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ko Yoshino,よしの まりこ,吉野 万理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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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는 잊고 싶은 추억이 있습니까?”
무심코 흘려보내기 쉬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마법 같은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매몰차게 거절을 당했거나, 사람들이 붐비는 횡단보도 한가운데서 꽈당 하고 넘어졌거나, 엉망인 시험 결과가 반 친구들 앞에서 공개돼 버렸다면? 밤새 이불킥도 모자라 내 머릿속에서 이 기억이 영영 사라져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어서오세요. 당신의 추억을 맡아드립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하루토는 엄마가 밉다. 형한테는 안 시키는 심부름을 온통 떠맡기면서도 “밥 좀 깨끗하게 먹어라”, “편식하면 안 된다”, “공원을 가로질러서 다니지 마라” 같은 잔소리를 쏘아대고 형이 쓰던 가방까지 물려받으라고 하기 때문이다. 엄마와의 나쁜 기억이 사라지는 데다가 돈까지 생기니 추억을 맡기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하루토는 수년간 추억 전당포를 뺀질나게 드나들며 엄마와의 추억을 모조리 맡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함께 간 쇼핑몰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사겠다며 실랑이를 벌이고, 밖으로 뛰쳐나간 하루토를 뒤쫓던 엄마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만다. 하루아침에 눈앞에서 사라진 엄마. 하루토는 엄마와의 추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하루토가 살고 있다. 하지만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야말로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이 책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의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저마다의 가슴속에 품은 기억을 되살려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는 것. 지금 잠시 생각해 보자. “당신에게는 잊고 싶은 추억이 있습니까?” “진짜 소중한 건 절대 사라지지 않아” 마법사와 네 명의 아이들을 통해 기억과 망각의 진정한 의미를 찾다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는 은발의 마법사에게 추억을 판다는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하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 인간 본연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부모에게 느끼는 애증, 친구 사이의 질투,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 이성에 대한 설렘 등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이 판타지적인 요소와 대비되며 더욱 두드러진다. “내가 왜 기억을 지운다고 생각해?” “자신이 어느새 잊히는 게 쓸쓸한 거죠. 잊혀서 홀로 이 해변에 남겨질 바에는 자신이 직접 안녕을 고하겠다는 거죠?” 마법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p. 277 이처럼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고민을 마법사에게 추억을 맡긴다는 유쾌한 설정과 작가 특유의 따뜻함으로 버무려낸 이 책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는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그리고 잊힌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모든 일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비록 머릿속에서 지워진 기억이라 할지라도, 마음속에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 우리의 앞날을 비춰주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 지어진 추억 전당포의 문을 두드려보자. “똑똑, 맡긴 추억 찾으러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