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수업 시간에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선생님!!!!!!!!!!!!!”(느낌표의 개수에 따라 경중이 다름)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괜찮아요.” 너무나 궁금한 게 많고 모든 게 너무나 큰 일처럼 느껴지는 1학년을 진정시키는 마법의 말, “괜찮아요.” 우리 꼬꼬마들의 1학년이 다 괜찮게 흘러가길!
---「3월 : ‘괜찮아요’라는 말이 필요한 꼬꼬마들」중에서
“우리 ♡♡이는 뭘 먹고 이렇게 귀엽니?” 쉬는 시간에 가만히 다가와 내 손을 꼭 잡아보는 꼬꼬마에게 장난삼아 웃으며 물었더니 급 진지 모드로 돌변.
“제가요, 일곱 살 때 오이를 먹었거든요? 싫어하는데 꾹 참고 먹었더니 귀여워진 거 같아요!” (내면의 대폭소) 애써 웃음 참고 “그렇구나!” 맞장구쳐 주었다. 나도 오이 먹자!
---「3월 : ‘괜찮아요’라는 말이 필요한 꼬꼬마들」중에서
아이들에게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 대신 ‘열심히’ 해보는 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젓가락질도, 줄넘기도, 그림 그리기도, 색칠하기도 모두 ‘잘’하지 않아도 되지만, 열심히 해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 해보지 않고서는 잘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것을 오늘 이야기해주었습니다.
---「3월의 알림장」중에서
꼬꼬마들이 뭔가 어려운 일을 할 때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끙끙거리는 게 정말 기특하다. 어떻게든 해내려고 애쓰는 그 의지가 눈부셔서 나도 모르게 눈에 하트 백만 개. 결국 도움을 청하러 나와서 내 설명에 집중하며, 무의식적으로 “응, 응.” 대답하는 그 반말까지도 좋다.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구나. 멋지다.
---「3월 : ‘괜찮아요’라는 말이 필요한 꼬꼬마들」중에서
아토피가 심해 손등이 거북등처럼 꺼칠한 우리 꼬꼬마. 자꾸 손을 감추길래 볼 때마다 손을 꼭 잡고 “우리 ○○이 손 왜 이렇게 작고 귀엽지? 선생님은 ○○이 손 잡는 거 넘 좋다야.” 눈 맞추며 이야기해줬는데, 오늘 갑자기 귓속말로 속삭여준 말에 가슴 찡. “선생님, 지구만큼 사랑해요.” 지구만큼이라니……. 그 엄청난 사랑을 내가 받아도 되겠니.
---「3월 : ‘괜찮아요’라는 말이 필요한 꼬꼬마들」중에서
줄넘기할 때마다 좌절하는 꼬꼬마들. “여러분, 엄마 아빠가 태어났을 때부터 줄넘기를 잘했을까요? 부모님도 초등학교 1학년 때 줄넘기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서 어른이 된 지금 줄넘기를 할 줄 아는 거예요. 포기하면 앞으로 줄넘기를 계속 못해요!” 펄쩍펄쩍 뛰는 꼬꼬마들 옆에서 으쌰으쌰 응원하기!
---「5월 : 한 뼘씩 자라는 아이들의 마음」중에서
줌 수업 끝나며 집에서 제일 귀여운 것, 내가 제일 아끼는 것을 선생님에게 보여주고 가라는 말에, 인형, 사슴벌레, 강아지, 고양이, 각종 장난감이 다 등장. 그러나 최고 압권은 아장아장 걷는 동생을 데려와 낑낑거리며 들어 올린 꼬꼬마였다! 온 얼굴 가득한 ‘내 동생 귀엽죠’에 빵 터짐.
---「7월 : 가르치는 기쁨과 배우는 기쁨이 만나는 순간」중에서
꼬꼬마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너희들이 1학년 때 배운 것만 잘 기억하고 살아도 커서 훌륭한 어른이 된다고. 나쁜 어른들은 1학년 때 배운 걸 실천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1학년 때 배운 것만 실천하고 살아도 세상에 범죄는 없다. 이건 진짜다.
---「11월 : 마음의 온기를 나눌 줄 아는 아이들」중에서
“매일 ‘오늘 학교 어땠어?’라고 물으면 한 번도 빠짐없이 ‘재미있었어!’라고 외치는 ♡♡이를 보며 저희 부부가 얼마나 큰 안도감을 느꼈는지 선생님께선 모르실 거예요.”라는 보호자님의 문자를 읽으며 행복하게 마무리한 날.
꼬꼬마들이랑 낮에 헤어지며 약간 울컥했지만 잘 참았는데 오후에 쏟아진 보호자님 문자들에 눈물 난 건 안 비밀. 힘들어도 견딜 수 있는 건 이런 순간 때문이죠. 암튼 저를 지금부터 ‘Z방학씨’라고 불러주십시오. 이번 학년도를 무사히 마무리한 내 자신 칭찬한다!
---「12월 : 그리고 겨울방학, 우리의 안녕」중에서
작년의 꼬꼬마. 가장 장난꾸러기였지만 가장 웃겼고, 산만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너무나 마음이 따뜻했던, 매력 만점 내 사랑. 급식실에서 마주친 꼬꼬마에게 “넘 보고 싶었어! 넌 선생님 안 보고 싶었니?” 궁시렁거렸더니 의젓하게 내 어깨를 두드리며 “저도 보고 싶었죠.”라고 말함. 우리 나이가 바뀐 듯…….
---「다시, 봄 : 우리의 반짝이는 순간은 계속됩니다」중에서
아이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되 결과에 매몰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만들어주고 싶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가지게 하고 싶다. 내게 주어진 1년의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면 나머지는 다음 해의 선생님이 애써주시겠지.
---「다시, 봄 : 우리의 반짝이는 순간은 계속됩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