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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창비시선-486이동
이동우 | 창비 | 2023년 03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9건 | 판매지수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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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98g | 125*200*10mm
ISBN13 9788936424862
ISBN10 8936424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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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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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감 속 동물들이 책장 틈 밖을 살핀다
겉장은 담장이 되지 못해 숲은 무방비였다
불은 데려갈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삼켰다
남은 책장 사이사이 다친 동물들을
밀렵꾼이 닥치는 대로 잡아 빼냈다
황급히 책날개를 돌아선 아기 원숭이 한마리가 용케
제 페이지를 찾아 깊숙이 몸을 숨겼다
불탄 자리마다 검은 뼈가 글자처럼 쌓였다
칼리만탄 열대우림에서 나는 쓴맛
그을음 손으로 책장을 넘기다보면
수만년 서식지의 밑뿌리까지 까매졌다

오랑우탄
자바코뿔소
수마트라호랑이

잿더미 숲을 통째로 머리에 인 생명들이 페이지 너머로
서로의 생사를 묻는 밤
중장비 소리가 커졌다
동물들이 하늘에 내걸렸다
---「동물도감」중에서

손에 밴 누린내를 잘라낼 수 있을까
양을 양고기라 부르며
뼈에서 그림자까지 발라내는 입들

구름의 뼛조각이 목에 걸린다
바람이 먹구름의 탄내를 지운다
쌓여가는 불판은 풍장의 절차

등가죽 벗겨진 바타르 초원을 쓰다듬으며
울음이 되지 못한 울음을 하나하나
줍는 손길이 있다
양들이 돌아올 시간이 지났다
---「양떼구름 도축하기」중에서

그날이 흘린 피를 빨아들인 동백이
뿌리 내린 진자리, 묏자리, 넋자리
이 땅 어디를 파도 뼈 밭이다
디딜 때마다 커지는 우두둑 발밑 소리
뼛속이 뜨거워진다
---「뼈 밭」중에서

여의도 빌딩 숲 한구석,
여자가 유리창을 닦고 있다
손이 닿지 않는 창 바깥쪽 얼룩에
얼굴이 얼비친다 팔을 뻗어보지만 밖은 허공

화장실을 걸레질할 때 사람들은
여자를 못 본 척했다
투명하게 닦으면 닦을수록
여자도 투명해져갔다
(...)
꽈당, 바닥 타일 위로 미끄러진 빛살
서둘러 여자가 물기를 닦는다 얼굴에 핀 기미처럼
창밖 얼룩은 그대로다 용역 업체에서 나눠준
작업 조끼에 조악하게 인쇄된 장미는
진작 지워졌다 동트기 전
어둑한 유리창은 여자를 오롯이 그려냈다
날이 밝고 사람들이 출근하자 유리는
여자를 깨끗하게 지웠다
---「유리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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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켠 성냥불에 어둠이 타들어갔다//구멍 난 밤에서 민낯의 내가 삐져나왔다”(「화상 자국」 전문). 이 시를 여러번 소리 내어 읽는다. 최초이자 최후의 진술서 같다. 여기, “오래 허기져서 오히려 속이 편했”고 “고마웠다”(「악수를 풍선과 바꿀 수 있을까요?」) 고백하는 노동자가 있다. 여기, “어디를 파도 뼈 밭”인 이 땅에서 “디딜 때마다 커지는 우두둑 발밑 소리”를 듣고 “뼛속이 뜨거워”(「뼈 밭」)졌다는 사람이 있다. 여기, 시간과 관계와 감정을 끝없이 소비하며 소진되어가는 존재들에 대해 지긋이 질문하는 시인이 있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과연 이렇게라도 살 수 있는지, 울음을 듣는 귀와 통점을 느끼는 발에서 발화된 물음이 있다.

이동우의 첫 시집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는 고무보다 질긴 노동이 새겨진 목탄화 같다. 바닥과 벼랑에서 탈주하려는 의지는 섣불리 비상하거나 초월을 꿈꾸지 않는다. 몸으로 사유하고 진정성으로 돌파한다. 대상에 핍진하지만 재현에 그치지 않고 자기만의 언어로 정밀하게 구축된 이 시집은 우리 역사의 통점을 환기하며 마침내 멸절 직전인 현재와 조우한다. “수직으로만 자”라는 세상의 벽에 “위태롭게 매달린 것들”(「담쟁이」)을 어루만지며, “울음이 되지 못한 울음을 하나하나/줍는 손길”(「양떼구름 도축하기」)은 생애 내내 갈망해왔을 법한 구원과 해방을 떠올리게 한다.
- 김해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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