워할까 싶었는데, 장장 4시간을 넘게 운전해 (아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장을 보러 간다는 거잖아?) 도착한 그 곳은 없던 향수병도 생기게 할 것만 같은 익숙하고 설레는 공간이었다. 아니, 여기는 한국인건가 

 

이런 기억 덕분에 이 책을 읽기 전 저자가 한국인일지도 모르겠다고, 낯선 객지 생활 속에서 만난 익숙한 것들로 인해 감정이 고양된 것은 아닐까,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느낄법한 ‘H마트라는 공간이 주는 익숙함과 반가움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었다.

 

   *H마트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H는 한아름의 줄임말로, 대충 번역하자면 두 팔로 감싸안을 만큼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조기 유학 온 아이들은 고국에서 먹던 갖가지 인스턴트 라면을 사러, 한인 가족들은 설날에 해 먹을 떡국 떡을 사러 이곳에 온다. p.11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p.11

 

   이제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 먹던 김이 어디 거였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할까? p.11

 

, 이런... 책을 펼치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더 이상 내 옆에 함께 하지 못하는 (그것이 내가 선택한 것이든 또는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든)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그 무엇 말이다. 그것은 저자와 같이 특정한 장소일 수도, 노래일 수도, 영화일 수도 또는 음식일 수도 있다. 아니 그저 어느 계절일 수도 바람결에 실려온 낯익은 향기일 수도 있겠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 어머니를 통해 한국의 정서를 접한 저자는 경계인으로써의 자신의 삶과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때로는 담백하게 또 때로는 온갖 감정을 다 실어 적어두었다. 엄마와 엇갈렸던 그녀의 감정을, 위암 판정을 받은 엄마를 돌보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이야기를 읽으며, 엄마와 딸들의, 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순탄치만은 않은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내게 너무도 익숙한 한국말. 내가 평생 들어온 그 다정한 속삭임. 어떤 아픔도 결국은 다 지나갈 거라고 내게 장담하는 말.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위로했다. p.84

 

문득 오래전 암 판정을 받고 수술 날짜를 기다리시던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괜찮아, 괜찮아.

아무 말도 못하고 울지 않으려고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던 순간, 이어진 엄마의 말은 결국 나를 무너뜨렸었다.

딸은 결혼 준비할 때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데, 그게 제일 걱정이네.

 

저자는 엄마를 위해 결혼을 앞당기고 그런 기대할만한 일들로 엄마가 고통을 잊기를, 가족 모두 이 시간을 잊기를 바란다. 저자의 말처럼 얄팍한 속임수라 할지 모르지만, 그 순간을 다 같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을 수 있다면 그 노력을, 그 마음을 어찌 가벼이 여길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완강히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안정제 주사 한 방이면 엄마가 전처럼 괜찮아질 거라 확신했고, 그때그때 적당히 무마하면서 몇 년은 더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p.86

 

   아빠는 내파밸리로 다 같이 와인 시음을 하러 갈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여세를 몰아 계속 아무 일도 없는 척 얄팍하게 위장해보려는 속셈이었다. 뭔가 계속 기대할 만한 게 있으면 이 병을 속여 넘길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p.101

 

솔직히 미국에서 자란 저자가 이렇게나 한국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에 살짝 놀랐다. 책에 소개된 한국 음식과 문화(그녀의 글에서 화투에 대한 설명을 발견한 순간 이 책을 읽으며 드물게 웃음이 나기도)에 대한 글을 읽으며 과연 외국인의 시선으로 이 책을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특히나 그녀가 설명하는 음식들은 얼마나 맛깔나게 느껴지던지, 이 글을 읽으며 음식의 맛을 상상할 수 없는 외국인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할 정도였다.

(고백컨대, 이 글을 읽은 주말 나는 오랜만에 갈비를 재며 부산을 떨기도 했다)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손바닥을 쫙 펴서 거기에 상추 한 장을 올려놓고 내 식대로 음식을 착착 쌓았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갈비 한 조각, 따끈한 밥 한 숟가락, 쌈장 약간, 얇게 저민 생마늘 한 조각을 차례차례로. 그런 다음 그걸 얌전하게 오므려 입에 쏙 집어넣고는 눈을 감고 우적우적 씹으면서 맛을 음미했다. p.53

 

김영하 북클럽의 책으로 함께 읽은 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키워드로 엄마한국 음식을 꼽았다. 엄마와 음식이라니, 이 둘을 분리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세상 어떤 2개의 낱말이 이렇게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저자에게 H마트는 단순한 장소가 아닌 엄마를, 그 엄마가 해준 음식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H마트에서 울다로 지은 것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그녀에게 H마트는 엄마와의 추억그 자체일 테니까.

 


 

*기억에 남는 문장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나는 전적으로 어머니에게서 한국문화를 접했다. 엄마는 내게 직접 요리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한국인들은 똑 떨어지는 계량법 대신 참기름은 엄마가 해주는 음식맛이 날 때까지 넣어라같은 아리송한 말로 설명하길 좋아한다) 내가 완벽한 한국인 식성을 갖도록 나를 키웠다. 말하자면 나도 훌륭한 음식 앞에서 경건해지고, 먹는 행위에서 정서적 의미를 찾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음식 하나하나에 대한 선호가 분명했다. 김치는 알맞게 익어 적당히 새콤한 맛이 나야 했고, 삼겹살은 바짝 구운 것이어야 했으며, 찌개나 전골은 입안이 델 정도로 뜨겁지 않으면 안 먹느니만 못했다. 한 주 동안 먹을 음식을 미리 만들어둔다는 생각은 말도 안 되었고, 우리는 그날그날 당기는 음식을 바로바로 만들어 먹었다..(중략)..우리는 철철이 제철 음식을 해 먹었고, 꼬박꼬박 명절 음식을 챙겨 먹었다. p.11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글을 읽다보니, 아 그렇구나..그러게...공감이 가던ㅎㅎ

 

음식은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p.11

 

이따금씩, 출입문도 없는 방안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 정도로 깊은 슬픔에 잠길 때가 있다. 엄마가 돌아가셨단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단단한 벽에라도 부딪힌 듯한 심정이 된다. 출구도 없고 단단하기만 한 벽면에 쿵쿵 머리를 찧으면서, 앞으로 다시는 엄마를 보지 못하리라는 절대 불변의 현실만 자꾸자꾸 떠올리는 것이다. p.13

 

청년의 어머니는 자기 수프에서 고깃조각들을 건져내 아들의 숟가락에 올려놓는다. 좀 피곤해 보이는 아들은 어머니에게 말도 별로 건네지 않고 조용히 앉아서 먹기만 한다. 그에게 내가 지금 얼마나 우리 엄마를 그리워하는지 아느냐고 말해주고 싶다. 어머니한테 더 잘 대해드리라고, 삶은 허망해 어머니가 언제 훌쩍 떠나가버릴지 알 수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p.15

 

음식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 역시 엄마 나라 문화의 핵심 요소였다..(중략)..예쁘다는 말이 착하다, 예의바르다는 말과 동의어로까지 사용되는 곳이다. 이렇게 도덕과 미학을 뒤섞어놓은 말은, 아름다움을 가치 있게 여기고 소비하는 문화로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p.29

 

한국 엄마들은 서로를 자기 아이의 이름으로 불렀다. 이를테면 지연의 엄마는 지연 엄마라고, 에스터의 엄마는 에스트 엄마라고 불렀다. 나는 그분들의 진짜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자신의 정체성이 자기 아이들에게 흡수되어버린 것이다. p.59

 

그 부츠가 떠올랐다. 내가 발이 까지지 않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도록 엄마가 미리 신어 길들여 놓은 부츠가. 나는 이제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바랐다. 부디 내가 대신 고통받을 방법이 있기를, 내가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엄마에게 증명할 수 있기를, 엄마의 병상에 기어들어가 엄마에게 바짝 몸을 밀착시키기만 하면 그 무거운 짐을 내가 송두리째 흡수해버릴 수 있기를. 인생이 공평하려면 자식 된 도리를 다할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 같았다. pp.62-63

 

나는 두 세계중 어느 세계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었다. 노상 반만 인정받고 반은 이방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나보다 그 세계의 지분이 더 많은 누군가가, 온전하고 완전한 누군가가 자기 멋대로 날 쫓아낼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오랫동안 미국이라는 나라에 속하려고 별짓을 다 했다. pp.76-77

 

엄마의 설명은 애매하기 짝이 없어 복장이 터지기 일쑤였다. 밥만 해도 그랬다.

쌀 위에 손바닥을 올려놓고 그 위까지 물을 부으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네 손등을 다 덮을 때까지 물을 채우라고!”

나는 전화기를 어깨와 턱 사이에 끼우고 물을 부어놓은 흰 쌀에 왼손을 담갔다.

그게 몇 컵인데?”

그건 나도 몰라. 엄마는 컵을 써본 적이 없어!” p.97

*밥솥의 크기가 다 다르고 쌀의 양도 다른데 항상 손등을 덮을 때까지 물을 채우라는 그 말이 너무 어려웠던 기억.

 

엄마, 거기 있어?” 내가 속삭였다. “내 말 들려?”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려 엄마의 파자마 위로 뚝뚝 떨어졌다.

엄마, 제발 눈 좀 떠봐.” 나는 엄마를 깨울 작정이라도 한 듯이 소리쳤다. “나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제발, 엄마. 나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엄마! 엄마!

나는 엄마의 언어로, 모국어로 절규했다. p.106

 

나는 멈추지 않고 죽은 엄마의 사지를 옷에 욱여넣었다. 겨우 한 동작 마칠 때마다 엄마 옆에 쓰러져 몸부림치면서 매트리스에 얼굴을 파묻고 울며 소리질러댔다. 그렇게 극한 슬픔에 짓눌려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 될 때마다 스스로 제동을 걸고 격앙된 감정을 진정시켜야 했다.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무도 내게 그런 준비를 시켜주지 않았다.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거지? 왜 이런 기억을 가져야 되지? p.108

 

한 사람이 무너지면 나머지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 어깨를 내주며 그 무게를 감당하는 법이니까. p.111

 

내 기억을 곪아터지게 놔둘 수는 없었다. 트라우마가 내 기억에 스며들어 그것을 망쳐버리고 쓸모없게 만들도록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 기억은 어떻게든 내가 잘 돌봐야 하는 순간이었다. p.149

 

나는 한국 문화와 우리가 먹은 음식을 글로 쓸 작정이었다. 그 음식들이 내가 기억해내고 싶은 엄마와의 추억을 어떻게 불러일으켰는지도.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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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Ethnicity, 흔히들 말하는 민족성이 과연 무엇일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킴**트 | 2023.11.25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외국에 살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태어나 조카와 함께 살고 있고요, 이 책도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질문하게 되더군요, Ethnicity, 흔히들 말하는 민족성이 지금 현재 이 사회에서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으로 정의하여 받아들이면 될까? 이게 더 이상 의미가 있는 것인가? 걱정도 되었습니다, 먼 훗날, 언니와 내가 없으면 나의 두 조카들도 한국 식품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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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태어나 조카와 함께 살고 있고요, 이 책도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질문하게 되더군요, Ethnicity, 흔히들 말하는 민족성이 지금 현재 이 사회에서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으로 정의하여 받아들이면 될까? 이게 더 이상 의미가 있는 것인가? 걱정도 되었습니다, 먼 훗날, 언니와 내가 없으면 나의 두 조카들도 한국 식품점에서 우리를 그리워하며 이렇게 울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더 와닿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구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닉*************고 | 2023.04.0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2022년 02월에 문학동네에서 출간 된 [eBook] H마트에서 울다를 예스 24에서 구입하게 되어 이렇게 예사 블로그에서 리뷰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셸 자우너 저/정혜윤 역인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해외살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몹시 유명한 에세이지 않나요? 그래서 간간히 이름만 들어왔었는데 비로소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쁩니다. 흥미롭고 재밌게 끝까지 읽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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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2월에 문학동네에서 출간 된 [eBook] H마트에서 울다를 예스 24에서 구입하게 되어 이렇게 예사 블로그에서 리뷰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셸 자우너 저/정혜윤 역인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해외살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몹시 유명한 에세이지 않나요? 그래서 간간히 이름만 들어왔었는데 비로소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쁩니다. 흥미롭고 재밌게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벌써 뭔가 울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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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nicity, 흔히들 말하는 민족성이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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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킴**트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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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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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b*****n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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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b*****n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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