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를 대신한 마가린에서부터 할리우드 영화 산업까지 소비의 분야에서 유용한 마케팅 심리학을 속속들이 전하다
유명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고객을 깐깐하게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상품인 버킨백은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손에 넣을 수 없다. 고객의 이전 에르메스 상품 구매 이력과 사회적 평판까지 모두 고려해 예약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거절하기도 한다. 아무나 자신들의 가방을 들 수 없게 함으로써 ‘명품 중의 명품’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켜낸다. 이런 방침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에르메스는 여전히 명품족들에겐 궁극적 선망의 대상이다. 에르메스의 마케팅 담당자는 우리 브랜드가 가장 비싸고 고급스럽다고 자랑하지 않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최고의 명품을 원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것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다.
이 책 『선택한다는 착각』이 마케터들에게 유용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고객의 심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커다란 광고판이나 자귺적인 카피, 유명한 광고 모델보다 더욱 강력한 마케팅 기제는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할 때 작용하는 심리 현상이다. 이 책을 쓴 리처드 쇼튼(Richard Shotton)은 서문에서 마가린과 버터를 갖고 진행한 한 심리학자의 실험 사례를 언급한다. 우리는 보통 마가린보다 버터가 훨씬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둘의 색깔이 서로 바뀌었을 때도 과연 같은 평가를 할까? 자선단체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 모금액을 보다 더 많이 모을까? 놀이공원 운영자는 줄을 서는 고객들의 불만을 어떻게 잠재우는 걸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왜 있을 리가 없는 NG 장면을 엔딩크레딧에 넣을까? 『선택한다는 착각』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에서 여러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유머와 전문성을 모두 갖춘 마케팅 전문가가 16½가지 마케팅 심리학 지식을 실험과 사례로 뒷받침
이 책에 실린 16½가지 마케팅 심리학은 고객에게 행동의 문턱을 낮추고 습관을 길러주라거나 카피에서 운율을 이용하거나 후광 효과나 유머처럼 기존에 잘 알려진 정보에서부터 빨간 운동화 효과처럼 생소하고 아무나 시도할 수 없는 ‘고급’ 스킬까지 다루고 있다. 단순히 정보의 나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관에서 시행한 실험의 결과와 실제 브랜드들의 마케팅 사례를 언급하고 분석하며 소비자의 심리가 다른 어떤 광고 매체보다도 이해되어야 하는 대상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나저나 16가지도 아니고 17가지도 아니고, 왜 16½가지라는 걸까? 그 이유 역시 책의 내용에서 저자는 재치있게 설명하고 있다.
『선택한다는 착각』의 저자 리처드 쇼튼은 이미 영미권에서는 유명한 마케팅 심리학 관련 저자이자 전문가다. 2019년에 우리나라에서도 번역·출간된 바 있는 그의 첫 책 『어떻게 팔지 답답할 때 읽는 마케팅 책』은 전 세계 12개국에서 출간되며 그해 마케팅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이후로도 구글이나 메타, 바클레이 등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 함께 협업하며 고객들의 마음과 행동 패턴을 분석하던 그는 이번 책을 통해서 한층 더 심도 깊고 탄탄해진 소비 심리학을 이야기한다.