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튼, 아이돌
윤혜은
제철소
시절마다 마음에 머무는 아이돌들을 저항 없이 사랑한 나는 이제 그들을 하나씩 그러모아 나의 반평생을 증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p. 55
오랜만에 읽는 #아무튼시리즈. 나의 어린시절 덕질을 떠올릴 수 있어서 고민없이 고른 책이다. : )
어렸을 때부터 많은 아이돌들을 사랑하는 일명 ‘덕질’ 인생을 살고 계신 작가님이자 현재 서점 주인님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생소한 단어까지 생겨난 요즘. 왠지모르게 MZ세대 팬문화를 배우게 된다는 느낌이랄까. ㅎㅎ
덕후의 말부터 시작해서, 머글, 덕질메이트, 덕력, 덕뽕, 입덕, 덕통사고, 현생, 덕생, 생일카페, 탈덕, 휴덕, 덕심, 늦덕, 포토카드, 일코, 덕주대포 등등 책 앞부분에 나와있어서 읽어보니 참 그럴듯하다.

신조어에 대새에 걸맞게 나도 어린시절 ‘신화’ 광팬으로 데뷔하자마자 좋아했었고, 처음으로 팬클럽도 가입해보고 친구들과 공연장에도 다녀와보는 나름 내공이 조금은 있었던 덕후였다. ^^
그러면서 점점 마음으로 응원하는 팬으로 산지 십여년이 지난 지금. 최근에는 아스트로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 데뷔때부터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눈여겨보다가 우연히 노래를 듣고 노래들이 너무 좋아서 자주 듣고 있다. 아직은 덕력은 밑바닥이지만 응원하고 있는 아이돌 : )
지오디, 슈퍼주니오, 동방신기, 그리고 현재 온앤오프를 가장 좋아한다는 작가님.
책방에서도 온앤오프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니 팬분들이 들린다면 얼마나 반갑고 좋을까.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채울 수 있다면 그것만큼 뿌듯한 것은 없을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내 찐친들도 아직도 아이돌을 좋아한다. 공연장도 따라다니고 음반도 듣고 영상도 보면서 늘 즐겁게 사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직도 누군가를 저렇게 좋아할 수 있다니 너무 멋지고 신기하기만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친구들의 마음을 백번은 공감한 듯 하다.
이성이 아닌 그저 아이돌 가수로서 응원하는 순수한 팬의 마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덕력만큼은 10대 20대 못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작가님이 좋아한 아이돌과의 이야기.
어린시절부터 좋아해온 아이돌과 함께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
자신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조금 전전긍긍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그들로 인해 치유받고 조금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면 우리는 나이먹어서까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덕후’가 되어도 좋지 않을까?
가슴이 벅차고 설레이는 감정은 어린 친구들에게만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에게도 조금은 두근거림과 설레이는 감정을 만나게 해준다면 매일이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을 가득 안겨주었던 책이다.
“또 사랑에 빠져버린 거니?”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능력인 것 같아요.”

무료한 일상에서 잠시의 행복을 찾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당황하지 말고, 그 세계를 더 확장시켜주면 좋겠다.
작가님이 지인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가 굉장히 와닿았다. 또 사랑에 빠질 수 있고, 좋아하는 마음도 능력이란 이야기가 별 것 아닐 수 있겠지만, 내 삶속에 찾아온 또다른 행복을 오래도록 키워낼 수 있다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 같다.
작가님은 덕후 DNA가 숨겨져 있다고 하셨는데, 나도 아이돌 덕후 DNA가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 하하하
금사빠도 아니고 잘 빠져들지 않지만, 한번 빠지면 푹 길게 빠져버리는 나란 사람 ^^
훗날, 딸이 어린시절 엄마를 닮아 덕후 DNA를 가지고 있다면 무조건 응원해줘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같이 공연장가서 응원도 해주며 일생의 추억의 하나를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거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연인이 아닌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이 있던가?
그들로 인해 나의 삶을 근사하게 만들어준다면, 아주 행복한 인생을 사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
익숙한 것들이 변해가는 모습은 때때로 서글프지만 다행히 내겐 언제라도 리플레이할 장면이 많다. 그러니 지금은 새로이 찾아오는 설렘을 아낌없는 애정으로 마주해야지. 눈과 마음에 잘 담아둬야지 오늘과 내일의 덕질이 가능한 한 천천히 추억이 되기를 바라면서. p. 65
그러는 사이 나에게도 틀림없이 멋진 다음이 찾아오리라 기대했다. 아쉽게도 나의 노력들은 줄곧 ‘더 나은 다음’ 을 기약하는 모양으로만 쌓여갔고, 도약과 발전, 성장은 더는 내 몫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똑같은 노래로 무대에 서면서도 처음인 양 새롭게 임하는 아이돌들을 보면서 모종의 자극을 받곤 했다. 그들은 나에게 현실을 잊게 하는 동시에 현실에 기합을 넣어주었기 때문에, 나는 아이돌이야말로 ‘지금’을 가장 멋지게 보내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p. 71
그러니까 덕질은 아이돌과 내가 얼마나 연결돼있는지를 따져보며 셈하는 일이 아니다. 특별한 성취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순수가 아직 내 안에 살아 있음을 반갑게 확인하는 일에 가깝다. p. 101
아이돌을 향한 환상 없이도 그들에게 황홀해할 수 있는 지금, 내 덕생은 현생이라는 파도 위에서 제법 순항 중이다. 아판사판으로 굴러가는 고된 일상속에서도 아이돌의 노래를 듣고 무대를 보면 곧장 순수하게 기뻐하며 감탄하고 마니까. P. 113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 p. 124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능력, 덕질은 우리에게 그런 능력(덕)을 준다. 자꾸만 나를 혐오하게 만다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이 세계와 맞선다. p. 140
내가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덕질’ 도 바로 이런 마음에 기인한다. 끝없이 꿈꾸도록 설계된 시스템에서 개성이 다치지 않기를, 데뷔 이후에도 주어지는 공백기 동안 불안에 잠식되기보다 홀가분한 쉼표를 찍을 수 있기를, 춤과 노래 말고도 스스로의 성장을 목격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이돌에게 마음을 열고 지갑도 연다. 인생이 고단할 때마다 여러 아이돌을 보며 노력 없이 웃고 기력을 얻은 만큼, 내 행복을 바라듯 그 애들의 행복을 바라 마지않는다. p. 193
#아무튼아이돌 #제철소 #윤혜은 #아이돌 #우리의아이돌 #추억 #가수 #고마워요 #에세이 #아무튼시리즈
#책 #독서 #예스24북클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