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지 잘 모르겠다. 내 상상이나 꿈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이고 아름다운 기억이라서. 내가 좀 더 감성적인 열입곱이었다면 아마 눈물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다시 듣는다면 분명히 울 거다.
---pp.57-59 『요나단의 목소리1』 중에서
그 시절 선우와의 대화를 돌이켜 보면 나는 종종 적절한 대답을 하고 싶어 했다는 생각이 든다. 걔 맘에 들 만한. 아니면 적어도 걔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 만한.
“……하기 싫어지면 관두는 거지…”
그렇게 얘기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 쟤가 노래를 관두면 얼마나 아까울까. 모르긴 몰라도 하나님도 엄청 아쉬워할 것이다.
---p.191 『요나단의 목소리1』 중에서
왜 모든 일은 불시에 일어날까?
걔가 내 손을 잡을 줄 미리 알았더라면 그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텐데.
---p.244 『요나단의 목소리1』 중에서
나는 권사님이 다윗이를 보지 않았으면 했다.
걔는 얼굴에 상처가 나 있었고 머리가 노란색이었고 어른들이 그런 애들에게 얼마나 무례하게 굴 수 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p.281 『요나단의 목소리1』 중에서
우리가 받은 게 뭐든 간에, 복이나 은혜라고 부르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하나님은 가끔 터무니없을 정도로 아무거나 던져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pp.337-338 『요나단의 목소리1』 중에서
한번은 골목길에서 차가 지나가자 나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야, 조심.”
그걸 두고두고 잊지 못하다가 나는 한 번, 일부러 차도 가까이 걸어보았다. 다윗은 또 나를 끌어당겨 주었다. 갑자기 설명하기 어려운 비참함과 부끄러움이 몰려왔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pp.43-44 『요나단의 목소리2』 중에서
나는 다윗을 사랑하고부터 교회를 열심히 나갔다.
처음에는 교회에 가야 걔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다음에는 예수님도 걔를 나만큼 사랑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전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죽어서 어디에 가든 내가 알 바 아니었으니까. 교인들끼리의 사랑한다는 말도 믿지 않았다. 그냥 습관적으로들 하는 소리다. 그 사람들이 모두 내가 다윗에게 느끼는 이 마음으로 말할 리가 없다!
---pp.141-144 『요나단의 목소리2』 중에서
그제야 나는 내가 엄마한테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했다. 그게 엄마를 두렵게 했고, 엄마는 나를 숨기기로 결심했으며, 나의 사랑이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는 것도 깨달았다.
---pp.269-270 『요나단의 목소리2』 중에서
내가 거짓말을 그렇게 잘하는지 처음 알았다. 그러자 다윗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거짓말하면서 살고 싶진 않아.’
하지만 나는 해야 해. 내 진심을 누가 궁금해해. 누가 이해해주고 무슨 처방을 내려주겠어. 같이 싸워준다더니 어디로 갔어. 난 거짓말이라도 해야 해.
---pp.305-308 『요나단의 목소리2』 중에서
“네가 나에 대해서 거짓말하는 건 그렇다 쳐. 그건 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근데 네가 너 스스로에 대해 거짓말하면 그건 누가 아니라고 해? 그 오해는 누가 푸냐고.”
“안 풀어. 그냥 그렇게 살 거야. 네가 살면서 언제 거짓말할 필요나 있었어? 그러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우리가 뭐가 진짜인지 몰라서 그러는 줄 알아? 나는 거짓말을 하고, 엄마는 속아주는 척 하는 거야. 그냥 그렇게 사는 거야!”
---pp.97-102 『요나단의 목소리3』 중에서
선우 말이 맞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내심 선우가 내가 본 소설과 영화들의 주인공들처럼 행동하길 바랐던 거다. 평생 믿어온 것을 통쾌하게 부정하기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당당하게 말하면서 자유로워지기를. 그리고 나도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그럴 수 없는 사람도 있는 거다.
---pp.126-129 『요나단의 목소리3』 중에서
하지만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난생처음으로,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기분이 아니라 진짜 통증이었다. 윗가슴을 짧게 쥐어짜고, 긴 슬픔을 남기는 일이었다.
“난… 그냥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걸 하고 싶은 거야….”
---pp.146-147 『요나단의 목소리3』 중에서
그 애를 사랑하는 동안 계속해서 나는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마음을 평생 그리워한다.
---pp.335-336 『요나단의 목소리3』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