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우리’를 더욱 아프게 하는 건 ‘우리’가 아닐까식이장애는 우리에게 낯설면서 익숙하다. 식이장애로 진단받지는 않았더라도 일정 부분 섭식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식이장애’라는 명칭은 낯설어도 거식, 폭식, 먹토 등의 표현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이는 현대에 찾아온 물질적 풍요로움과 반대로 정신적 상실감은 커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저변이 없으니 눈을 돌려 외적인 것에 더욱 집착하는 게 아닐까. 날씬함에 대한 강박, 외모가 최고라는 신념, 나 아닌 타인에게 무게를 두는 불안정감…. 단순히 잘난 사람이고 싶다는 욕망을 떠나, 사회병리로 번져가는 듯한 요즘이다.그럼에도 식이장애에 관한 사회 인식은 여전히 곱지 않다. 식이장애를 떠올리면 어둡고 침울하고 예민하고 혹은 기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있다. “그건 다 의지 문제야.”라며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기기도 일쑤다. 이런 지경이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홀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그러나 식이장애는 ‘살아남았다’고 표현할 만큼, 가볍지 않은 병이다. 쉬쉬하며 일상을 영위하는 것보다는 내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고 전문가를 만나 치료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어쩌면 외면하고 싶어서, 어쩌면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어쩌면 식이장애에 관한 오해 때문에, 부담을 느껴 관련 이야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회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요즘은 식이장애를 겪은 과정을 담아 목소리를 내는 책도 종종 보인다. 모두 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좋은 책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 《나는 식이장애 생존자입니다》처럼 솔직하면서도 읽기 쉬운 책은 드물다고 생각한다.“식이장애는 운과 시간만으로 해결되지 않아요.하지만 한 걸음씩 시간을 헤쳐 가는 여러분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요.”식이장애를 겪고 치료하고 이겨낸 이야기힘든 과정이었지만, 누군가의 마음에는 위로와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책은 총 네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식증, 폭식증, 치료, 완치 이렇게 작가가 식이장애를 겪고 치료했던 과정을 순서대로 나열했다. 모든 과정을 만화로 풀어냈기 때문에 누구든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그림에세이로 탄생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연재 당시 유저들의 폭발적 공감과 지지를 얻은 것이 그 방증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지면의 한계로 만화에는 다 싣지 못했던 내용을 추가로 수록했는데, 식이장애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우리는 이 책에서 식이장애를 위한 정확한 치료법을 얻을 수는 없다. 작가의 말처럼 ‘식이장애를 겪고 이겨낸 사람은 맞지만 식이장애 전문가’가 쓴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식이장애 때문에 남몰래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섭식 문제로 울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역할은 충분히 다하리라 본다.작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식이장애의 긴 터널 속에서 좌절과 희망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향해 응원을 보낸다. 식이장애는 운과 시간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고통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한 걸음씩 시간을 헤쳐 가는 분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과거의 자신처럼 ‘하루하루 식이장애로부터 살아남고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쓰고 그렸다고 하니, 그 마음이 독자에게 온전히 전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