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이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먹고 놀고 사랑했던 기억만이 행복했던 시절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을 뿐이다절대 빈속으로 읽으면 안 되는 책, 뭐라도 먹고 읽어야 하는 책!“먹으며 웃고, 먹으며 울고, 먹으며 행복하다.”음식에서 얻은 다정한 위로인생은 어쩌면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일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50년 살아오고, 여행작가로 20년을 일하며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말한다. “돌이켜보니, 인생 아무것도 없다.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살았던 기억은 머릿속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먹고 놀고 사랑했던 기억만이 행복했던 시절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을 뿐이다”라고.그래서 작가는 먹는다. 외로움을 견디고, 슬픔을 이기고,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먹는다. 군만두를 먹고, 돈가스를 먹고, 짜장면과 막국수, 와플을 먹는다. 혼자서도 먹고, 여럿이 어울려서도 먹는다. 그는 먹으며 울고, 먹으며 웃고, 먹으며 행복감을 느낀다. 먹으며 위로받고, 먹으며 위로하며 이번 생을 건너간다. 그에게 음식을 먹는 일은 생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한 방법이다.음식을 먹으며 떠올리는 작가의 추억과 생각은 때로는 애틋한, 때로는 따뜻한, 때로는 투명한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요리사이자 음식 칼럼니스트인 박찬일은 “음식 글을 잘 썼던 하루키 이후에 처음 만나는, 무심한 듯 마음을 후려치는 아름다운 문장들”이라고 추천사를 썼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음식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간격이 주는 울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인생은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맛있게 즐기는 유쾌한 인생만족과 여유. 작가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다. 그렇다고 그가 대단한 것들에서 만족을 느끼는 건 아니다. 그는 소박한 음식과 소소한 일상에서 만족을 느끼고, 그 만족감을 통해 여유로운 인생을 만들어간다. 작가는 마감을 끝낸 후 짜장면 한 그릇과 군만두 한 접시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빌 에번스를 들으며 오후 두 시의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마실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만둣집을 나오며 생각한다. 인생은 짧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순 없다. 따끈한 군만두 한 접시를 마음껏 먹을 수 없다면 인생 따위가 뭐란 말인가.” 이 같은 명료하면서도 유쾌한 결론은 오랜 연륜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작가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그는 음식을 앞에 두고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까칠한 아저씨가 되기보다 음식을 즐기는 유쾌한 아저씨가 되는 쪽을 기꺼이 택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인생은 즐기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인생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쓸데없다면 쓸데없는 말 같지만,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모여 내 인생이 있는 거지 하고 생각하면서 쿠시카츠를 한 입 베어 문다. 입술에 기름기가 잔뜩 묻지만 이게 또 튀김을 먹는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튀김 앞에서 우리는 언제나 속수무책이다. 죄책감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두손 두발 다 들고 튀김 속으로 뛰어드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먹으면 뭐라도 한 줄 쓸 거리가 생기니까.”여행과 음식을 통한 인생의 긍정누구나 꿈꾸는 낭만적인 직업인 여행작가로 살고 있지만 현실은 고단하다. 무거운 장비를 메고 낯선 곳을 헤매야 하고 이상한 음식도 먹어야 한다. 에티오피아 여행 중에는 호수에서 잡은 민물회를 먹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절대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지만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 그게 그의 일이니까. 그는 가방 속에 아스피린을 비롯해 각종 약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민물회를 삼킨다. 인도 어느 오지에서는 애벌레를 먹는다. 살아서 꿈틀대는 애벌레를 차마 씹지 못하고 꿀꺽 삼키지만, 애벌레는 그의 목에 걸린다. 다시 한번 목구멍에 힘을 주고 꿀꺽. 애벌레는 그의 식도를 따라 천천히 내려간다.그는 왜 이토록 고난스러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하는 것마저도 포기해버린다. 고민한다고 뾰족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여행을 왔기 때문에 여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벌레를 먹어야 한다면 그냥 먹어버리는 게 편한 것이다. “때론 눈을 질끈 감아야 할 때가 있다. 나는 여행작가니까, 먹으면 그래도 뭐라도 한 줄 쓸 거리가 생기니까.”그는 여행을 통해 체념을 배우고, 체념을 통해 긍정을 배우고, 긍정을 통해 마침내 세상과 인생을 긍정할 수 있게 된다. 그와 함께 오랫동안 술을 마시고 여행을 함께 다닌 요리사 레이먼 김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를 알아 왔는데, 그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모두가 이 책을 들고 여행을 떠나시길 바란다. 가서, 어느 식당에 앉아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길.” “읽는 내내 군침을 고이게 만든다.”뭐라도 먹고 읽어야 할 책그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자주 여행을 떠난다. 부산, 군산, 여수, 장흥 등 곳곳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섭렵한다. 부산에 가서 요즘 뜨는 절영해안산책로엔 가지 않지만, 만두와 낙곱새집은 어떻게든 찾아간다. 아무도 모르는 빙장회를 파는 횟집을 찾아가 기어이 맛을 본다. 군산에서는 ‘홍집’이라는 오래된 선술집을 찾아가 주인아주머니의 기구한 사연을 들으며 맞장구를 치기도 한다. 여수에서는 여수 밤바다와 오동도에 가지 않지만 현지인들만 아는 중국집과 푸짐한 백반집을 찾아가 포만감을 느낀다. 이래도 괜찮은 여행일까? 하고 물음을 던지지만 어쩌겠어. 이것도 여행인걸.“나이가 드니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닐 필요가 있나 싶다. 그냥 귀찮고 번잡할 뿐이다. 여행을 가서도 맛있는 음식이나 먹고 낮술이나 마시면 더 좋고, 가봐야 별것 있겠어? 하고 적당한 변명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이 이래도 괜찮은 걸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뭐 괜찮겠지.”이 책에 실린 그의 ‘탐식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디선가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가 흘러나와 코끝을 간지럽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만두에서 시작해 두부, 짜장면, 막국수, 돈가스, 고등어구이, 재첩국, 멸치국수, 주꾸미 샤부샤부, 조개찜, 반지회, 라멘, 쌀국수, 크루아상, 우동, 와플로 이어지는 음식의 향연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군침을 고이게 한다.이 책을 읽다 보면, 영화배우 김의성이 왜 “이 책은 집안의 가장 한가한 곳에 방치해 두고 하루 한 번쯤 집어 들어 아무 곳이나 펼쳐서는 두어 장씩 읽어야 한다. 그리고 책이 유혹하는 대로 친구에게 전화해 술 약속을 잡거나 운이 좋다면 짧은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절대로 빈속으로 읽으면 안 되는 책, 뭐라도 먹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