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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젊은 근희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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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수
은행나무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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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미조의 시대
엉킨 소매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
젊은 근희의 행진
연희동의 밤
나의 방광 나의 지구
재활하고 사랑하는
그는 매미를 먹었다
현서의 그림자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
────────────
해설 · 시대의 초상 소유정 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 소개1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 《엄마를 절에 버리러》, 중편소설 《몸과 여자들》, 장편소설 《마은의 가게》 《헬프 미 시스터》 《당신의 4분 33초》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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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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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54.39MB ?
ISBN13
9791167373120

출판사 리뷰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근희의 행진은 나의 행진과 명백히 다를 것이란 걸.”

이서수 소설의 특징은 인물 대부분이 주거 불안을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비정상적으로 값이 치솟는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시의적 담론의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지만 그것에 앞서 그 비정상이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 중에서도 가장 비용 부담이 큰 주거 공간. 서울이 고향인 사람에게도, 서울살이를 하러 상경한 사람에게도 ‘자가’ 없이 산다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그렇게 어느 동네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사람들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불안정한 꿈을 품은 채 살아간다.

〈미조의 시대〉에는 아버지가 평생 모은 재산 5천만 원으로 엄마와 함께 살 전셋집을 구하는 ‘미조’와 성인 웹툰 어시스턴트로 일하다 스트레스성 원형탈모가 생긴 ‘수영 언니’가 등장하고, 〈연희동의 밤〉에는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해 ‘내일채움족쇄’를 찬 ‘나’와 끝내 영화를 포기하지 못하고 매일 망한 각본을 쓰고 있는 ‘경희 언니’가 등장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5년 만에 폭등한 집값 때문에 서울의 자가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된 젊은 부부가 있고(〈나의 방광 나의 지구〉), 서울에선 3억으로 오피스텔 매매도 쉽지 않은데 군산에는 3천만 원대의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가진’이 있다(〈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 이들은 집 밖에서도 집 안에서도 안정감을 느끼지 못한다. 먹고살기 위해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야 하지만 1년에 한 번씩, 2년에 한 번씩은 떠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난해도 너무 가난했다. 하지만 둘 다 그걸 인정할 수 없었는데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우리가 함께 살 집을 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5천만 원은 아버지가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이었다. 우리는 그걸 너무나 잘 알았기에 절대로 기죽지 않겠다고 다짐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울의 집값은 아버지의 유산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어느새 아버지는 6평 남짓한 반지하방의 전세금만 남겨준 사람이 되어 있었다. _〈미조의 시대〉 중에서

특히 최근에 발표된 작품들의 경우 기존에 다루었던 주제들을 확장시켜 ‘여성의 몸’과 ‘주체성’까지 폭넓게 이야기한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민을 하다 임신중지를 결정하는 ‘나’와(〈엉킨 소매〉), 책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왜 가슴골이 다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문희에게 “언니는 왜 우리 몸을 강탈의 대상으로만” 보는지 당당하게 묻는 근희(〈젊은 근희의 행진〉)는 이서수의 무한한 잠재력을 암시하는 지표이자, 그의 다음 소설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책도 아름답지만 내 몸도 아름다워. 문장도 아름답지만 내 가슴도 아름다워. 적절하게 찍힌 마침표도 아름답지만 함몰유두인 내 젖꼭지도 아름다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 오히려 감추라는 언니가 이상한 거야. 언니는 왜 우리의 몸을 핍박하는 거야? 언니의 몸은 언니의 식민지야? 언니는 왜 우리 몸을 강탈의 대상으로만 봐? 나는 언니가 좋고, 언니도 속으론 나를 좋아할 텐데 우리를 갈라놓는 것이 편견이라는 게 너무 슬퍼. _〈젊은 근희의 행진〉 중에서

하지만 막막한 그들의 상황과는 별개로 소설 속 인물들에게선 묘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는 작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인데, 바로 그들이 ‘함께’일 때 파생되는 힘이다. 하루걸러 하루 싸우지만 돌아서면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박혀 있는 엄마와 동생, 입만 열면 잔소리뿐이라 이제 그만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아도 애증에 가까운 감정이 남아 있어 관계를 끊지 못하는 친구와 언니가 있다. 그들의 관계는 지극히 현실적이라 그리 아름답지 않고, 때때로 웃기고 슬프기까지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안다. 그 관계가 지금껏 우리를 살게 했다는 걸. 마음 붙일 곳 없는 낯선 땅에서도 버티게 했다는 걸 말이다. 임신중지를 하고 심란한 마음에 누워 있는 ‘나’에게 달갑지 않은 방식의 위로를 건네는 ‘주영’이지만 별안간 야밤에 쫓겨나면서도 끝까지 ‘나’의 곁을 지키는 모습(〈엉킨 소매〉), 애물단지 북튜버 동생이 인스타 사기까지 당하자 생각 없는 관종 아메바라고 욕을 하지만 동생이 남긴 장문의 편지를 읽고 이건 아메바가 쓸 수 없는 편지라며 동생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많관부’ 댓글을 다는 문희(〈젊은 근희의 행진〉)가 그렇다. 그들의 모습은 우리와 닮아도 너무 닮아서, 희망으로 가득찬 결말 없이도 단지 그 관계의 온도만으로 커다란 위로와 의지가 된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지만 실없는 농담이라도 던져주는 누군가가 있기에 다시 웃을 수 있고, 어두운 심연에 당장 잠식될 것 같다가도 대책 없이 다정한 양지로 끌어올려주는 누군가가 있기에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해정의 제안을 선뜻 수락했던 건, 이들과 함께 내가 겪은 일을 잘 정리해보고 싶어서였다. 함께 정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해정과 주영 씨를 곁에 두고 싶었다. 그러면 암울한 기사를 봐도 울지 않을 것 같았고, 서로의 생각이 달라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잃진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지만, 주영 씨나 해정의 얼굴을 다시 못 보게 되는 것보단 덜 괴로웠다. _〈엉킨 소매〉 중에서

과연 이 선택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결코 확신할 수 없지만,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이서수가 그리는 세계엔 정답이 없다. 그것이 꿈을 밀고 나가는 삶이든 현실과 타협한 삶이든 묵묵히 걷고 뛴다. 세상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고, 너무 다양한 삶이 있고, 오늘의 우리와 내일의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세상엔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안전한 포장도로’가 있고, 기꺼이 비포장도로를 선택한 사람들은 간절한 꿈이 있으나 확신이 없다. 그럼에도 “이 선택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소설가 강화길) 비포장도로의 돌을 치우고 그곳에 핀 몇 안 되는 민들레 홀씨를 불어 꽃을 퍼트린다.

문학평론가 소유정은 이서수의 소설을 두고 “지금의 시대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일이자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 인물들을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지켜보며 감정을 나누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허구의 인물이지만 어딘가에서 꼭 저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 속에 있다. 우리가 통과 중인 시절을 문학으로 비춰보기를 묵묵하게 수행하는 작가의 걸음걸음에 독자들이 함께하는 날, 우리 모두의 행진이 기꺼이 시작될 것이다. 서로 다른 속도의 걸음으로, 하지만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은 채로.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근희의 행진은 나의 행진과 명백히 다를 것이란 걸.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댓글을 달았다. (……) 이걸 근희가 볼 수도 있다. 나는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콧물을 훌쩍이며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어쩐지 졌다는 심정으로. 나의 동생 근희와 관종 오근희를 바라보는 이 세상을 향해.
─나의 동생 많관부
나의 동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_〈젊은 근희의 행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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