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서장 나의 꿈 7
제1장 기적의 소녀 9 제2장 환생의 땅 59 제3장 소비전래 105 제4장 앤트워프의 총성 145 제5장 그 자신의 단장 169 제6장 어두운 터널 183 제7장 추상오단장 225 종장 눈꽃 273 |
저요네자와 호노부
관심작가 알림신청Honobu Yonezawa,よねざわ ほのぶ,米澤 穗信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른 상품
역최고은
관심작가 알림신청최고은의 다른 상품
“아버지가 《호천》에 보낸 소설은 리들 스토리였다고 합니다. 리들 스토리가 뭔지 아시나요?”
요시미쓰는 고개를 끄덕였다.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고 결말을 쓰지 않은 소설 말이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 같은 작품이요.” “맞습니다. 그리고 편지함 안에 있던 원고지는 모두 다섯 장이었습니다. 각 장에 적혀 있던 건 단 한 줄뿐이었고요. 소설의 결말로 보이는 다섯 개의 문장이 적혀 있더군요. 그리고 고노 선생님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달달 외울 정도로 읽었는지, 가나코는 그 내용을 읊었다. “‘자네 기술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리들 스토리라는 구성은 재밌었네. 너무 고약한 소설이군. 난 자네 소설의 결말을 읽고 싶지만, 필시 자네는 평생 쓰지 않을 테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는 아버지가 쓰신 이야기의 결말을 찾은 것 같습니다.” --- pp.40~41 “의뢰인인 기타자토 가나코 씨는 기타자토 산고 씨가 도쿄에 사시던 무렵의 일을 전혀 모르시는 듯합니다. 저는 작가 가노 고쿠뱌쿠의 과거 교우 관계뿐 아니라, 그분이 당시 어떤 분이셨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이유가 뭐죠?” “‘앤트워프의 총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입니다.” 그 말을 입에 담은 순간, 미야우치의 표정이 한층 험악해졌다. 그는 검붉어진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 이야기라면 저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만 가시는 편이 좋겠군요.” --- pp.150~151 가게에는 수만 권의 책들이 읽어줄 이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그 한 권 한 권의 배후에 산고의 인생과 같은 이야기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 p.196 “새삼스레 말할 필요도 없지만 리들 스토리란 결말을 없앤 이야기 형식입니다. 미야우치 씨에게 받은 편지에 따르면, 가노 고쿠뱌쿠는 처음부터 다섯 개의 단장을 리들 스토리로 쓰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한번 완성한 이야기를 리들 스토리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분명 대폭 수정해야 했겠죠. 그런데도 왜 굳이 그런 수고스러운 일을 했을까요?” 잠시 말을 끊은 뒤, 요시미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님은 그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쓰신 겁니다. 다섯 개의 단장이 자신을 위한 추상追想이었다고 한다면 남에게 보일 적에 결말은 필요 없었을지도 모르죠.” --- p.260 모든 것은 그 눈 속에 잠들어 있고, 진실은 영원히 얼어붙어 있다. --- p.310 |
●“당사자가 아니면 관여할 수 없는 인간의 이야기”
가계가 어려워져 학비를 내지 못할 상황에 처해 대학을 휴학한 요시미쓰는 큰아버지의 고서점에 얹혀살며 가게를 지킨다. 어느 날 기타자토 가나코라는 손님으로부터 기묘한 부탁을 받는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쓴 다섯 개의 리들 스토리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보수에 이끌린 요시미쓰는 큰아버지 몰래 의뢰를 수락한다. 단서는 어느 동인지에 한 편이 실렸다는 것뿐이었다. 이름 없는 잡지에 실린 무명작가의 소설을 찾는지라 시간이 무척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쉽게 첫 번째 작품을 찾아내고, 차례차례 한 편씩 더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각각의 단편에는 작품에 실리지 않은 한 줄의 결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의뢰인의 아버지이자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를 집필한 작가인 기타자토 산고의 화려하고도 안타까운 과거가 드러난다.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일본은 ‘잃어버린 10년(혹은 30년)’이라고 불리는 기나긴 침체기에 접어든다. 줄이어 기업이 도산하고 유례없는 취업난이 찾아온다. 주인공 요시미쓰, 그리고 고서점에서 함께 일하는 쇼코는 거품경제 붕괴 직후의 빙하기 세대에 해당한다. 직업도 돈도 없는 세대. 장래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과 세대의 어두운 세태가 『추상오단장』에 시종일관 짙게 드리우고 있다. 미스터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도 탐정 역에 해당하는 주인공이 탐정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얼핏 기타자토 산고의 화려한 과거 이야기와 요시미쓰의 암담한 현재의 이야기를 대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현재에는 이야기가 부재하고 있다. 요시미쓰는 편의상 주인공이라고 칭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니다. 『추상오단장』의 이야기는 “당사자가 아니면 관여할 수 없었던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리들 스토리, 미스터리로서의 『추상오단장』 “단순히 리들 스토리를 쓰는 것뿐이라면 비교적 간단한 일이에요. 하지만 왜 그렇게 썼는지, 왜 그렇게 써야만 했는지를 소설의 착지점으로 하지 않으면 하나의 소설로 성립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말하려도 말할 수 없는 기분을 글에 맡기는 상황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번 『추상오단장』은 근본적으로는 암호 미스터리이기도 합니다.” (작가 인터뷰에서) 요네자와 호노부는 소설을 쓸 때 미스터리 축을 세로 축으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가로 축으로 해서 집필한다고 한다. 세로 축의 미스터리가 마침내 풀릴 때, 가로 축의 이야기에도 결판이 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스터리를 쓰더라도 이야기가 인위적이지 않고 살아 움직인다. ‘리들 스토리’는 이 가로 축에 너무나도 잘 들어맞는 ‘해결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결’에 해당하는 리들 스토리의 마지막 한 줄은 독자에게 바로 제시되지 않는다. 요시미쓰가 해당 단편을 찾고 나서야 이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거대한 장치가 숨겨져 있다. “리들 스토리 중에는 소설로서는 매력적이지만 적절한 결말이라 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모펫이라는 작가의 「수수께끼의 카드」 같은 작품이 그렇죠. 어설프게 결말을 갖다 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재미있어지는 건 아니니까요.”(본문 115쪽) 리들 스토리야말로 ‘미스터리’ 그 자체이며, 수수께끼로서 즐기는 것으로, 뛰어난 작품일수록 진상이 따로 있다면 재미가 없어질 수 있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작중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위와 같이 말하고 있다. “말하려도 말할 수 없는 기분을 글에 맡기는 상활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처럼 “암호 미스터리는 암호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 즉 ‘왜 말하지 못하는가’가 가장 큰 읽게 하는 포인트”가 아닐까. 요네자와 호노부의 첫 연재작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소설 스바루》 2008년 6월 호부터 12월 호까지, 일곱 달에 걸쳐 연재된 것을 가필 수정해서 출간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