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도쿄에서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올라온 게 아니구나.” “네. 처음에는 도쿄에 살면 금방 뭔가 찾아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그냥저냥 괜찮다 싶어요. 자기 꿈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 좀 별로잖아요. 대충 사는 거죠. 거창한 꿈이나 희망이 없더라도 살 수 있잖아요. 해파리처럼요.” --- p.20
“시신이 있는 방은 어떤 느낌이에요?” “어떤 느낌이냐면…… 음. 우리가 현장에 들어갈 때는 경찰이 이미 시신을 수습했기 때문에 대면할 일은 없어. 하지만 경찰은 시신만 수습해. 그 사람의 벗겨진 피부나 머리카락, 체액 같은 건 그대로 있어. 나머지는 우리보고 알아서 해달라는 식이지. 그래서 그런 방은 오염이 심한 편이야. 게다가 사람이 죽은 방은 딱 알 수 있어. 냄새도 지독하고 공기가 약간 다르거든.” --- pp.35~36
만난 적도 없는 누군가의 삶의 조각을 하나둘 봉투에 집어넣는다. 필요한 것, 필요 없는 것을 가려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어느새 현관 쪽에 있던 유품은 모두 비닐봉투 안으로 사라졌다. --- p.49
“너 말이야, 여태까지 진지하게 무슨 일에 임해본 적도 없고, 다른 사람한테 진지해져본 적도 없지?” --- p.64
“나는 개인적으로 자살 현장은 화가 나.” “왜요?”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건 사치야.”
특수청소란 죽은 인간이 남긴 온갖 오물과 냄새를 기술적으로 소멸시키는 일.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나와 같은 모습으로 이 땅에 존재한 누군가를 기억하고 삶의 소중한 흔적을 지우는 내면적인 작업 같다. 이 책은 고인의 그림자와 매일 마주하는 이들을 통해서 죽음 뒤에 가려진 삶의 진실을 숨김없이 바라본다. 왜 우리는 죽음 곁에서 더 뜨거워질까? 죽음보다는 생명, 끝이 곧 새로운 시작임을 알리는 인간 삶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