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측광
채길우 | 창비 | 2023년 08월 2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7 리뷰 3건 | 판매지수 282
베스트
시/희곡 top100 1주
정가
10,000
판매가
9,500 (5%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52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4923
ISBN10 893642492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새하얗고 너른 침상 위로
너무 일찍 떨어진 감꽃에
어린 벌이 찾아와 있다.

싱그러운 초록과 비린 향기가
미처 식지 못한 꽃잎들을
벌이 허리 굽혀 어르고 매만진다.

창백한 꽃의 얼굴에 더 가까이 벌은
설익은 꿀이 말라붙은 입술을 핥고
푸석해진 화분을 살결에 펴 발라준다.

꽃은 작고 벌은 서툴다. 하지만
꽃은 다 시들지 않았고
벌은 좀처럼 날아가지 않는다.
---「간병」중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이는 병자다.
확실하고 부재하는 장면들이 더 많이 보이는 이곳에서
나는 이해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내가 건강하다고 말한다.
강자들은 내가 미쳤다고 말한다.
눈에 어른거리던 유령들은
긴 복도를 관통해 사라져가면서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

어느 날은 아무도 없는 뜰로 나간다.
커다란 나무가 올려다보이는 그늘에 쪼그려 앉아서
빛이 보여, 빛이 보여, 발작을 해가며
어둠 속에서조차 부신 눈을 뜨지 않은 채
나는 없는 것만 믿는다.
---「병원」중에서

비구는 읊조리던 불경을 거두고 목탁을 놓는다.
테두리가 갈변한 두 손을 합장해 반배를 올린 뒤
목 꺾어 연기로 살 내음 사리는 향불과 함께
천천히 무릎부터 무너지며 엎드리기 시작할 때
창백하고 표정 없는 뒤통수 곁에서
구겨져 떠오르는 손바닥은 이미 모든
소리를 다 들은 귀처럼 고요하고
팔꿈치를 괸 삭은 뿌리 아래
텅 빈 두 발을 뒤집어 서로를 포개면
시들도록 저문 겹겹한 묵언들과
미처 떨구지 못한 한잎의 입술이
깊게 파인 이마 짚고 오래 기다렸던 자리로
새하얀 빛이 고여 한참을 늙어가는 동안에도
그는 한그루의 품이 너른 잿그늘을 두른 채
바닥에서 웅크린 몸을 일으키려 하지 않는다
---「목련」중에서

우리의 수명이 평생
말할 단어의 개수로
정해져서 우리가 태어나고
삶이 시작된다면

우리는 겨우 할당된
단어만큼만을 말하다가
더이상 할 말이 없을 때나
너무 많은 말을 했을 때

죽게 된다면, 그러나
우리에게 제한된
단어의 수를 모른 채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고요해질까
욕과 정치 공방과 거짓말 들이 사라질까 혹은
생은 헛소리와 뜬소문과 쓰레기에 불과할까
가사가 있는 노래는 보다 소중할까
---「운명」중에서

한산한 오후의 지하철
휘어진 소나무 한그루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
새파랗고 드셌던 침엽의 숱은
서리가 내려 듬성하고
고목이 된 얼굴과 손등에서도
껍질 터진 틈새가 거칠다.
해풍에 맞서 절벽의 바위틈까지
저 홀로 나아갔던 튼튼한 허리와 뿌리도 곱아
해안 같은 그림자 위로
부드럽고 아름다운 순환선을 드리운다.
철컹철컹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도
더이상 먼바다는 보이지 않는
어두운 지하의 통로와 규범을 따라
발 벗고 조그만 화분 속에 심긴 나무는
언젠간 모두가 소유하게 될 예언처럼
당연하고 불가능한 자세로
고개 꺾어 졸고 있다
---「분재」중에서

그가 평생을 사용한
일인용 흔들의자에 기대어
깜박 잠이 들고 나면
몸을 뒤척이지 않아도
발 구르지 않아도 의자는
그의 옅은 호흡에 맞춰
조그만 긍정의 속도로
삐걱대는 어깨를 가누고
고개를 내밀며 다가가
그에게 속삭인다. 다만
두려워 말라, 멈추지
않는 기울기와 끄덕이는 황혼에
관한 그의 낡고 비낀
꿈에게도 절룩여 말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맥박」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시집은 지켜내는 일로 가득합니다. 전철 바닥에 떨어진 할머니의 “분홍빛 자두”를 지켜주기 위해 “앉아 있던 이들 모두가/일어나 멀리 굴러가는/자두를 허리 굽혀 줍고”(「분홍달」),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는 흔들리면서도 “갸우뚱거리는 중심”을 지키기 위해 “열심을 다”(「걸음마」)하는 중입니다. 한 어머니는 “오토바이 사고로 의식을 잃은”(「껍질」) 자식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소중한 대상을 지켜내는 일은 아름답고 숭고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허름하고 외로운 차림의 소년”은 “푸르고 자그마한 조약돌”(「잎망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입 앙다물고 주먹질을 견뎌야 하고, “물방울만큼 가볍고 연약한” 여자는 “스무살이 지나도록 말을 배우지 못”(「숨」)한 아이를 보살피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합니다. 지켜내는 일은 때로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합니다. 그러나 끝내 실패에 도달하리라는 예감 속에서도 지켜내는 일은 계속됩니다.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의지”(「숨」)일 테니까요. 그래서 그 마음을 지켜보는 채길우 시인의 노력도 계속됩니다. 아름답고 숭고한 노력은 멈추는 법이 없습니다.
- 유병록 (시인)

회원리뷰 (2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5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