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2월 20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418g | 128*188*20mm |
ISBN13 | 9788925577081 |
ISBN10 | 8925577089 |
발행일 | 2023년 0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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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418g | 128*188*20mm |
ISBN13 | 9788925577081 |
ISBN10 | 8925577089 |
실버뷰 7 닉 콘웰의 후기 279 |
이 소설은 아버지와 아들의 합작품이다. 2021년 겨울 존 르 카레로 더 잘 알려진 데이브 존 무어 콘웰은 폐렴으로 사망한다. 아들은 아버지와 약속을 하나 했다. 언제쯤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무조건 약속하라 말했고 아들은 그러겠노라 했다. 당신이 죽고 난 뒤 책상에 미완성 원고가 남아있다면 대신 마무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실버뷰>는 그렇게 탄생했다.
존 르 카레가 살아생전 이 책을 내지 못한 이유는 뭐였을까? 소설이 신통치 않았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이 이야기를 살려낼 수 있을까? 사자의 자식이 고양이일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똑같이 위대한 사자이리란 법은 없다. 아버지가 웬만한 사자가 아니지 않은가!
아들은 초고를 읽고 푹 빠져들었다. 초고 단계의 실수들은 보였다. 하지만 편집을 거치지 않은 원고치고는 깔끔했다. 소설이 전하려는 서사와 정서는 잘 구축되어 있었다. 그런데 왜 책상 서랍에 담아만 둔 걸까? 아버지의 망설임은 어디에 있었을까? 정확히 어느 부분을 고쳐야 아버지가 내딛지 못한 마지막 한 걸음을 완성할 수 있을까?
아들은 <실버뷰>를 다른 존 르 카레 소설이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평가한다. 단편적으로나마 첩보를 '실제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껏 열광해 온 그 명작들은 전부 실제 첩보가 아니었나 보다. 나는 그곳에 항상 진짜 스파이가 있었다고 믿었는데. 가짜가 보기엔 그럴듯해도 저 회색지대의 위대한 진짜들에겐 다른 게 보이나 보다.
<실버뷰>는 느리기로 소문난 존 르 카레 소설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느리다. 40페이지도 채 남지 않았는데 사건은 여전히 안갯속을 기어 다닌다.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건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가 초조해진다. 짧은 행간에 마구잡이로 구겨 넣는 건 아니겠지? 가짜는 대작가의 작품을 손에 들고도 이처럼 쓸데없는 걱정을 늘어놓는다.
아버지와 아들의 글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나뉘는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실버뷰>는 완벽한 소설이다. 아들 닉 콘웰은 이 책의 후기 첫 문장에 '어쩌다 보니 왕을 우러러보는 고양이 신세가 된 기분'이라고 썼다. 그렇다면 나는 고양이를 우러러보는 쥐 정도가 될 것이다. 아주 후하게 쳐준다면 말이다.
실제 첩보공무원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저자의 작품들은 생생한 첩보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들이다.
그가 다룬 첩보원들의 세계는 그 당시 시대적인 필요에 의해서, 적어도 한 개인이 자신이 맡은 임무에 대한 충성은 주변 관계인들에게도 알릴 수 없는 극비 사항들이 많기에 어쩌면 독자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이들 세계에 대한 동경(?) 내지는 관심을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고인이 된 저자의 마지막 작품이자 미처 완간을 하지 못한 상태의 미 출간작을 아들이 뒤를 이어 작품을 완성하고 출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궁금했던 책이다.
여지없이 시대는 달라도 스파이란 세계의 냉정한 현실과 청춘의 힘을 불살랐던 그 시기를 거쳐 노후의 안정된 삶에 안착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첩보국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도 있기 마련.
도시에서의 직장 생활을 접고 한적한 마을에 책방을 연 줄리언 앞에 아버지의 친구라며 접근한 에드워드 에이번은 책방의 지하에 문화 공화국이란 것을 신설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교류 제안을 건넨다.
이후 인연을 이어가는 두 사람은 어느 날 에이번이 줄리언에게 편지를 건네며 한 여인에게 전해줄 편지를 부탁하게 되고 줄리언은 이 부탁에 응한다.
한편 국토안보수장인 스튜어트는 첩보국 내에 어디선가 선이 고장 난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추적하는데...
스파이의 세계란 것이 소리 없는 총성의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인 만큼 조국에 대한 충성은 기본이지만 한 개인으로서 가진 국가에 대한 충성도 이면에 개인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고뇌들이 작품 속에 녹아있다.
에이번이 겪었던 충격과 그 이후의 행보가 첩보국에서 바라봤을 때의 결정들과 함께 아내의 죽음 이후 부부 사이 간에 감춰진 비밀들은 한 인간이란 존재에서 무엇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지, 철저한 자부심을 지닌 그들의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례들이 서로가 알면서도 모른 척, 끝내지고 갈 수밖에 없는 삶의 이중적인 흐름과 배신감, 믿음이 무너지는 관계를 조명한다. (가족일지라도 스파이들의 세계는 ‘서로 공유하는 비밀이 아니라, 서로 감추는 비밀이 더 큰 역할을 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결코 드러내서도 안될 부분이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했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첩보국의 냉정한 판단들은 철저하게 국익 우선 가치에 중점을 둔 정책의 차가움을 느끼게 한다.
작품은 냉전 이후 바뀐 세계정세 속에 작품 속 에이번과 스튜어트의 행보를 통해 외교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권력에 대한 알력과 견제, 이틈에서 요원으로서 사랑과 정의에 대한 의구심을 노회 한 한 스파이의 삶을 통해 다각적으로 그렸다.
특히 뒤에 아들이 쓴 글이 작품 못지않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십여 년에 걸쳐 퇴고를 반복하다 완결을 하지 못한 작품의 뒤를 부탁했던 스파이 소설계의 거장인 아버지의 부탁을 이어받아 쓴 작품에 얽힌 내용은 옆에서 가족이자 같은 소설가로서 지켜본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글이라 진심 어린 글로 가득 차 있어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스파이 소설이란 세계를 창조한 존 르 카레의 마지막 유고작인 '실버뷰 '-
박찬욱 영화감독의 추천사처럼 이제는 그의 스파이 소설을 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도 서: 실버뷰
저 자: 존 르 카레
출판사: RHK
중고서적 코너도, 마구잡이식 서고도 아닌, 우리 시대, 아니 어느 시대에든 가장 도전적인 영혼들을 위해 특별히 정신한 책들의 전당이어야 하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왔다가 보다 충만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오.
-본문 중-
존 르 카레의 마지막 작품인 <실버뷰>. 전직 스파이면서 작가로 삶을 살았던 저자의 삶은 놀랍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삶 역시 녹록치 않았을 테다. 늘 따라다니는 '전직 스파이'이라는 명칭이 대중들에겐 호기심 으로 다가와도 작가에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껴졌다. 소설의 시작은 릴리라는 여성이 어린 자녀를 데리고 스튜어트라는 남자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무슨 연유인지 남성의 질문에 딱딱한 답변을 하는 릴리는 친모의 요청에 오게 되었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모른다고 할 뿐이다. 도대체 이들의 관계는 무엇이지? 그리고 이어 다음 장면은 서점을 운영하는 줄리언에게 의문의 중년 남성이 다가온다. 줄리언 친부의 친구라 말하지만 그에게 아버지에 대한 좋은 추억이 없어 탐탐치 않았다. 하지만, 서점에 관해 새로운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외면하려고 했지만 솔깃한 것으로 무시 할 수 없었다.
줄리언에게 접근한 에드워드는 어떤 존재일까? 어느 날 갑자기 줄리언의 서점에 나타나 그에게 새로운 문학모임을 제안하고 느닷없이 한 가지 부탁을 하는 데 '편지'를 누군가에게 전달을 부탁한 것이다. 그렇게 만난 의문의 여인..줄리언은 그녀를 그냥 '메리'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편지에 대한 답장은 그저 여인이 '잘 지낸다'는 말 뿐이었다. 한편, 릴리가 만났던 스튜어트는 다른 정보요원들과 '플로리안'이라는 스파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무엇인가 큰 사건이 있었던 거 같은데 전쟁 치열한 사라예보에서 나흘 동안 연락이 끊겼다는 사실이다. 정보와 안전을 전달해야하는 시점에서 스파이로 왜 몇 일이나 연락이 되지 않았을까? 초반엔 에드워드라는 인물과 스튜어트가 동일 인물이라 생각을 했었는 데 아니었고 알고보니 플로리안은 에드워드였으며 그를 찾는 사람이 바로 스튜어트였다.
소설은 두 가지 시점에서 출발해서 서서히 하나로 모아진다. 에드워드와 줄리언의 이야기와 스튜어트와 요원들의 이야기로 말이다. 여기서 줄리언은 에드워드의 딸인 릴리와 사이가 가까워지고 친모인 데버라가 암으로 곧 생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에드워드는 슬픔과 안타까움..뭐랄까? 복잡한 심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임종을 두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딱히 애정이 가득한 부부처럼 다가오지 않았으며 릴리 역시 그러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 서로를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그 사이에 낀 줄리언은 서서히 릴리의 가족이 스파이라는 것을 알았고 마침내 스튜어트가 줄리언에게 접촉을 했을 때 왜 그들이 한 중년의 남성을 찾아야만 했는지 밝혀진다.
존 르 카레의 작품을 읽다보면 사실 숨가쁘게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가 없다. 뭔가 스피드하고 긴장감을 주는 그런 상황이 등장하지 않는 대신 등장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당시 상황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에드워드의 존재에 대해 서서히 드러날 때 그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게 (스파이로서, 남자로서, 아버지로서) 안타까웠다. 만약 픽션으로 내용을 더 과장되게 했다면 더 흥미로웠을지도 모르지만 앞서 소개하듯이 전직 스파이라는 직업으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 소설이었다. 저자의 작품은 <오너러블 스쿨보이> <에이전트 러너>를 포함해 <실버뷰> 까지 세 권을 읽었다. 처음 저자의 책을 만났을 때 기존에 알던 장르소설과 분위기가 달라 적응이 어려웠는데 읽어 갈 수록 서서히 적응이 되어간다는 것.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있는 데 천천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