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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양장
정보라
다산책방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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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부커상 최종 후보 정보라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의 4년 만의 신작. 고통을 없애주는 진통제가 개발되면서 인류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된다. 그러자 고통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신흥 종교가 나타나면서, 여러 사건사고가 벌어지게 된다. 고통의 근원과 의미를 꿰뚫는 SF 소설.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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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 기억 : 해마체
2부 | 온도 : 체성감각 영역
3부 | 정서 : 변연계
4부 | 논리와 판단 : 전두엽
5부 | 깨달음 : 시상하부
6부 | 삶 : 온몸으로

저자 소개1

Bora Chung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아나대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연세문화상에 「머리」가,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에 「호(狐)」가 당선되었으며,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너의 유토피아』는 영문판이 2024년 발간된 이래, 2024년 미국 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2025년 1월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아나대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연세문화상에 「머리」가,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에 「호(狐)」가 당선되었으며,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너의 유토피아』는 영문판이 2024년 발간된 이래, 2024년 미국 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2025년 1월 현재 필립 K. 딕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저주토끼』 『여자들의 왕』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밤의 시간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작은 종말』, 장편소설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붉은 칼』 『호』 『고통에 관하여』 『밤이 오면 우리는』, 에세이 『아무튼, 데모』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거장과 마르가리타』 『탐욕』 『창백한 말』 『어머니』 『로봇 동화』 등이 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어둡고 마술적인 이야기, 불의하고 폭력적인 세상에 맞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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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31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00g | 116*190*30mm
ISBN13
9791130698205

책 속으로

NSTRA-14의 등장으로 인해 고통의 개념은 신체적인 감각에 중점을 둔 통증의 범위로 축소되었다. 사회적·문화적·철학적·정신적 의미의 고통에 대한 질문은 점차 사라졌다. 고통은 의학적인 문제였고, 의학은 과학기술과 함께 발전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고통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거나 다른 방식의 시술 혹은 치료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고통은 견디는 것이 아니었다. 견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고통을 견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신병의 징후로 의심되었다.
---「1부 기억: 해마체」중에서

그 어떤 환희나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육체가 경험하는 감각과 사고를 언어 혹은 다른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으니 인간은 오랫동안 그렇게 전달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려 애썼으나 그 어떤 표현의 방식도 결국은 불충분하다. 완전한 의사소통의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체 안에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2부 온도: 체성감각 영역」중에서

경은 자주 심하게 아팠다. 생리통과 배란통이 격렬한 편이었고 편두통이 있었으며 약을 주사하기 위해 혈관을 헤집은 결과 양팔이 이유 없이 아프곤 했고, 자살을 시도했을 때 망가진 위장이 주기적으로 통증을 일으켰다. 경은 진통제를 거부했다. 경은 성장기의 10년간 다양한 약물의 온갖 작용과 부작용을 경험했으며 그 결과 약을 믿지 않았다. 경은 약을 두려워했다. 경을 설득해서 흔한 소화제 한 알이나마 복용하게 만든 것이길지 않은 결혼생활 동안 현이 이룬 가장 큰 성취 중 하나였다.
---「3부 정서: 변연계」중에서

신임 형사가 주변을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계단은 인간의 시체로 이루어져 있었다. 부패한 피부가 반은 남아 있고 반은 떨어져 나간 팔이 솟아올라 신임 형사의 바지를 붙잡았다. 눈꺼풀이 떨어져 나간 안구가 륜 형사에게 말했다.
-고통은 신성하다.
륜 형사의 발목을 붙잡은 손뼈가 말했다.
-고통 속에 구원이 있다.
신임 형사의 바지를 붙잡은 팔 위로 두개골이 솟아올랐다.
-오직 고통만이 인간성의 근원이다.
---「4부 논리와 판단: 전두엽」중에서

그것은 기쁨이고 분노이고 슬픔이었으며 고통인 동시에 황홀경이었고 매혹적인 이끌림이면서 동시에 무한한 두려움이었으며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절대적인 공포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고통이었다. 물리적으로 감각하는 모든 정보를 신체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지 못할 때 마음은 그것을 고통이라 정의했다. 그러므로 기쁨도, 환희도, 초월도, 아마 구원조차도, 인간이 이해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없을 때는 모두 고통이었다.
-또 만나겠죠.
---「5부 깨달음: 시상하부」중에서

고통의 탐색에 매몰되면 결국 과거의 고통을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 했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던 그 고통으로 돌아가 결국 다시 그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과거에 발목을 잡히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던져야 할 질문들을 모두 던지고 나면 같은 질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경은 그 사실 또한 확실히 깨달았다. 태가 상처 입은 방식은 그녀와 유사했으나 같지 않았다. 회복의 과정과 고통의 기억을 이해하는 그녀의 방식과 태의 방식은 하늘과 땅만큼 달랐다. 그러므로 더 이상 과거를 헤집기 위해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6부 삶: 온몸으로」중에서

출판사 리뷰

“고통은 어디서 시작되며 어떤 상흔을 남기고 떠나는가.
결코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이 쏟아지는 의미심장한 SF 스릴러.” -김초엽

작가 정보라 4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소설가 김초엽, 번역가 안톤 허 강력 추천!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에 K-장르의 매력을 알린 작가 정보라의 신작 장편소설을 다산책방에서 선보인다. 『붉은 칼』 이후 4년 만에 나온 장편소설 『고통에 관하여』는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절찬리에 연재되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나 이번 장편소설은 작가가 주로 머물던 호러와 환상의 세계에서 한 발짝 걸어 나와 처음 집필한 ‘스릴러’라는 점에서 작가의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할, ‘정보라 월드’의 변곡점에 자리한 소설이다.

미치고 거친, 세계의 기괴한 일면을 극적으로 드러내며 읽는 이에게 뒤틀린 이야기의 쾌감을 전했던 전작과는 달리, 신작 『고통에 관하여』는 처연하고 서늘하다. 그리고 묘한 온기가 있다. 아마도 이런 간극은 이 소설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맞닿아 있는 데서 오는 것일 테다. 어딘가 잘못된 세상, 그곳을 만든 사람들에게 끔찍하고 아름다운 복수를 선사하던 정보라의 소설은 이제, 거칠고 미친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자’고 이야기한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복기하며 자신을 파괴하는 일을 멈추고,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세계로 나아가자고. 세상과 싸우며 전복을 꿈꾼 사람의 결기가 녹아 있는 이 소설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기쁨도, 환희도, 초월도, 아마 구원조차도,
인간이 이해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없을 때는 모두 고통이었다.”

제약회사 폭발 테러의 범인 ‘태’, 테러로 부모님을 잃은 피해자 ‘경’
살아남기 위해 교단에 충성하는 ‘한’, 고통의 근원을 끝없이 탐구하는 ‘엽’


중독성이 없고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진통제의 등장. NSTRA-14가 보편적인 진통제가 되자, 고통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뀐다. 그러나 고통이 사라지자, 오히려 고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신흥 종교 '교단'은 고통을 느끼는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다고 주장하며, 제약회사를 테러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테러 사건 후, 잠잠해진 교단에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온몸이 고문 흔적으로 가득하고, 체내에서 다량의 약물이 검출된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교단의 지도자들이다. 형사들은 진범을 밝히기 위해 무기징역으로 수감되어 있던 테러 사건의 범인 ‘태’를 세상으로 불러들인다.

‘태’의 기억은 교단에서 시작된다. ‘태’는 형인 ‘한’과 교단의 시설에서 자랐다. 고통을 섬기며, 고통의 무게를 모든 사람들에게 지우려 했던 ‘태’의 신념은 무고한 피해자를 낳았을 뿐이다. 제약회사를 경영한 ‘경’의 부모도 이때 목숨을 잃었다. ‘태’의 도움으로 형사들은 교단에서 떨어져 나와 은거 중인 ‘한’을 붙잡지만, 어떤 진실도 밝히지 못한 채로 풀어준다. 호수 근처, 제약회사가 철수하며 사람이 모두 떠나 폐촌이 된 황무지를 조사하던 형사들은 그곳에서 불법 약물 제조 시설과, 유치장에서 풀려난 뒤 숨어 있던 ‘한’을 발견한다. ‘한’은 자신이 살인범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태’도 형은 범인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지만 무수한 증거가 ‘한’을 범인이라고 가리킨다. 한은 다시 유치장에 갇힌다.

토네이도가 들이닥친다며 기후 경보가 울리던 때, 또다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유치장에 갇혀 있던 ‘한’이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CCTV는 고작 3분 동안 작동을 멈췄고, 그 3분을 전후로 유치장에 드나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서에 설치된 CCTV를 모조리 뒤지며 조사해 보아도 모든 사람의 알리바이는 완벽하다. 단 한 명, ‘태’의 담당 정신과 의사 ‘엽’을 빼고. 형사들은 CCTV를 돌려 거기 찍힌 의사를 찾으려 하지만, 그 순간 불어닥친 토네이도에 경찰서 건물이 정전된다. 한참이 지나 토네이도가 물러가고, 다시 불이 들어왔을 때, 의사는 어디에도 없다. 유치장에 혼자 남겨진 ‘태’는 그를 떠올린다. 테러에 관한 질문, 교단을 향한 냉철한 태도, 고통에 관한 특별한 통찰력……. ‘태와’ 그를 둘러싼 ‘고통’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던 ‘엽.’ 대체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교단과 제약회사의 싸움에서 그는 무얼 얻고자 했던 것일까.

“사람의 삶은 모두 다르고 고통의 경험도,
고통에 대한 대응도 각각 달랐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의 것이었다.”

‘정보라 월드’로 입성하는 또 다른 방향의 문
소설로 빚어낸, 고통에 관한 깊고 오랜 탐구


고통의 패러다임을 바꾼 강력한 진통제의 등장이라는 설정에도, 등장인물들이 살면서 마주해야 했던 각가지 고통은 일상의 우리에게도 몹시 익숙하다. 몸과 정신을 혹독한 환경에 놓아두면서까지 더 나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는 지금의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들인 고통의 시간들을 ‘삶의 의미’라 부르며 견디고, 버티고, 참아내 왔다. 이런 ‘정상성’의 비틀린 부분을 매섭게 포착해 온 정보라 작가는 고통의 의미를 의학적, 철학적, 역사적 관점에서 분해하고 재조립해 마침내 하나의 결론으로 내보인다. 몸과 마음에 지독하게 새겨진 고통의 기억, 그 순간들은 과거에 내려놓자고. 우리가 내딛지 못했던 미래로 이제 한 걸음 나아가자고.

‘-하지 않으면’ 뒤에 구체적인 설명조차 덧붙일 수 없는, 언제나 쫓기는 삶의 두려움. 폐지 줍는 노인을 돌보는 사회안전망이 없고 한번 비정규직은 평생 비정규직이니, 백세 시대에 나는 죽지도 않는 질긴 목숨을 저주하며 빈곤 속에 버려질 것이라는 공포. 그래서 나는 열심히 살기 위해서 잠을 못 자기도 하고 밥을 못 먹기도 하면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하여간 정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추천평

『고통에 관하여』는 고통의 궤적을 추적하는 의미심장한 SF 스릴러다. 고통은 어디서 시작되며 어떤 상흔을 남기고 떠나는가. 고통은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를 서로 얽매며 파국으로 이끄는가. 한 존재가 고통의 잔해에서 벗어나 다음을 향해 걸어가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결코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이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로운 서사에 녹아 있다. 고통을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또 맞서 싸우는 인물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생각의 파도에 휩쓸리게 되는 매혹적인 소설. - 김초엽 (소설가)
이 소설은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구원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수많은 종교에서 구원에 대해 말하지만 종교가 없는 공간에서는 고통이 어떻게 이야기될까. 고통이 종교가 되지 않을까. 혹은 종교와 구원 그 자체가 고통일 수도. 이러한 고민들로부터 진정한 인간됨이란 무엇인지,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의 고민이 시작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려나간다. 작가로서, 그리고 ‘데모꾼’으로서 정보라는 사변소설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의 도구를 통해서 꾸준히 실제 세계의 고통과 구원, 혹은 구원의 실패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고통에 관하여』는 이러한 작가 개인의 작업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사변소설의 문학성을 보여준다. - 안톤 허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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